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느헤미야 4장 4-6절
“우리 하나님이여 들으시옵소서 우리가 업신여김을 당하나이다 원하건대 그들의 욕하는 것을 그들의 머리에 돌리사 노략 거제물 가운데에 끌려가게 하시고, 주 앞에서 그들의 악을 덮어 두지 마시며 그들의 죄를 도말하지 마옵소서 그들이 건축하는 자 앞에서 주를 노하시게 하였음이니이다 하고, 이에 우리가 성을 건축하여 전부가 연결되고 높이가 절반에 이르렀으니 이는 백성이 마음들여 일을 하였음이니라.” (느헤미야 4:4-6)
느헤미야는 예루살렘 성벽 재건의 사명을 감당할 때, 외부로부터의 강력한 조롱과 반대를 마주했습니다. 산발랏과 도비야를 중심으로 한 대적들은 유다 백성의 연약함을 비웃으며, 그들의 모든 노력을 무의미하게 만들려 했습니다. 그러나 느헤미야는 그러한 상황에서 사람의 말이나 방어적인 행동으로 대응하지 않고, 먼저 하나님께 기도하는 자였습니다.
느헤미야 4장 4절에서 그는 이렇게 기도합니다. “우리 하나님이여 들으시옵소서 우리가 업신여김을 당하나이다…” 이 기도는 단순한 신세 한탄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자신의 백성을 위하여 친히 응답해 주시기를 간구하는 신앙의 외침입니다. 느헤미야는 모든 상황에서 하나님을 먼저 찾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바사 왕의 술 맡은 관원이었을 때도, 왕 앞에서 말을 꺼내기 전에 먼저 마음속으로 하나님께 기도했고(느 2:4), 이후로도 여러 문제와 위협 앞에서 즉각 기도로 반응하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그의 영적 지도력의 근본이었습니다.
기도의 내용은 격렬하고 단호합니다. “그들의 욕하는 것을 그들의 머리에 돌리사… 그들의 죄를 도말하지 마옵소서”라고 말할 때, 이는 복수심이나 개인적인 원한이 아니라 하나님의 거룩함에 대한 열정에서 비롯된 탄원입니다. 그들이 단지 사람을 조롱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이름과 그분의 사역을 조롱했기 때문입니다. 느헤미야의 기도는 하나님의 공의에 의탁하는 절박한 기도이며, 이는 시편 여러 곳에서 선지자들이 하나님의 공의로운 심판을 요청한 것과 맥락을 같이합니다. “그들의 입에 하나님의 찬양이 있고 그 손에는 두 날 가진 칼이 있도다… 그들에게 기록된 판결대로 행하게 하셨도다. 이런 영광은 모든 성도에게 있도다. 할렐루야.” (시편 149:6,9)
이처럼 하나님의 일에 방해하고 대적하는 자들에 대해 정의와 공의를 구하는 기도는, 결국 하나님의 뜻이 땅에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외침입니다. 예수께서 원수를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라고 하신 말씀(마 5:44)은 개인적인 보복을 금지하신 것이지,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훼방하는 악에 대해 침묵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느헤미야의 기도는 오히려 하나님의 공의에 대한 깊은 신뢰의 표현입니다.
그의 기도 이후에 기록된 6절은 매우 감동적인 장면을 보여줍니다. “이에 우리가 성을 건축하여 전부가 연결되고 높이가 절반에 이르렀으니 이는 백성이 마음들여 일을 하였음이니라.”
조롱이 있었습니다. 위협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백성은 일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열심히 일하였고, 그 결과 성벽은 모든 부분이 연결되었고 계획한 높이의 절반에까지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표현은 “백성이 마음들여 일을 하였음이니라”입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일이 계속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였습니다. 외적인 강요나 권위가 아니라, 백성들의 자발적이고 진실한 마음이 하나님의 역사를 이루어낸 것입니다.
“각각 그 마음에 정한 대로 할 것이요 인색함이나 억지로 하지 말지니 하나님은 즐겨 내는 자를 사랑하시느니라.” (고린도후서 9:7)
이처럼 하나님의 일은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니라 자원하는 마음, 하나님을 향한 헌신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날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은 여전히 하나님의 사람들을 조롱하고, 교회를 공격하며, 믿음을 우습게 여깁니다. 그러나 그러한 공격 앞에서 우리가 해야 할 첫 번째 반응은 느헤미야처럼 하나님께 엎드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도에서 나오는 확신과 위로, 지혜로 인해 우리는 흔들리지 않고, 맡겨진 사역을 계속 감당할 수 있습니다.
오늘도 누군가는 신앙을 지키는 것 때문에 조롱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억하십시오. 우리가 하는 일은 하나님의 손이 함께하는 일이며, 그분은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반드시 승리하게 하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낙심하지 말고, 오히려 기도에 더욱 깊이 들어가며, 맡겨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여 하나님의 역사를 이어가야 합니다.
“이에 우리가 성을 건축하여 전부가 연결되고 높이가 절반에 이르렀으니 이는 백성이 마음들여 일을 하였음이니라.”(느헤미야 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