본문: 느헤미야 7장 66-73절
“회중의 온 총계는 사만이천삼백육십 명이요… 그들의 노비는 칠천삼백삼십칠 명이요…” (느 7:66-67)
느헤미야 7장의 마지막 부분에는 바벨론에서 돌아온 자들의 총 인원수와 그에 따른 계층적 구조, 그리고 그들이 하나님께 바친 헌물에 대한 내용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는 포로에서 귀환한 백성들이 새롭게 시작된 하나님의 공동체를 어떻게 구성해 나갔는가를 보여주는 중요한 구절입니다.
먼저, 전체 인원수는 42,360명이었고(66절), 이들 외에 노비가 7,337명, 즉 약 6명당 1명의 비율로 노비가 존재했음을 보여줍니다. 당시 귀환한 유다 백성들은 대부분 가난하고 연약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많은 수의 노비를 데리고 왔다는 것은 다소 놀라운 사실입니다. 이는 포로기 동안 일정한 자산을 축적하거나 외부로부터 지원을 받은 경우일 수도 있으며, 노비 역시 하나님의 언약 공동체 안에 포함된 자로 할례를 받고 하나님의 은혜를 함께 누린 자들이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참조, 창 17:11-14; 출 12:44). 이는 시편 84:10에 언급된 “악인의 장막에서 거하는 것보다 하나님의 집 문지기로 있는 것이 낫다”는 고백처럼, 신분의 낮고 높음이 아니라 하나님과 함께하는 것이 복임을 보여줍니다.
다음으로, 백성의 지도자들—즉 족장들과 방백들—은 예루살렘 성의 재건을 위하여 자발적으로 헌물을 바칩니다. 족장들은 **금 2만 다릭(약 2.6톤), 은 2,200 마네(약 1.25톤)**을 헌물로 드렸고(70절), 방백들은 금 1,000 다릭(약 130kg), 대접 50개, 제사장의 의복 530벌을 드렸습니다(71절). 이러한 자발적인 헌물은 단순히 물질적 기여가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믿음과 공동체 회복에 대한 헌신의 표현이었습니다.
한편, 일반 백성들 역시 제사장의 의복 67벌을 헌물했습니다(72절). 이 의복은 단순한 제복이 아니라, 성경에 규정된 거룩한 예복으로, 금, 청색 옷감, 흰색 옷감 등 거룩함과 왕권, 정결을 상징하는 재료로 정교하게 만들어졌습니다(참조, 출 28장). 백성들이 이처럼 신중하게 준비한 제사장의 옷은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일에 대한 깊은 존경과 열정을 보여주는 증거였습니다. 그 시대의 경제적 형편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준비는 그들의 신앙과 하나님에 대한 갈망이 얼마나 컸는지를 말해줍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도 하나님을 향한 신앙의 순수한 열정이 살아날 때, 정의와 평화가 회복됩니다. 타락과 부패는 종교적 무관심에서 비롯되고, 반대로 하나님을 향한 열심은 사회를 변화시키는 근원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지 개인의 경건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건강함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마지막 73절에 이르러, 성경은 “온 이스라엘이 다 그 본성에 거하였느니라”라고 선언합니다. 이 말씀은 단지 지리적 귀환만이 아니라, 하나님의 언약 백성이 제자리를 찾고, 그 뿌리와 사명을 회복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제사장과 레위인들뿐만 아니라 일반 백성들까지 모두가 각기 자기 본향, 곧 하나님께서 기업으로 주신 땅으로 돌아간 것입니다. 이 사건은 이사야와 예레미야를 비롯한 선지자들이 예언했던 예루살렘 회복의 성취이기도 합니다(참조, 사 44:26-28; 렘 33장).
또한 이는 단지 과거 역사로만 보아서는 안 되며, 오늘날 우리의 신앙 여정에도 적용될 수 있는 진리입니다. 하나님은 단지 우리를 죄에서 건져내실 뿐만 아니라, 우리 각 사람을 구체적 사명의 자리로 돌아가게 하시며, 우리의 삶을 다스리시고 평안케 하시는 왕이 되십니다. 하나님은 구원의 주이실 뿐만 아니라, 삶 전체의 주권자이십니다.
결론적으로, 느헤미야 7장 66-73절은 회복된 공동체가 어떻게 하나님 중심으로 다시 서게 되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들은 하나님께로 돌아왔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감당하며, 예배와 헌신을 통해 새로운 나라를 세워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또한 오늘날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각자의 자리에서 하나님의 거룩한 공동체를 세워가는 사명을 감당해야 할 때입니다. 세상의 조건이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을 붙잡고 살아가는 삶, 그것이 진정한 복된 삶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