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헤미야 1장 1-3절
“하가랴의 아들 느헤미야의 말이라 아닥사스다 왕 제이십 년 기슬르 월에 내가 수산 궁에 있는데, 내 형제들 가운데 하나니가 두어 사람과 함께 유다에서 이르렀기로 내가 그 사로잡힘을 면하고 남아 있는 유다 사람들과 예루살렘의 형편을 물은즉, 그들이 내게 이르되 사로잡힘을 면하고 남아 있는 자들이 그 지방 거기에서 큰 환난을 만나고 능욕을 받으며 예루살렘 성은 허물어지고 성문들은 불탔다 하느니라.”
느헤미야는 이방 제국 바사의 아닥사스다 왕의 궁에서 술 맡은 관원으로서 높은 지위에 있었지만, 그의 마음은 언제나 고국 예루살렘을 향해 있었습니다. 그는 수산 궁이라는 편안하고 안정된 자리에서 살고 있었지만, 하나님의 백성과 도성 예루살렘의 현실을 잊지 않고 늘 마음에 품고 살아갔던 인물이었습니다.
어느 날 그의 형제 하나니가 유다에서 돌아왔을 때, 느헤미야는 즉시 그에게 예루살렘의 형편을 묻습니다. 이 질문은 단순한 정보 수집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자신이 언약 백성으로서 짊어져야 할 책임과 마음의 부담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내가 그 사로잡힘을 면하고 남아 있는 유다 사람들과 예루살렘의 형편을 물은즉”(느 1:2)라는 이 말씀은 느헤미야가 얼마나 민감하게 하나님의 나라와 백성의 형편에 귀를 기울였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참으로 충격적인 것이었습니다. “그들이 내게 이르되 사로잡힘을 면하고 남아 있는 자들이 그 지방 거기에서 큰 환난을 만나고 능욕을 받으며 예루살렘 성은 허물어지고 성문들은 불탔다 하느니라”(느 1:3). 예루살렘은 여전히 폐허 가운데 있었고, 백성들은 큰 환난과 능욕 가운데 놓여 있었던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외적인 파괴만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이 짓밟히고, 하나님의 이름이 조롱당하는 영적 수치의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사실 오래전부터 시작된 일이었습니다. 주전 587년,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이 예루살렘을 침공하여 성전과 성을 불태우고 백성을 포로로 끌고 갔습니다(역대하 36:19). 이후 일부 유대인들이 스룹바벨과 에스라의 지도하에 귀환하였고 성전은 재건되었지만, 성벽은 여전히 무너진 채로 남아 있었습니다. 에스라 시대에 성벽 재건이 시도되었지만 주변 이방 민족들의 방해와 아닥사스다 왕의 중단 명령으로 인해 다시 무너지고 말았습니다(에스라 4:12–23).
이러한 현실 앞에서 느헤미야는 어떻게 반응하였을까요? 그는 슬퍼하며 하나님 앞에 엎드렸습니다. 느헤미야 1장 4절은 이렇게 기록합니다. “내가 이 말을 듣고 앉아서 울고 수일 동안 슬퍼하며 하늘의 하나님 앞에 금식하며 기도하여.” 느헤미야는 누군가를 탓하지 않았고, 정치적인 방법을 찾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 곧 기도하는 일을 먼저 시작한 것입니다.
느헤미야의 기도는 단순한 감정의 표현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민족의 죄악을 회개하며, 하나님의 언약을 붙잡고 간구하는 믿음의 기도였습니다. 그는 이스라엘 백성의 죄를 자신의 죄로 여겼고, 공동체의 무너짐을 자기 책임으로 여겨 회개하며 하나님께 나아갔습니다. 이어지는 1장 5-6절의 기도는 이렇게 이어집니다. “이르되 하늘의 하나님 여호와 크고 두려우신 하나님이여, 주를 사랑하고 주의 계명을 지키는 자에게 언약을 지키시며 긍휼을 베푸시는 주여 간구하나이다. 이제 종이 주의 종들인 이스라엘 자손을 위하여 주야로 기도하오며…”
오늘날 우리의 현실도 예루살렘처럼 무너져 있는 모습들이 많이 있습니다. 교회가 세상의 조롱거리가 되기도 하고, 믿는 이들의 삶이 세상과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대 속에서도 하나님의 마음을 품고 무너진 성벽 앞에서 울며 기도하는 한 사람, 바로 느헤미야 같은 사람이 있다면, 하나님은 그 사람을 통해 역사를 다시 일으키십니다.
하나님은 말씀하십니다. “내가 이 땅을 위하여 성을 쌓으며 성 무너진 데를 막아서서 내 앞에 서서 간구할 사람을 그들 중에 찾다가 얻지 못하였으므로”(에스겔 22:30). 오늘날 이 시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님은 여전히 무너진 성벽을 바라보며 간구하는 사람을 찾고 계십니다.
우리는 어디에 있든지 느헤미야처럼 하나님의 백성을 위해 마음을 쏟고, 그들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삼아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수산 궁에 살고 있었던 느헤미야가 고국의 형편을 듣고 금식하며 기도했던 것처럼, 우리도 이 땅과 민족, 교회를 위해 간절히 중보하는 자들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히브리서 11장 16절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그들이 이제는 더 나은 본향을 사모하니 곧 하늘에 있는 것이라 이러므로 하나님이 그들의 하나님이라 일컬음 받으심을 부끄러워하지 아니하시고 그들을 위하여 한 성을 예비하셨느니라.” 우리의 본향은 이 세상이 아니라 하늘에 있습니다. 그 본향을 사모하며, 하나님 나라가 회복되기를 기도하며 살아가는 여러분 되시기를 바랍니다.
이제 우리 각자가 느헤미야처럼 기도의 자리에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무너진 성벽을 바라보고, 눈물로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그 사람, 그 기도, 그 믿음을 하나님은 결코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주님의 부르심 앞에 응답하며, 무너진 것을 다시 세우는 하나님의 도구로 쓰임받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