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여 주의 장막에 머무를 자 누구오며 주의 성산에 사는 자 누구오니이까 정직하게 행하며 공의를 실천하며 그의 마음에 진실을 말하며 그의 혀로 남을 허물하지 아니하고 그의 이웃에게 악을 행하지 아니하며 그의 이웃을 비방하지 아니하며 그의 눈은 망령된 자를 멸시하며 여호와를 두려워하는 자들을 존대하며 그의 마음에 서원한 것은 해로울지라도 변하지 아니하며 이자를 받으려고 돈을 꾸어주지 아니하며 뇌물을 받고 무죄한 자를 해하지 아니하는 자이니 이런 일을 행하는 자는 영원히 흔들리지 아니하리이다.” (시편 15편 1–5절)
시편 15편은 다윗이 하나님 앞에 던진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여호와여, 주의 장막에 머무를 자 누구오며 주의 성산에 사는 자 누구오니이까?” 이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닙니다. 하나님과 교제하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깊이 고민한 자의 탄식이요, 거룩한 하나님 앞에 가까이 나아가기를 갈망하는 자의 외침입니다. 여기서 ‘주의 장막’과 ‘주의 성산’은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합니다. 다시 말해, 누가 하나님과 동행할 수 있는 사람인가? 누가 주님의 임재 가운데 머물며 주의 은혜를 누릴 수 있는 자인가? 다윗은 이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오늘날도 많은 이들이 예배의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그들 중 몇이 참으로 하나님의 임재 가운데 머물고 있을까요? 단지 교회를 오가는 것이 하나님과 함께 거하는 삶은 아닙니다. 오늘 시편 15편은 그분의 거룩한 장막에 거할 수 있는 삶의 조건, 곧 참된 경건과 의로움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기준은 단지 외적인 종교 행위가 아니라, 내면의 정직함과 진실함, 그리고 삶으로 나타나는 사랑과 공의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2절에서 다윗은 이렇게 말합니다. “정직하게 행하며 공의를 실천하며 그의 마음에 진실을 말하며.” 하나님과 동행하는 사람의 삶은 정직해야 합니다. 정직함은 단지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말과 행실이 일치된 삶입니다. 즉, 하나님 앞에서나 사람 앞에서나 똑같은 모습을 보이는 일관된 삶입니다. 또한 ‘공의를 실천한다’는 말은 하나님의 기준에 따라 바르게 판단하고 행동한다는 뜻입니다. 오늘날 우리의 사회와 공동체 안에서 하나님의 공의가 무너지고 자기중심적 판단이 지배할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공의를 실천하는 것임을 이 말씀은 보여줍니다.
또한 다윗은 “그의 마음에 진실을 말한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겉으로만 진실한 척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진실함이 흘러나와야 한다는 뜻입니다. 하나님은 외모를 보시지 않고 중심을 보시는 분이십니다. 그러므로 하나님 앞에서 진실한 자는 마음에도 거짓이 없고, 말과 행동에도 꾸밈이 없습니다. 그는 사람들을 기만하지 않으며, 자신의 유익을 위해 남을 이용하지 않습니다. 하나님께 가까이 가고자 하는 사람은 먼저 마음이 정결하고, 정직해야 함을 우리는 이 말씀을 통해 깨닫게 됩니다.
이어서 3절에서는 “그의 혀로 남을 허물하지 아니하고, 그의 이웃에게 악을 행하지 아니하며, 그의 이웃을 비방하지 아니하며”라고 말합니다. 하나님께 가까이 가는 자는 입술을 조심하는 사람입니다. 혀는 사람을 살릴 수도 있지만, 죽일 수도 있습니다. 말로 인해 무너지는 관계가 얼마나 많습니까? 사랑 없는 말, 판단과 비난으로 가득 찬 말, 진실을 가장한 모함과 음해는 하나님의 장막에 거할 자의 언어가 아닙니다. 하나님은 이웃에게 악을 행하지 않고, 비방하지 않는 자를 기뻐하십니다. 우리가 아무리 기도하고 예배해도 우리의 말이 사람을 상처입히고 공동체를 무너뜨린다면, 하나님은 그 예배를 받지 않으십니다. 그러므로 성도는 먼저 말의 거룩함, 언어의 정결함을 지켜야 합니다.
