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헤미야 26-8

그때에 왕후도 왕 곁에 앉아 있었더라. 왕이 내게 이르되 네가 몇 날에 다녀올 길이며 어느 때에 돌아오겠느냐 하고 왕이 나를 보내기를 좋게 여기시기로 내가 기한을 정하고, 내가 또 왕에게 아뢰되 왕이 만일 좋게 여기시거든 강 서쪽 총독들에게 내리시는 조서를 내게 주사 그들이 나를 용납하여 유다에 들어가기까지 통과하게 하시고, 또 왕의 삼림 감독 아삽에게 조서를 내리사 그가 성전에 속한 영문의 문과 성곽과 내가 들어갈 집을 위하여 들보로 쓸 제목을 내게 주게 하옵소서 하였더니, 내 하나님의 선한 손이 나를 도우시므로 왕이 허락하고.”

 

본문은 느헤미야가 아닥사스다 왕 앞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자신이 필요한 것들을 요청했고, 하나님께서 그 모든 과정을 어떻게 주권적으로 인도하셨는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느헤미야는 단지 막연한 회복을 말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필요한 것들을 명확하게 알고, 그것들을 구체적으로 요청하는 준비된 기도의 사람이었습니다.

 

먼저 6절에서 느헤미야는 왕이 그의 요청을 좋게 여겼고, 기한을 정하고허락해 주었다고 말합니다. 이는 느헤미야가 단지 감정적으로 움직인 것이 아니라,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그는 자신의 사명이 무엇인지, 얼마나 걸릴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마음속에 정리한 사람이었습니다. 기도는 그의 감정을 가라앉히는 시간이었고, 동시에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고 실천을 준비하는 시간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는 두 가지 구체적인 요청을 왕에게 드립니다.

첫째는 유프라테스강 서편 지역의 총독들에게 보낼 조서를 요구한 것입니다. 이는 그가 유다까지 무사히 통과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적 허가와 보호를 의미합니다. 당시 바사 제국은 매우 방대한 영토를 통치하고 있었고, 유다까지 가기 위해서는 수많은 총독들의 관할지를 통과해야 했습니다. 느헤미야는 자신이 아무리 왕의 신임을 받는 자라 할지라도, 정식 문서가 없으면 위험을 당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그는 이 길을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왕의 권위로 된 조서를 요청합니다.

 

둘째로, 그는 왕의 삼림 감독 아삽에게 보낼 조서, 곧 예루살렘의 성벽과 성문, 그리고 자신이 사용할 집을 건축하기 위한 **건축 자재, 즉 제목(나무)**을 요청합니다. 성곽을 수리하고, 예루살렘을 재건하는 데 필요한 물질적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그의 요청이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여행이 아닌 복구 사명, 회복 사명, 도시 재건 사명이었기에, 느헤미야는 철저하게 준비된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신앙의 또 하나의 중요한 원리를 배울 수 있습니다. 믿음은 구체적인 기도로 나타나야 합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교회를 위해, 가정을 위해 기도할 때에도 느헤미야처럼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내용을 가지고 하나님께 아뢰어야 합니다. 히브리서 57절은 예수님께서 심한 통곡과 눈물로 간구하셨다고 말씀합니다. 주님조차 구체적으로 간절히 기도하셨다면, 우리는 더욱 명확한 기도 제목을 가지고 나아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고백이 등장합니다. 8절 마지막 부분입니다. 내 하나님의 선한 손이 나를 도우시므로 왕이 허락하고.” 느헤미야는 이 모든 결과가 자신이 준비했기 때문도, 왕의 호의 때문도 아니라고 고백합니다. 모든 것은 하나님의 손이 도우셨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하나님의 주권에 대한 명확한 인식입니다. 아무리 인간적으로 준비하고 계획해도, 하나님의 손이 아니시면 아무 일도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느헤미야는 이 짧은 문장을 통해, 모든 상황과 권세와 시간과 결정은 하나님의 손에 달려 있음을 분명히 선포합니다. 그는 아닥사스다 왕이라는 거대한 제국의 통치자를 눈앞에 두고 있었지만, 진정한 통치자는 하나님이심을 잊지 않았습니다. 그의 믿음은 하나님이 세상의 모든 왕을 주장하시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시는 분이라는 사실에 근거해 있었습니다.

사도행전 1724-25절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우주와 그 가운데 있는 만유를 지으신 하나님께서는 천지의 주재시니 손으로 지은 전에 계시지 아니하시고, 또 무엇이 부족한 것처럼 사람의 손으로 섬김을 받으시는 것이 아니니, 이는 만민에게 생명과 호흡과 만물을 친히 주시는 이심이라.”

 

하나님은 전 우주의 주권자이시며, 정치도 역사도 인간의 결정도 하나님의 뜻 안에서 움직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여 사명을 품고 준비하고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 반드시 역사하시고 길을 여시며, 사람의 마음도 움직이게 하십니다.

 

느헤미야는 단지 기도한 사람이 아니라, 기도 후 행동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사명 앞에서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하나님이 주시는 기회를 붙들고, 담대히 요청하며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 모든 과정 속에서 하나님의 주권을 고백하고, 그분의 손이 도우셨음을 잊지 않았습니다.

 

우리도 오늘 각자의 자리에서 교회를 위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기도할 때, 막연하고 추상적인 기도가 아닌 구체적이고 믿음의 확신에 찬 기도를 드리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기회를 주실 때, 믿음으로 나아가 실행하십시오. 그때 하나님의 선한 손이 우리를 도우시고, 놀라운 회복과 역사를 이루어 가실 것입니다.

 

느헤미야처럼 기도하고 준비하고 순종하는 삶으로 하나님께 쓰임받기를,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축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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