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헤미야 1장 6-7절
“이제 종이 주의 종들인 이스라엘 자손을 위하여 주야로 주 앞에 기도하오며, 우리 이스라엘 자손이 주께 범죄한 죄들을 자복하오니, 주는 귀를 기울이시며 눈을 여시사 종의 기도를 들으시옵소서. 나와 내 아버지의 집이 범죄하여 주를 향하여 크게 악을 행하였사오며, 주께서 주의 종 모세에게 명령하신 계명과 율례와 규례를 지키지 아니하였나이다.”
본문에서 느헤미야는 하나님께 자신과 이스라엘 백성의 죄를 자복하며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는 단순히 백성들의 죄만을 고발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내 아버지의 집이 범죄하였다”(느 1:6)고 고백하며 공동체적 회개의 모범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별히 그는 이스라엘 자손을 “주의 종들”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스라엘 자손을 하나님의 종이라고 표현했을까요?
첫째, ‘종’이라는 표현은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과 언약으로 맺어진 존재임을 나타냅니다. 이 관계는 동등한 위치에서 맺어진 계약이 아니라, 창조주 되신 하나님께서 은혜로 피조물인 이스라엘에게 주신 일방적이며 자비로운 언약입니다. 열왕기상 8장 23절에서 솔로몬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여, 위로 하늘이나 아래로 땅에 주와 같은 신이 없나이다. 주는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의 앞에서 행하는 종들에게 언약을 지키시며 은혜를 베푸시는 이시니이다.” 이처럼 하나님의 종이라는 표현은 주권자 하나님 앞에 겸손히 순종하며 살아가는 신분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둘째, 이 관계는 왕과 종의 관계이지만, 하나님께서는 폭군처럼 백성 위에 군림하신 분이 아니라, 자녀를 양육하듯 이스라엘을 인도하신 사랑의 하나님이셨습니다. 이사야 1장 2절은 이렇게 증언합니다.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되 하늘이여 들으라 땅이여 귀를 기울이라 내가 자식을 양육하였거늘 그들이 나를 거역하였도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단지 부리는 종처럼 대하신 것이 아니라, 자녀처럼 돌보시고, 그들을 통해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이루고자 하셨습니다.
오늘날 우리도 하나님의 은혜로 종 된 자들입니다. 로마서 6장 22절은 “이제는 너희가 죄로부터 해방되고 하나님께 종이 되어 거룩함에 이르는 열매를 맺었으니 그 마지막은 영생이라”고 말씀합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종이 되었다는 것은 형벌이 아니라 은혜입니다. 이는 찬송할 일이며, 우리가 마음을 다해 그분을 섬겨야 할 이유입니다. 예수님께서도 말씀하셨습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셨으니”(마태복음 22:37).
이제 느헤미야는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죄를 자복합니다. 그는 단순히 일반적인 회개의 기도를 드리는 것이 아니라, 분명한 기준을 가지고 자신과 백성의 죄를 고백합니다. 느헤미야는 이렇게 말합니다. “주께서 주의 종 모세에게 명령하신 계명과 율례와 규례를 지키지 아니하였나이다”(느 1:7). 그는 회개의 기준을 하나님의 말씀, 곧 율법에 두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진정으로 회개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범하는 죄는 막연한 감정이나 윤리적 실패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명하신 말씀을 어긴 구체적인 불순종임을 알아야 합니다. 죄에 대한 정확한 인식 없이 드리는 기도는 변화와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사야 1장 18절에서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초청하십니다. “오라 우리가 서로 변론하자. 너희의 죄가 주홍 같을지라도 눈과 같이 희어질 것이요, 진홍 같이 붉을지라도 양털 같이 되리라.”
느헤미야는 이렇게 하나님의 언약을 붙들고, 자신의 죄와 공동체의 죄를 구체적으로 회개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회개의 기도는 단지 눈물로 끝나지 않고, 실제로 예루살렘의 성벽을 재건하는 사역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는 기도하고 움직였으며, 회개하고 헌신하였습니다. 이처럼 진정한 회개는 삶의 변화를 동반합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이러한 회개와 용서의 근거가 어디에 있는지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입니다. 고린도전서 15장 3절은 “그리스도께서 우리 죄를 위하여 죽으셨다”고 선언합니다. 또한 히브리서 2장 17절은 “그가 백성의 죄를 속량하기 위하여 하나님 앞에서 자비롭고 신실한 대제사장이 되셨다”고 증거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언제든지 예수님의 이름을 힘입어 담대히 하나님께 나아가 죄를 자백하고, 회복을 구할 수 있습니다. “만일 우리가 우리 죄를 자백하면 그는 미쁘시고 의로우사 우리 죄를 사하시며 우리를 모든 불의에서 깨끗하게 하실 것이요”(요한일서 1:9).
우리가 하나님의 종으로 부름받았다는 사실은 단순한 종교적 표현이 아니라, 은혜의 고백이며 신앙의 정체성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신 언약의 은혜 앞에 감사하며, 날마다 그 말씀을 기준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회개하며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공로를 의지하여 하나님의 용서를 확신하고,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