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라 9장 13-15절
“우리의 악한 행실과 큰 죄로 말미암아 이런 일들을 당하였사오나, 우리 하나님이 우리 죄악에 따라 버리지 아니하시고, 이만큼 남은 자를 남겨 주셨사오니 우리가 어찌 다시 주의 계명을 저버리고 이 가증한 백성과 통혼하여 주의 진노가 우리를 멸하시고 남아 피한 자가 없도록 하시지 않도록 할 수 있으리이까?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여, 주는 의로우시니 우리가 이같이 남아서 피한 것이 오늘과 같사오니, 보소서, 우리는 죄 가운데에 있사오매 주 앞에서는 감히 한 사람도 서지 못하겠나이다.” (에스라 9:13-15)
오늘 우리가 함께 묵상할 말씀은 에스라 9장의 마지막 부분입니다. 이 본문은 에스라의 기도의 결론이며, 그 전체 내용을 요약하고 마무리짓는 깊은 회개의 고백입니다. 그는 백성의 죄악을 철저히 자복하며, 하나님의 의로우심 앞에 어떤 변명도 없이 엎드려 하나님의 처분만을 기다리는 겸손한 태도로 기도를 마칩니다.
에스라는 먼저, 과거 이스라엘 백성이 당한 고난과 멸망이 자신들의 죄악 때문이었음을 인정합니다.
“우리의 악한 행실과 큰 죄로 말미암아 이런 일들을 당하였사오나…” (13절)
그는 하나님의 징계가 불공평하다고 불평하거나, 상황을 탓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하나님의 징계가 합당하고 정당했음을 고백합니다.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완전히 멸하지 않으시고 남은 자를 남겨주셨다는 은혜를 깊이 감사하며 회고합니다. 이는 하나님의 징계 속에서도 여전히 긍휼과 자비가 흐르고 있었음을 인식한 고백입니다.
그리고 에스라는 이러한 하나님의 은혜를 알고도 다시 죄를 반복한 현실을 깊이 자책합니다.
“우리가 어찌 다시 주의 계명을 저버리고 이 가증한 백성과 통혼하여…” (14절)
하나님의 자비를 헛되게 만든 이스라엘의 반복된 죄, 그로 인한 부끄러움과 두려움이 에스라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는 지금 당장이라도 하나님의 진노가 다시 임하여 “남아 피한 자가 없도록” 멸망당해도 마땅하다는 각오로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에스라는 다음과 같이 고백합니다.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여, 주는 의로우시니 우리가 이같이 남아서 피한 것이 오늘과 같사오니, 보소서, 우리는 죄 가운데에 있사오매 주 앞에서는 감히 한 사람도 서지 못하겠나이다.” (15절)
이 고백은 참된 회개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그는 어떤 변명도 하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책임으로 돌리지도 않습니다. 오직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공동체가 서 있을 자격이 없음을 겸손히 고백합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하나님의 성품, 곧 “주는 의로우시니…”라는 고백을 통해 하나님의 공의와 자비를 동시에 붙듭니다. 이것이야말로 중보자의 기도이며, 말씀 앞에 자신을 온전히 낮추는 경건한 성도의 자세입니다.
우리는 종종 죄를 지으면서도 그 죄의 심각성을 가볍게 여기고, 하나님 앞에 설 수 있다고 착각합니다. 그러나 에스라는 죄 앞에서 두려워할 줄 알았고, 죄의 결과에 대해 철저히 자책할 줄 알았으며, 하나님의 은혜 앞에 감히 얼굴을 들지 못할 만큼 겸손한 자였습니다.
이러한 에스라의 기도는 오늘 우리에게도 귀한 본보기가 됩니다. 우리의 삶에도 여러 번의 은혜가 있었고, 회복의 기회를 주신 하나님의 손길이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다시 옛 습관으로, 옛 죄악으로 돌아가고 있다면, 에스라처럼 하나님의 의로우심 앞에 엎드려야 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처분만을 기다리는 자세로, 다시 말씀 앞에 서야 합니다.
사도 바울도 로마서 7장 24-25절에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께 감사하리로다.”
우리도 결국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가 아니고서는 하나님 앞에 설 수 없는 자들입니다. 그렇기에 더욱더 우리는 은혜 앞에서 겸손히 무릎을 꿇어야 합니다.
“보소서, 우리는 죄 가운데에 있사오매 주 앞에서는 감히 한 사람도 서지 못하겠나이다.” (에스라 9:15)
이 말씀이 우리의 기도가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결코 자격이 있어서 하나님 앞에 서는 것이 아닙니다. 그분의 은혜로, 그분의 자비로 서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늘도 겸손하게, 진실하게 죄를 자복하며, 하나님의 뜻을 기다리는 저와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