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헤미야 211-16

내가 예루살렘에 이르러 머무른 지 사흘 만에 내 하나님께서 예루살렘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내 마음에 주신 것을 내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아니하고 밤에 일어나 몇몇 사람과 함께 나갈새 내가 탄 짐승 외에는 다른 짐승이 없더라 그 밤에 골짜기 문으로 나가서 용정으로 분문에 이르는 동안에 보니 예루살렘 성벽이 다 무너졌고 성문은 불탔더라 앞으로 나아가 샘문과 왕의 못에 이르러서는 탄 짐승이 지나갈 곳이 없는지라 그 밤에 시내를 따라 올라가서 성벽을 살펴본 후에 돌아서 골짜기 문으로 들어와 돌아왔으나 방백들은 내가 어디 갔었으며 무엇을 하였는지 알지 못하였고 나도 그 일을 유다 사람들에게나 제사장들에게나 귀족들에게나 방백들에게나 그 외에 일하는 자들에게 알리지 아니하다가

 

본문은 느헤미야가 긴 여정을 마치고 마침내 예루살렘에 도착한 후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긴 여정 끝에, 그토록 그리워하던 조상들의 땅, 언약의 도성에 발을 디뎠을 때 느헤미야가 보인 첫 반응은 의외로 매우 조용하고 신중한 태도였습니다. 그는 곧바로 성벽 재건을 선포하거나 사람들을 모아 환영을 받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는 3일 동안 조용히 머무르며, 침묵 속에서 기도하고 살폈습니다.

 

11절에 기록된 내가 예루살렘에 이르러 머무른 지 사흘 만에라는 말씀은 단순한 시간이 아니라, 신중한 준비의 시간이었습니다. 느헤미야는 사명감에 불타서 충동적으로 움직인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일을 대할 때 언제나 기도로 시작했고, 침착하게 판단하며, 조용히 행동했습니다. 이는 느헤미야 1장에서 이미 오랜 시간 금식과 기도로 준비했던 그의 태도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12절에서 우리는 느헤미야가 밤에 일어나 몇 사람과 함께 나갔다고 기록된 것을 보게 됩니다. 그는 많은 무리를 대동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조용히, 필요한 사람만 데리고 움직였습니다. 더욱이 그는 하나님께서 예루살렘을 위하여 내 마음에 주신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아니하고라고 말합니다. 이는 매우 중요합니다. 하나님의 뜻이 마음에 분명히 있었지만, 시기와 대상, 방법을 분별하여 아직 공개하지 않은 것입니다.

 

때로 우리는 하나님의 뜻을 깨달았다고 해서, 그것을 곧장 말하고 실행하는 것이 믿음이라고 착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믿음은 하나님의 뜻을 알았을 때 그 뜻이 이루어지기까지 기다릴 줄 아는 것입니다. 그것이 믿음의 절제입니다. 느헤미야는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맡기신 일을 섣불리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고, 자신이 직접 현장을 둘러보고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였습니다.

 

13절 이후 그는 예루살렘 성벽의 여러 문들과 구간들을 밤에 돌아보며 성의 상태를 확인합니다. 이른바 답사입니다. 그는 밤의 어둠 속에서, 예루살렘의 황폐함과 무너진 성문들을 두 눈으로 보며 마음에 깊이 새깁니다. 그리고 이는 단순한 시찰이 아니라, 기도하며 판단하는 영적 분별의 행위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탄 짐승 외에는 다른 짐승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이는 조용히, 눈에 띄지 않게, 철저히 은밀하게 일을 진행했음을 보여줍니다.

 

하나님의 일은 소란과 겉치레로 시작되지 않습니다. 진정한 부흥과 회복은 하나님 앞에서의 조용한 준비, 철저한 기도, 그리고 신중한 실천에서 시작됩니다. 갈라디아서 516절에서 사도 바울은 성령을 따라 행하라고 권면합니다. 느헤미야는 바로 그 본을 보여주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판단이나 사람들의 반응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성령의 감화하심과 인도하심을 따라 움직였고,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의 때를 기다렸습니다.

 

그는 예루살렘에 도착한 첫날부터 환영받은 것도 아니었고, 환영식을 연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는 예루살렘의 실상을 파악하고, 하나님 앞에서 조용히 울며, 그 일을 어떻게 감당할지를 깊이 고민한 사람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에게도 이러한 태도가 필요합니다. 무너진 가정, 교회, 사회, 신앙의 터전 앞에서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은 행동이 아니라, 기도와 분별, 그리고 조용한 준비입니다.

 

16절에서 방백들은 내가 어디 갔었으며 무엇을 하였는지 알지 못하였고라고 말합니다. 느헤미야는 자신의 일정을 철저히 비공개로 했습니다. 이는 불신이 아니라, 지혜로운 조심성입니다. 그는 적의 방해를 고려하였고, 동시에 무리한 선동으로 일이 어그러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습니다. 이와 같이 하나님의 일을 맡은 자는 경건함과 지혜, 그리고 절제를 겸비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일이란 크게 외치는 데서 시작되지 않고, 조용히 무릎 꿇는 데서 시작된다는 사실입니다. 느헤미야는 철저하게 준비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사람의 환호보다 하나님의 때를 기다렸고, 말보다 기도로 먼저 나아갔으며, 일보다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움직였습니다.

 

우리도 느헤미야처럼 사명을 향한 걸음을 걸어갈 때,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가는 자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기도로 준비하고, 묵상하며 인도받고, 성령께서 감동하시는 대로 움직이는 삶을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그러할 때에, 하나님은 반드시 우리를 통하여 하나님의 뜻을 이루실 것입니다.

 

느헤미야처럼 하나님 앞에서 조용히 시작하되, 분명한 목적과 믿음으로 걸어가시기를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축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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