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느헤미야 41520

우리의 원수들이 우리의 일을 알지 못하였고 하나님이 그들의 꾀를 패하셨으므로 우리가 다 성으로 돌아와서 각각 일하는지라” (느헤미야 4:15)

 

예루살렘 성벽 중수(重修)의 역사는 단순한 건축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는 하나님의 백성들이 믿음과 용기로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과정이자, 그 속에서 적대하는 세력들과 치열한 영적·현실적 싸움을 벌인 기록입니다. 본문 15절 이하의 말씀은, 그 싸움 가운데 결정적인 승리가 어떻게 하나님의 손에 달려 있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느헤미야는 대적들이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리 파악했습니다. 유다 백성들은 긴밀한 연락망을 통해 적들의 모의를 거사 전에 알아차렸고, 이에 따라 즉시 방비 태세를 갖추었습니다. 백성들을 무장시키고, 파숫군을 세우며, 일하는 자들에게도 병기를 들게 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철저히 대비했다고 해도, 대적들은 군사적으로 유다인들보다 훨씬 강력한 세력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결정적인 전환점은 사람의 대비가 아니라 하나님의 역사였습니다.

 

느헤미야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하나님이 그들의 꾀를 패하셨으므로” (4:15) 이는 단순히 적의 계획이 실패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직접 개입하셔서, 그들의 마음을 바꾸셨고, 그들의 결속을 흔드셨으며, 계획 자체를 무력화시키셨다는 뜻입니다. 이로 인해 유다인들은 성으로 돌아와 계속하여 성벽을 건축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에는 많은 계획이 있어도 오직 여호와의 뜻만이 완전히 서리라” (잠언 19:21)는 말씀처럼, 아무리 대적들이 철저히 계획하고 준비했을지라도 하나님의 뜻이 서는 일 앞에서는 무력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의 뜻을 신뢰하고, 그분께 모든 것을 맡기며, 언제나 순종의 자세로 살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개입과 보호가 있었다고 해서 느헤미야는 경계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는 백성들을 재정비하고, 건축자들에게는 한 손에는 도구를, 다른 손에는 무기를 들게 하였습니다. 건축하는 자와 담을 나르는 자와 짐을 지는 자가 다 각각 한 손으로 일을 하며 한 손에는 병기를 잡았는데” (4:17) 이 장면은 매우 상징적입니다. 신앙생활은 기도와 말씀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인식하고 부딪히며, 싸워야 할 때는 싸우고 일해야 할 때는 일하는, 전인격적 헌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때 등장하는 내 종자’(히브리어: 나아르)는 단순한 청년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느헤미야를 따르던 충직한 청년 집단을 말합니다. 내 종자들은 각각 창과 방패와 활을 잡고 무장한 채 백성 뒤에 있었으며” (4:16) 이들은 두 부류로 나뉘어, 한편은 완전 무장하여 경비에 전념하고, 다른 한편은 건축에 집중하였습니다. 오늘날 우리 신앙 공동체도 마찬가지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충성되게 일하는 사람들과, 말씀과 기도로 전쟁터에서 싸우는 영적 경비자들이 모두 필요합니다.

 

17절의 표현처럼 "한 손으로 일하며 한 손에는 병기를 잡는 삶"은 오늘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신자는 말씀을 붙들며 하나님 나라를 세워가되, 동시에 세상의 공격과 유혹에 대비하여 영적 무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합니다. 바울도 에베소서 6장에서 말씀합니다. 하나님의 전신갑주를 입으라우리의 씨름은 혈과 육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요 정사와 권세와 이 어둠의 세상 주관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의 영들을 상대함이라” (6:1112)

 

그러므로 교회 공동체는 서로의 역할을 분담하면서도 하나 되어 움직여야 합니다. 보라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 (시편 133:1) 이 말씀이 성취되는 곳에 하나님은 은혜와 평강을 더해주십니다.

 

느헤미야는 마지막으로 백성에게 말합니다. 우리 하나님이 우리를 위하여 싸우시리라” (4:20) 그는 싸움의 주체가 하나님이심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방비, 우리의 지혜, 우리의 무장, 우리의 전략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싸우시기에 승리가 가능한 것입니다. 우리는 그저 맡은 일에 충성하고, 늘 깨어서 기도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지하면 됩니다.

 

결론적으로, 유다 백성은 사방의 대적들 속에서도 성벽을 완공해 갔습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하나님께서 그들과 함께 하셨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도 하나님의 일을 하다가 외부의 방해와 내면의 낙심 속에 서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억하십시오. 하나님은 여전히 우리를 위해 싸우시고 계십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기억하고, 순종하며, 공동체 안에서 각자의 자리를 지키고 충성한다면, 하나님은 그 모든 일을 완성하실 것입니다. 승리는 오직 하나님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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