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라 93-4

내가 이 일을 듣고 속옷과 겉옷을 찢고 머리털과 수염을 뜯으며 기가 막혀 앉았더니, 이에 이스라엘 하나님의 말씀으로 말미암아 떠는 자가 사로잡혔던 자들의 죄악 때문에 다 내게로 모여오더라. 내가 저녁 제사 드릴 때까지 기가 막혀 앉았더니.”

 

에스라 93절과 4절의 말씀을 중심으로, 공동체의 죄악을 마주한 에스라의 반응과 그 모습을 통해 우리 신앙인의 자세에 대해 함께 살펴보기를 원합니다. 이 본문은 단지 한 지도자의 감정적 반응을 넘어, 하나님의 뜻을 아는 자가 죄악 앞에서 어떤 마음을 품어야 하는지를 강력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자손들이 가나안 족속과의 통혼이라는 중대한 죄를 범하였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에스라는 단순히 말로 안타까움을 표현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즉시 자신의 속옷과 겉옷을 찢고, 머리털과 수염을 뜯으며, 그 자리에 기가 막혀 주저앉았습니다(3). 이 행동은 고대 중동 사회에서 극도의 슬픔과 분노, 충격을 표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마치 여호수아가 아간의 죄로 인해 이스라엘이 아이성에서 패한 후, 옷을 찢고 하나님 앞에 엎드렸던 것처럼(7:6), 에스라 역시 백성의 죄를 자신의 아픔으로 안고 하나님 앞에 반응한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에스라가 자신이 범하지 않은 죄에 대해 이처럼 깊이 반응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는 이 죄를 단순히 남의 잘못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자신도 그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그들의 죄를 공동의 책임으로 느끼고, 그 죄의 무게를 온 몸으로 감당한 것입니다. 이것은 에스라가 가지고 있던 강한 공동체 의식과 영적 책임감을 보여줍니다.

 

오늘날 우리 시대에 이러한 영적 책임감을 지닌 성도가 얼마나 있을까요? 우리는 종종 남의 죄를 비판하거나 지적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그 죄로 인해 하나님께 나아가 눈물 흘리며 중보하고 회개하는 일에는 무감각해져 있지 않습니까? 에스라는 다른 사람이 저지른 죄를 두고도 기도하며 앉아 있었습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사람의 모습입니다.

 

4절은 에스라가 슬퍼하고 있을 때 그에게 모여든 사람들에 대해 말합니다. 이에 이스라엘 하나님의 말씀으로 말미암아 떠는 자가다 내게로 모여오더라.” 여기서 하나님의 말씀으로 말미암아 떠는 자, 하나님의 말씀을 진정으로 경외하며, 말씀의 무게를 아는 자들을 의미합니다. 이들은 단지 율법 조항을 아는 지식인이 아니라, 그 말씀이 무너졌을 때 함께 마음 아파하고 회개하며, 하나님 앞에서 떨 줄 아는 경건한 자들이었습니다.

 

이들이 에스라 곁으로 모여왔다는 사실은 매우 큰 위로입니다. 에스라가 슬픔과 분노 속에 홀로 무너져 있던 그 순간, 같은 마음을 품은 자들이 있었고, 그들은 그 죄에 동참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함께 아파하며 바라보고 있었던 이들이었습니다. 이들은 단지 구경꾼이 아니라, 에스라와 함께 죄악 앞에 무너져 눈물 흘릴 줄 아는 남은 자들이었습니다.

 

오늘날 교회도 이와 같은 자들이 필요합니다. 말씀 앞에서 떨 줄 아는 자들, 세상의 죄에 무감각하지 않고 하나님 앞에 눈물 흘리며 공동체의 회복을 간구할 줄 아는 사람들, 바로 그런 이들이 하나님의 진정한 회복의 불씨가 됩니다. 죄를 감추려 하지 않고, 슬퍼할 줄 아는 영적 감수성이 회복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부흥의 시작입니다.

 

에스라의 모습은 우리 모두가 회복해야 할 신앙인의 표본입니다. 죄 앞에서 무감각하지 않고, 옷을 찢고 수염을 뜯으며, 하나님 앞에 맨몸으로 엎드리는 그 마음그것이 하나님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또한 에스라 곁에 모인 말씀으로 떠는 자들은 하나님의 회복 사역에 동참할 준비가 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공동체의 슬픔을 함께 나누고, 죄에 대한 고통을 함께 짊어진 자들이었습니다.

 

이 시대에도 하나님께서는 이러한 자들을 찾고 계십니다. 교회의 울타리가 무너지고, 말씀의 권위가 흔들리고, 신앙의 경계가 무너지는 시대 속에서, 하나님은 말씀 앞에서 떨며, 공동체의 죄를 안고 눈물로 중보하는 사람들을 통해 회복의 역사를 시작하십니다.

 

내가 이 일을 듣고 속옷과 겉옷을 찢고 머리털과 수염을 뜯으며 기가 막혀 앉았더니” (에스라 9:3)

 

이 말씀이 단지 에스라 한 사람의 반응이 아니라, 오늘 우리 모두의 반응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주님 앞에 다시 마음을 찢으며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에스라처럼 공동체를 품고, 하나님 앞에 울 줄 아는 사람이 되어, 이 땅의 무너진 신앙의 울타리를 다시 세우는 저와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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