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헤미야 2장 19-20절
“호론 사람 산발랏과 종이었던 암몬 사람 도비야와 아라비아 사람 게셈이 이 말을 듣고 우리를 업신여기고 우리를 비웃어 이르되 너희가 하는 일이 무엇이냐 너희가 왕을 배반하고자 하느냐 하기로, 내가 그들에게 대답하여 이르되 하늘의 하나님이 우리를 형통하게 하시리니 우리는 그의 종들이라 일어나 건축하려니와 너희는 예루살렘에서 아무 기업도 없고 권리도 없고 기억되는 바도 없다 하였느니라.”
본문은 느헤미야가 예루살렘 성 재건을 위한 ‘선한 일’을 막 시작하려는 그때, 외부에서 본격적인 반대와 공격이 일어나는 장면입니다. 그 대적들은 바로 산발랏, 도비야, 그리고 아라비아 사람 게셈입니다. 이들은 단순한 주변 민족이 아니라, 정치적 영향력과 지역 통치력을 지닌 인물들로서, 느헤미야의 사역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던 존재들이었습니다.
게셈은 당시 아라비아의 유력한 족장으로 알려져 있으며, 역사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남쪽 지역의 통치자였고, 사마리아 총독 산발랏, 암몬 사람 도비야와 더불어 예루살렘 회복 사역을 견제하고 두려워하던 세력의 일원이었습니다. 그들은 느헤미야가 예루살렘 성을 재건하려는 노력이 바사 왕에 대한 반역이라는 누명을 씌우며 조롱과 협박을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느헤미야와 유다 백성을 비웃으며 이렇게 말합니다.
“너희가 하는 일이 무엇이냐? 너희가 왕을 배반하고자 하느냐?”
이 말은 단순한 빈정거림이 아닙니다. 실제로 정치적인 누명을 씌우려는 시도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아닥사스다 왕은 한때 예루살렘의 성 건축을 중단시키기도 했던 인물입니다(에스라 4장 참조). 따라서 이들이 제기한 의혹은 실제로 느헤미야의 사역을 좌초시킬 수도 있는 심각한 위협이었습니다. 이런 위협 앞에서 느헤미야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20절에서 그는 담대하게 대답합니다.
“하늘의 하나님이 우리를 형통하게 하시리니 우리는 그의 종들이라 일어나 건축하려니와…”
이 짧은 문장 속에 느헤미야의 믿음의 정체성과 영적 권위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그는 인간의 눈치나 왕의 조서, 정치적 배경에 의존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하늘의 하나님, 곧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이 일을 이루시고 형통케 하신다는 믿음으로 대답한 것입니다.
놀랍게도 느헤미야는 여기서 아닥사스다 왕의 명령이나 허가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는 진정한 권세의 근원이 사람의 말이나 제국의 명령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께 있음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그는 대적들에게 단호하게 선포합니다.
“너희는 예루살렘에서 아무 기업도 없고 권리도 없고 기억되는 바도 없다.”
이 말은 감정적으로 쏟아낸 말이 아닙니다. 이는 분명히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한 신학적 선언입니다. 신명기 23장 3-6절에서는 암몬인과 모압인이 여호와의 총회에 들어오지 못한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느헤미야는 이 말씀을 근거로, 산발랏과 도비야, 게셈이 예루살렘의 거룩한 회복에 참여할 자격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들과 동역자들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우리는 그의 종들이라.”
여기서 느헤미야는 자신들이 이 일을 하는 이유가 자신의 명예나 정치적 목적이 아닌, 오직 하나님의 부르심과 사명에 의한 것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이 표현은 마치 사도 바울이 자신을 “그리스도 예수의 종”이라 부르며 복음을 위해 헌신했음을 나타낸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하나님의 선한 일을 하려는 이들에게는 언제나 산발랏, 도비야, 게셈과 같은 외부의 방해와 조롱, 위협이 따릅니다. 그러나 그러한 공격 앞에서 우리가 의지할 것은 사람의 도움도, 세상의 지지도 아닌, 하늘의 하나님이 우리를 형통하게 하신다는 믿음입니다. 고린도전서 16장 9절에서 사도 바울은 “내게 광대하고 유효한 문이 열렸으나 대적하는 자가 많음이라”고 고백합니다.
오늘날 교회를 섬기고, 하나님의 일을 하며, 믿음의 삶을 지켜가려는 여러분 앞에도 수많은 방해와 회의, 조롱이 있을 수 있습니다. 때로는 직장에서, 가정에서, 심지어 교회 안에서도 그런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느헤미야처럼 담대히 말해야 합니다.
“하늘의 하나님이 우리를 형통하게 하시리니 우리는 그의 종들이라.”
야고보서 4장 7절에서 이렇게 권면합니다.
“그런즉 너희는 하나님께 복종할지어다. 마귀를 대적하라. 그리하면 너희를 피하리라.”
하나님의 백성은 마귀의 협박과 세상의 조롱 앞에 머리를 숙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약속과 말씀에 근거하여, 믿음으로 대적하고 담대히 전진해야 합니다. 산발랏과 도비야, 게셈이 조롱하고 비웃을지라도, 하나님께서 함께하심을 확신하며 믿음의 건축을 멈추지 않기를,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