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헤미야 29-10

그때에 내가 강 서쪽에 있는 총독들에게 이르러 왕의 조서를 전하였더니 왕이 군대 장관과 마병을 보내어 나와 함께하게 하였느니라. 호론 사람 산발랏과 종이었던 암몬 사람 도비야가 이스라엘 자손을 흥왕하게 하려는 사람이 왔다 함을 듣고 심히 근심하더라.”

 

본문은 느헤미야가 하나님의 사명을 이루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향하던 여정에서 처음으로 맞닥뜨린 외부의 반대와 방해의 시작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느헤미야는 아닥사스다 왕의 허락을 받고 정식 조서를 들고, 군대 장관과 마병의 호위를 받으며 유다로 향하였습니다. 이는 왕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파송이었고, 세상적으로도 완벽하게 준비된 사명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여정 가운데 처음부터 대적자들이 등장합니다. 그들이 바로 산발랏과 도비야입니다.

 

먼저, 본문에 등장하는 호론 사람 산발랏과 암몬 사람 도비야는 누구입니까?

첫째, 산발랏은 모압 지역의 호론 지방 출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역사적 문헌들과 사료에 따르면, 그는 당시 사마리아 지역의 총독으로 활동하고 있었던 인물로 보입니다. 사마리아는 유다 북쪽에 위치한 지역으로, 북이스라엘 멸망 이후 혼혈 민족이 섞이며 유다인들과 긴장 관계에 놓이게 된 지역입니다. 산발랏은 바사의 통치를 받는 총독이었지만, 유다의 재건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협한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둘째, 도비야는 암몬 사람으로서, 산발랏의 심복 또는 고관으로 추정됩니다. 암몬은 요단 동쪽에 위치한 민족으로, 이스라엘과 끊임없는 충돌을 반복했던 이방 족속이었습니다. 이들은 출애굽 이후 가나안 정착 과정에서 이스라엘을 방해했고(11:4-33), 사사시대부터 계속해서 이스라엘을 괴롭혔던 대적이었습니다.

 

이 둘은 단순한 이방인의 이름이 아닙니다. 그들은 이스라엘 백성과 역사적으로 깊은 갈등을 가진 민족을 대표하는 자들입니다. 느헤미야의 사역, 곧 하나님의 성읍 예루살렘을 재건하려는 이 사명이 시작되자, 이들은 강한 적대감을 품고 등장합니다.

본문 10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호론 사람 산발랏과 종이었던 암몬 사람 도비야가 이스라엘 자손을 흥왕하게 하려는 사람이 왔다 함을 듣고 심히 근심하더라.”

 

여기서 심히 근심하더라는 표현은 단순한 불쾌감 이상의 감정입니다. 이는 적대적인 위기의식, 곧 느헤미야의 존재 자체가 자신들의 권력과 이권에 위협이 된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유다 백성의 흥왕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들의 약화와 패망을 기뻐했던 자들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느헤미야가 예루살렘을 회복시키기 위해 파송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들은 불안과 분노를 느낀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영적 교훈을 얻게 됩니다. 하나님의 일이 시작되면 반드시 방해하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성경 전체를 통해 우리는 이 원리를 수없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모세가 이스라엘을 이끌고 출애굽할 때에도 바로의 강한 저항이 있었고, 다윗이 기름부음을 받은 이후에도 사울과 블레셋이 그를 끊임없이 괴롭혔습니다. 그리고 느헤미야가 성벽을 재건하려 할 때에도 산발랏과 도비야가 등장합니다.

 

이처럼 하나님의 일은 항상 대적의 방해 속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이는 신약 시대에도 동일합니다. 예수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실 때, 사탄은 광야에서 시험하였고, 수많은 종교지도자들이 그를 배척했습니다. 심지어 제자들조차 주님의 진정한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귀신들은 오히려 예수님의 정체를 정확히 알고 두려워 떨었습니다(마태복음 8:29). 이처럼 하나님의 역사와 진리는 어둠의 세력에게는 명확하게 보이기에, 더욱 거센 방해를 시도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시대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의 교회가 다시 일어나고, 말씀의 능력이 회복되며, 복음이 전파되기 시작할 때, 사단은 결코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외적인 핍박이 있을 수 있고, 내부의 분열이 찾아올 수도 있으며, 세상 문화가 교회를 무너뜨리려 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산발랏과 도비야와 같은 영적 세력의 연속이며, 성도들이 방심하지 않고 항상 깨어 기도하며 근신해야 할 이유입니다. 베드로전서 58절은 이렇게 권면합니다. 근신하라 깨어라 너희 대적 마귀가 우는 사자 같이 두루 다니며 삼킬 자를 찾나니.”

 

또한 본문은 한 가지 아이러니를 보여줍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아직 하나님의 계획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을 수 있지만, 산발랏과 도비야는 느헤미야를 통해 하나님의 회복 사역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누구보다 먼저 감지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는 때로 하나님의 백성보다 원수들이 하나님의 손길을 더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다는 교훈을 줍니다.

 

느헤미야는 이런 반대와 대적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미 충분히 기도했고, 하나님의 뜻을 확신했기 때문에, 사람의 반응이나 시선에 매이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사명을 받은 자의 자세입니다. 하나님의 일에는 반드시 반대가 따르지만, 하나님의 선한 손이 함께하시면 그 길은 반드시 열립니다.

 

우리 안에 있는 산발랏과 도비야의 소리에 흔들리지 않고, 오직 하나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며, 담대히 하나님의 일을 감당해 나가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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