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느헤미야 6장 10-14절
“그때 므헤다벨의 손자 들라야의 아들 스마야가 두문불출하고 있어서 내가 그 집에 가니 그가 이르기를 ‘그들이 너를 죽이려 하니 우리가 하나님의 전으로 가서 외소 안에서 밤을 지새자 그들이 밤에 반드시 너를 죽이리라’ 하기로” (느 6:10)
느헤미야 6장 10절 이하의 본문은 하나님의 일을 맡은 자가 어떤 방식으로 교묘한 유혹을 받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이겨내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장면입니다. 성벽의 문짝이 달리기 직전, 사역의 마지막 단계에서 느헤미야는 가장 집요하고 정교한 공격을 받게 됩니다. 이전까지의 방해는 외부에서의 조롱과 위협이었지만, 이제는 내부 인물인 유다 사람 스마야를 통한 거짓 예언이라는 더 은밀한 방식으로 다가옵니다.
스마야는 들라야의 아들이며 므헤다벨의 손자였고, 유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선지자적 위치에 있었던 인물입니다. 그는 어느 날 두문불출하고 집 안에만 있었고, 느헤미야가 그를 방문했을 때 위협적인 예언을 전합니다. “그들이 오늘 밤 너를 죽이려 하니 하나님의 전 외소로 피하자”는 것이었습니다(느 6:10). 이는 명백히 겉보기에는 경고이자 보호처럼 보이는 말이었지만, 실상은 산발랏과 도비야가 꾸민 궤계였습니다.
스마야는 겉으로는 하나님의 뜻을 전하는 자처럼 보였지만, 실은 뇌물을 받고 움직이는 거짓 선지자였습니다(느 6:12-13). 그는 느헤미야가 공포심에 휩싸여 성전으로 피신하도록 유도하려 했습니다. 이는 느헤미야가 하나님의 율법을 어기게 만들어 그의 신앙적 권위를 무너뜨리고, 백성들 사이에서의 신뢰를 무너뜨리기 위한 교묘한 전략이었습니다. 민수기 18장 7절은 제사장이 아닌 자가 성소에 들어오면 죽음을 당한다고 명시되어 있으며, 느헤미야는 이 말씀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제사장이 아님을 알기에 성전에 들어가 자신을 보호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합니다. “나 같은 자가 어찌 도망하며, 나 같은 자가 성소에 들어가 생명을 보존하겠느냐? 나는 들어가지 않겠노라”(느 6:11).
이러한 결단은 단지 율법적 지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사명을 맡은 자로서의 정체성과 분별력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는 단순히 생명을 지키기 위해 율법을 어기고 하나님께 불순종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그 사명은 생명보다 귀하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더 나아가 느헤미야는 이 모든 상황을 하나님 앞에서 분별하였습니다. 그는 스마야가 거짓 선지자라는 것을 깨닫고(12절), 스마야뿐 아니라 여선지 노아다와 다른 거짓 선지자들이 자신을 두렵게 하려 했음을 고백합니다(14절). 그는 인간적인 대처보다 먼저 하나님께 기도하며, “내 하나님이여 도비야와 산발랏과 여선지 노아다와 그 남은 선지자들, 곧 나를 두렵게 하고자 한 자들의 소행을 기억하옵소서”라고 부르짖습니다(14절). 이것은 하나님의 공의에 대한 믿음과 의지의 표현이며,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의 판단과 간섭을 바라는 참된 신앙인의 태도입니다.
이처럼 오늘날에도 수많은 거짓 선지자들이 존재합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이름을 이용해 미혹하고, 신앙을 파괴하며, 경건한 자를 두렵게 만들어 죄의 길로 유혹합니다. 고린도후서 11장 14-15절은 “사탄도 자기를 광명의 천사로 가장하나니 그러므로 그의 사역자들도 의의 일꾼으로 가장하는 것이 또한 큰 일이 아니니라”고 말합니다. 요한일서 4장 1절도 “영들을 다 믿지 말고 오직 영들이 하나님께 속하였나 분별하라”고 경고합니다.
느헤미야는 이러한 악한 궤계를 말씀의 분별력으로 이겨냈고, 사명에 대한 분명한 인식으로 유혹을 물리쳤으며, 하나님을 의지하는 기도로 자신의 길을 지켜나갔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도 수많은 미혹과 유혹이 교회와 성도들을 위협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을 알고, 믿고, 순종하며 살 때, 그 어떤 교묘한 거짓도 이길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성령의 검 곧 하나님의 말씀”(엡 6:17)입니다. 이 말씀을 무장한 성도는 어떤 거짓 궤계 앞에서도 쓰러지지 않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느헤미야 6장 10-14절은 단지 과거의 정치적 음모 사건이 아니라, 오늘날 성도들이 세상과 마귀의 유혹 속에서 어떻게 말씀으로 분별하며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본보기입니다. 생명보다 귀한 하나님의 말씀을 붙잡고, 우리의 사명을 지키는 자에게 하나님은 능히 보호하시며 끝내 승리를 주십니다. 우리가 서 있는 이 자리, 하나님께서 맡기신 그 사명의 자리에서 느헤미야처럼 담대히 설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