4절 상반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의 눈은 망령된 자를 멸시하며 여호와를 두려워하는 자들을 존대하며.” 망령된 자란 하나님의 말씀을 무시하고, 악을 행하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을 뜻합니다. 하나님의 사람은 이런 자들을 따르지 않고, 오히려 멀리합니다. 반대로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들, 주님의 말씀을 두려워하며 순종하려는 자들을 존귀하게 여깁니다. 오늘날은 세상의 기준이 바뀌고 있습니다. 성공한 사람, 말 잘하는 사람, 권력 있는 사람이 존중받는 세상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보시는 기준은 다릅니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 주의 말씀 앞에 자신을 낮추는 자, 바로 그 사람이 존귀한 자입니다. 우리 역시 그런 기준을 가져야 합니다.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지 않고, 그 영적 중심을 보고 존대하는 태도, 이것이 하나님과 동행하는 자의 삶입니다.
4절 하반절에서 다윗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그의 마음에 서원한 것은 해로울지라도 변하지 아니하며.” 이는 매우 도전적인 말입니다. 하나님께 한 약속, 사람에게 한 약속을 손해가 되어도 지키는 사람, 그런 사람이 하나님의 임재에 합당하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자기 유익이 달라지면 약속을 뒤집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사람은 자신의 말에 책임지는 사람입니다. 하나님은 약속을 지키시는 분이십니다. 그러므로 그분과 동행하는 사람도 신실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우리가 예배 시간에 드리는 고백, 기도 속의 서원, 사역을 향한 헌신, 이 모든 것은 하나님 앞에 기억되는 약속입니다. 그것을 쉽게 여기지 말고, 진실되이 지켜가는 삶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5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자를 받으려고 돈을 꾸어주지 아니하며 뇌물을 받고 무죄한 자를 해하지 아니하는 자이니.” 여기서 다윗은 경제적 정의와 공의에 대해서도 강조합니다. 당시 가난한 사람들에게 높은 이자를 요구하고, 뇌물로 재판을 굽게 만드는 일이 흔했습니다. 오늘날에도 경제적 부정의는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자를 받지 않고, 뇌물을 멀리하며, 무죄한 자를 해치지 않는 자를 기뻐하십니다. 재정은 그 사람의 영성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하나님의 사람은 돈을 섬기지 않고, 돈으로 사람을 해치지 않으며, 돈 앞에서도 의리를 지키는 자입니다.
이 시편은 마지막 구절에서 이렇게 선언합니다. “이런 일을 행하는 자는 영원히 흔들리지 아니하리이다.” 얼마나 복된 약속입니까? 하나님 앞에서 정직하게, 진실하게, 공의롭게 살아가는 자는 비록 세상에서는 손해 보는 것처럼 보여도, 결코 흔들리지 않습니다. 세상은 무너질지라도 하나님의 사람은 하나님의 손 안에 굳건히 서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은 그에게 장막을 내어주시고, 성산에서 함께 거하시며, 그 삶을 책임지십니다.
우리는 누구입니까? 우리는 하나님의 장막에 머물기를 갈망하는 자들입니다. 주의 임재를 사모하며 주님의 얼굴을 구하는 자들입니다. 그렇다면 이 말씀 앞에서 우리 자신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나의 말은 정직한가? 나의 마음은 진실한가? 내 삶은 약속에 신실하며, 이웃을 사랑하며, 공의를 따르고 있는가? 이것이 하나님께서 찾으시는 자의 모습입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거룩함으로 주님 앞에 나아오기를 원하십니다. 주의 장막에 거할 자, 주의 성산에 살 자는 단순히 종교적 의식에 참여하는 자가 아니라, 삶 전체가 하나님 앞에 드려진 자입니다.
오늘 시편 15편의 말씀을 통해 우리 모두가 다시 한번 거룩한 삶을 향한 도전을 받기를 원합니다. 하나님께 가까이 나아가기를 원하는 자는 말씀을 따라 살아야 합니다. 그 삶은 정직과 사랑, 공의와 신실함이 가득한 삶입니다. 그럴 때 우리는 하나님의 장막에 거하게 될 것이며, 영원히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