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느헤미야 41-3

산발랏이 우리가 성을 건축한다 함을 듣고 크게 분노하여 유다 사람들을 비웃으며, 자기 형제들과 사마리아 군대 앞에서 말하여 이르되 이 미약한 유다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가? 스스로 견고하게 하려는가? 제사를 드리려는가? 하루에 일을 마치려는가? 불탄 돌을 흙 무더기에서 다시 일으키려는가 하더니, 암몬 사람 도비야는 곁에 있다가 이르되 그들이 건축하는 돌 성벽은 여우가 올라가도 무너지리라 하더라.” (느헤미야 4:1-3)

 

느헤미야가 예루살렘 성벽을 재건하려고 하자, 가장 먼저 반응한 인물은 사마리아 총독 산발랏이었습니다. 그는 유다 백성의 성벽 건축 소식을 듣고 크게 분노하였고, 그 분노는 조롱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미약한 유다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가?”라는 말은 단순한 비웃음이 아니라, 유다의 회복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정치적 선언이자 도전이었습니다. 당시 유다 백성은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온 지 오래지 않았고, 주변 강국들 사이에서 힘없는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미약한 자들과 함께 일하시기를 기뻐하셨습니다.

 

산발랏은 외형적으로만 판단했습니다. 불탄 돌을 흙 무더기에서 다시 일으키려는가?”라는 표현에서 그는 이미 끝나버린 도시, 무너진 성벽을 되살리려는 시도를 전혀 현실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본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사람의 눈에 불가능해 보이는 그 일을 이루시는 분이십니다. 사람으로는 할 수 없으나 하나님으로서는 다 하실 수 있느니라.” (마태복음 19:26)

 

산발랏은 혼자 분노한 것이 아닙니다. 그는 사마리아 군대를 거느리고 있었고, 그의 곁에는 암몬 사람 도비야도 있었습니다. 이방의 지도자들이 연합하여 하나님의 백성들을 조롱하는 이 장면은 구약뿐 아니라 신약과 오늘날에도 반복되는 장면입니다. 암몬 사람 도비야는 그들이 건축하는 돌 성벽은 여우가 올라가도 무너지리라하며 조롱을 더합니다. 이는 유다 백성의 모든 노력을 깔아뭉개는 말이며, 하나님의 역사를 인간의 눈으로 평가하려는 교만의 표현입니다.

 

이러한 조롱의 배후에는 분명한 동기가 있습니다. 느헤미야 210절에 보면, 산발랏과 도비야는 유다 백성을 돌아보는 자가 왔다는 소식에 심히 근심하였더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호론 사람 산발랏과 종이었던 암몬 사람 도비야가 이 일을 듣고 심히 근심하였으니 이는 하나님의 백성을 흥왕하게 하려는 사람이 왔음이라.” (느헤미야 2:10)

 

하나님의 일이 일어나는 곳에는 언제나 대적이 존재합니다. 특히 그 대적은 세상 권세자들일 수 있으며, 때로는 하나님을 섬긴다고 자처하는 자들일 수 있습니다. 산발랏이 이끄는 사마리아인들은 본래 북이스라엘 멸망 이후 앗수르 왕에 의해 이주해 온 이방인들과 남은 자들의 혼합된 집단이었습니다. 그들은 여호와를 섬긴다고 하였으나, 실상은 혼합종교를 따랐습니다. 그들이 여호와도 경외하고 또 어디서부터 옮겨왔든지 그 민족들의 풍속대로 자기들의 신들도 섬겼더라.” (열왕기하 17:33)

 

이러한 자들이 진정한 하나님의 도성을 재건하는 일에 동참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들은 표면적으로는 종교적인 말을 할 수 있었지만, 그 마음에는 하나님을 향한 경외가 없었으며, 하나님의 일에 대하여 시기와 질투, 분노로 가득 찼습니다.

 

오늘날도 하나님의 일을 시작할 때 우리는 외부의 조롱과 내부의 비난을 맞닥뜨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일은 인간의 평판이나 계산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손이 함께하시면 어떤 미약함도 능력으로 바뀝니다.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 (빌립보서 4:13)

 

느헤미야는 이 조롱 앞에서 낙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 모든 상황을 하나님께 아뢰며 기도로 대응합니다. 하나님의 일은 조롱으로 멈추지 않으며, 하나님의 백성은 기도로 승리합니다. 이것이 느헤미야와 유다 백성의 길이었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믿음의 사람들도 걸어가야 할 길입니다.

 

그러므로 조롱이 있을지라도 낙심하지 말고, 외형적인 미약함 속에서도 하나님의 능력을 신뢰하며 담대히 주의 사역을 이어가야 합니다. 너희 안에 착한 일을 시작하신 이가 그리스도 예수의 날까지 이루실 줄을 우리는 확신하노라.” (빌립보서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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