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느헤미야 5장 6–10절
“내가 그들의 부르짖음과 이런 말을 듣고 크게 노하였으나 깊이 생각하고 귀족들과 민장들을 꾸짖어 그들에게 이르기를 ‘너희가 각기 형제에게 높은 이자를 취하는도다’ 하고…” (느헤미야 5:6–7 상)
느헤미야는 단순한 정치 행정가가 아니라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백성의 고통 앞에 책임을 느끼는 언약 공동체의 지도자였습니다. 5장 6절 이하의 말씀은 그가 얼마나 깊이 백성의 아픔을 들었고, 그것에 대해 어떻게 영적으로 반응하였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먼저 느헤미야는 백성들의 부르짖음과 원성을 경청하고 크게 분노하였습니다(6절). 이 분노는 단순한 감정의 폭발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언약 백성 사이에 행해지는 불의를 보았을 때 거룩한 분노로 타오른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은 날마다 악인에게 분노하시는 의로우신 재판장이시로다” (시편 7:11)라는 말씀처럼, 성도도 불의를 보면서 무관심하거나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마음을 품고 의로운 분노를 가져야 합니다.
하지만 느헤미야는 단지 분노하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는 “깊이 생각하고”(7절)라고 기록된 대로, 감정적으로 즉각 반응하지 않고 지혜롭게 사태의 본질과 원인을 분석하였습니다. 그 후, 그는 조용히 비밀리에 처리하지 않고 공개적인 백성의 대회를 소집하여 문제의 본질을 드러냈습니다. 이 대회를 통해 그는 공동체 안에서 벌어진 불의를 모두가 인식하게 하고, 죄의 심각성을 공동체 전체가 절감하게 하려는 목적이었습니다.
귀인들과 민장들은 무엇을 잘못했습니까? 그들은 모세 율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네 형제가 가난하여 네게 의지하거든 너는 그를 도와라… 너는 그에게 이자를 받지 말고 네 하나님을 경외하라” (레위기 25:35–37)라는 말씀처럼, 언약 공동체 안에서는 동족에게 이자를 받거나 착취하는 것이 금지되었습니다. 그러나 귀인들과 민장들은 형제에게 높은 이자를 취하고, 급기야 빚을 갚지 못한 자녀들을 종으로 파는 죄까지 범했습니다.
느헤미야는 귀인들과 민장들을 책망할 때, 먼저 자신과 함께한 자들이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를 먼저 언급합니다. “우리는 이방인에게 팔린 우리 형제 유다 사람들을 우리의 힘을 다하여 도로 찾았거늘 너희는 너희 형제를 팔고자 하느냐?” (8절) 그는 자신의 모범을 통해 권면하고, 이어서 그들의 양심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책망합니다. 즉, 그들을 적대하거나 정죄의 언어로 몰아붙이지 않고,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형제애와 언약의 의식을 상기시키며 책망과 동시에 회복을 촉구한 것입니다.
이러한 사랑과 지혜의 책망 앞에서 귀족들과 민장들은 할 말을 잃고 침묵합니다(8절 하). 이는 단지 말문이 막힌 것이 아니라, 자기들의 죄악을 인정하고 양심에 찔림을 받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참된 회개가 시작되는 첫 걸음이 경청과 침묵임을 배울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9절과 10절에서 느헤미야는 이들을 향해 하나님의 이름 앞에서 거룩함과 경외함으로 살 것을 권면합니다. “너희가 우리 대적 이방 사람의 비방거리가 되지 않게 하여야 하지 아니하느냐” (9절)는 말은, 불의한 삶이 단지 개인의 죄를 넘어서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하는 것임을 경고하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느헤미야는 자신도 이자 놀이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히며 말합니다. “나와 내 형제와 종자들도 돈과 양식을 백성에게 꾸었거니와 우리가 그 이자 받기를 그치자” (10절) 이처럼 느헤미야는 자신도 책망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치에서 책임을 지고, 본을 보이며, 공동체를 이끄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결론적으로, 느헤미야의 대응은 단순한 행정 조치나 위기 관리가 아니라, 하나님의 언약과 공동체 정신을 회복시키려는 깊은 신앙적 접근이었습니다. 오늘날 교회와 신자들도, 불의와 위선, 이기심이 드러날 때 외면하거나 침묵해서는 안 됩니다. 사랑 안에서 진리를 말하고, 슬기롭게 책망하며, 공동체를 거룩하게 세워가야 합니다. “선으로 악을 이기라” (로마서 12:21)는 말씀처럼, 사랑과 정의의 언어로 형제를 돌이키는 일은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길임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