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느헤미야 7장 61-65절
“이 사람들은 델멜라와 델하르사와 그룹과 앗돈과 임멜에서 올라왔으나 그들의 종족이나 계보가 이스라엘에 속하였는지를 증거하지 못하였으니… 제사장 중에는 호바야 자손과 학고스 자손과 바르실래 자손이 있었으나… 방백이 그들에게 명령하여 우림과 둠밈을 가진 제사장이 일어나기 전에는 지성물을 먹지 말라 하였느니라.” (느 7:61-65)
느헤미야 7장의 후반부에는 바벨론 포로에서 귀환한 자들 중 그 종족과 보계(족보)를 증명할 수 없었던 자들에 대한 기록이 나타납니다. 이들은 이스라엘 공동체 안에 속하였지만, 공식적인 계보의 연속성을 입증할 수 없었기에 족보에서 제외된 자들이었습니다.
먼저 일반 백성 중에서는 바벨론의 텔멜라, 델하르사, 그룹, 앗돈, 임멜 지역에서 돌아온 들라야 자손, 도비야 자손, 느고다 자손 등 총 642명이 해당됩니다(61-62절). 이들은 이스라엘 공동체에 포함되었지만, 자신들의 계보와 뿌리를 증거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정식으로 족보에 기록되지 못했습니다. 또 하나의 집단은 제사장 계열에 속한 자들이었는데, 호바야 자손, 학고스 자손, 바르실래 자손이 그들입니다(63-64절). 이들은 제사장임을 주장했으나, 자신의 혈통과 직분을 입증할 수 있는 문서나 기록이 없었고, 바르실래 자손은 특히 이방 여인의 자손으로 혼인하여 생긴 자로서, 그 이름조차도 정통성을 상실한 사례로 나타납니다.
이처럼 족보에 기록되지 못한 이들의 경우는 단순한 행정상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신앙적 정체성과 순결함에 관련된 문제였습니다. 신약시대처럼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얻는 교리 이전의 구약 시대에는, 족보는 하나님 언약 백성의 정체성 그 자체를 의미했습니다. 따라서 종족과 보계가 불확실하다는 것은 곧 하나님의 거룩한 공동체 안에서 책임 있는 자리를 맡을 수 없다는 신학적, 사회적 제한이 따랐던 것입니다.
방백, 곧 스룹바벨(참조, 스 1:8; 5:14)은 이러한 자들에게 한 가지 조치를 명합니다. “우림과 둠밈을 가진 제사장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지성물을 먹지 말라”(65절). 이것은 임시적 보류이자 하나님의 뜻을 기다리라는 신중한 판단이었습니다. 우림과 둠밈은 구약 시대에 하나님의 뜻을 묻기 위해 제사장이 사용했던 제비 뽑기 도구였으며, 여기서 말하는 결정은 사람의 판단이 아니라 하나님의 인도와 계시에 따른 분별을 뜻했습니다.
이 조치는 단지 제사장 직분을 박탈하거나 인권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의 거룩함을 지키고자 하는 공동체의 의지와 신앙적 기준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제사장이라고 할지라도 혈통과 보계가 확실하지 않다면, 공동체와 하나님의 성소를 더럽히지 않도록 사역에서 분리되어야 했던 것입니다. 이는 하나님 나라에서 신앙의 순결과 언약의 정체성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줍니다.
오늘날 교회 역시 이 원리를 배워야 합니다. 외적으로는 교회를 출입하고 직분을 맡고 있는 것 같지만, 신앙의 순결이 무너지면 공동체 전체가 위기를 맞게 됩니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후서 6장 14-18절에서 “너희는 믿지 않는 자와 멍에를 같이하지 말라”고 강력히 권면하며,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구별됨과 정결함을 유지할 것을 강조합니다. 히브리서 12장 11절에서는 “징계가 당시에는 즐거워 보이지 않고 슬퍼 보이나 후에 그로 말미암아 연단 받은 자들은 의와 평강의 열매를 맺는다”고 말하며, 때로는 사랑의 징계를 통해서라도 공동체의 거룩함을 지켜야 함을 가르쳐 줍니다.
결론적으로, 느헤미야 7장 61-65절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정체성은 혈통이나 과거의 위치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며, 하나님 앞에서 순결함과 신앙의 정통성을 갖추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는 말씀입니다. 족보에서 제외된 자들이 경고의 대상이 된 것은 단지 기록에서 빠졌기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정체성과 언약의 정신을 지키는 삶이 결여되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는 진정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서 믿음과 순결로 그 보계에 포함된 자들인가,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 위에 서서, 거룩함으로 정체성을 지키며 살아가는 성도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