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라 9장 1-2절
“이 일 후에 방백들이 내게 나아와 이르되 이스라엘 백성과 제사장들과 레위 사람들이
가나안 사람들과 헷 사람들과 브리스 사람들과 여부스 사람들과 암몬 사람들과 모압 사람들과 애굽 사람들과 아모리 사람들의 가증한 일을 행하여 그들과 통혼하되, 그들의 딸을 맞아 아내로 삼고 자기 딸을 그들의 아들에게 주어서 거룩한 씨가 그 지방 백성과 섞이게 하였으며 방백들과 고관들이 이 죄에 먼저 가담한 자가 되었나이다.” (에스라 9:1-2)
이 본문은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온 이후, 예루살렘 공동체 내에서 발생한 매우 심각한 신앙의 타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에스라는 오랜 포로 생활을 마치고 5월 초에 예루살렘에 도착하였습니다. 그리고 도착 직후, 하나님께 예물을 드리고 번제를 올리는 등 경건한 모습으로 사역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몇 달이 지난 9월경, 에스라에게 매우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지게 됩니다. 공동체 내의 일부 방백들이 찾아와서 제사장과 레위 사람들을 포함한 많은 이들이 이방 민족들과 통혼하고 있다고 고백한 것입니다.
본문에 등장하는 가나안 족속, 헷 사람, 브리스 사람, 여부스 사람, 암몬 사람, 모압 사람, 애굽 사람, 아모리 사람들은 구약성경에서 우상 숭배와 부정함의 상징으로 묘사된 민족들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모세를 통해 이들과의 결혼을 엄격히 금하셨습니다. 신명기 7장 3-4절에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들과 혼인하지 말며 네 딸을 그들의 아들에게 주지 말고 그들의 딸도 네 며느리로 삼지 말라. 그가 네 아들을 유혹하여 그가 여호와를 떠나고 다른 신들을 섬기게 하므로…”
하나님께서는 단지 민족 간의 혼인을 문제 삼으신 것이 아니라, 그들을 통해 들어올 우상숭배와 세속화의 위험을 경고하셨던 것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예루살렘 공동체는 그 경계를 무너뜨렸고, 그 일에 앞장선 자들이 바로 방백들과 고관들, 곧 공동체의 지도자들이었습니다. 말씀을 가장 앞장서서 지켜야 할 이들이 먼저 타락한 것입니다.
그러나 감사한 것은, 그런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 앞에서 바르게 서 있기를 원했던 소수의 방백들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들은 에스라에게 이 사실을 알리며, 공동체의 죄악에 대해 외쳤습니다. 그들의 외침은 단순한 고발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간절한 호소였고, 회복을 위한 눈물 섞인 외침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의 현실은 어떠합니까? 현대의 교회와 성도들은 이방 문화와 사상의 물결 속에서 얼마나 분별력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까? 하나님의 말씀보다 세상의 가치와 이익을 더 따르고 있지는 않습니까? 말씀을 아는 자들이 먼저 타협하고, 지도자들이 앞장서 세상과 짝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바울 사도는 고린도후서 6장 14-17절에서 우리에게 이렇게 권면합니다.
“너희는 믿지 않는 자들과 멍에를 함께 메지 말라… 그러므로 너희는 그들 중에서 나와 따로 있고 부정한 것을 만지지 말라…”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거룩한 백성’으로 부르셨습니다. 구별됨은 단순한 외형이 아니라,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는 삶으로 나타나야 합니다. 세상과 똑같은 말과 행동을 하면서 교회 안에 있다고 해서 구별된 것이 아닙니다. 마음과 삶이 하나님께 속한 자로서 구별되어야 참된 하나님의 백성입니다.
에스라에게 나아온 방백들처럼, 오늘 우리도 무너진 신앙의 울타리를 다시 세워야 합니다. 타락의 현실을 애써 외면하거나 침묵하지 말고,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진실하게 나아가야 합니다. 고통스럽고 불편할지라도, 죄를 드러내고 회개하며 정결함을 회복하는 것이 하나님의 은혜를 다시 누리는 첫걸음이기 때문입니다.
에스라 9장의 이 말씀은 단지 옛 이스라엘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습니다. 오늘 우리 교회와 우리 가정, 그리고 우리 개인의 신앙을 돌아보게 하는 거울입니다. 거룩한 씨가 이방과 섞이지 않도록, 우리의 자녀들이 말씀 위에 서서 다음 세대를 이어갈 수 있도록, 우리는 먼저 자신을 돌아보고 결단해야 합니다.
지금 이 시대는 진리를 향해 외치는 ‘방백’과 같은 자들을 필요로 합니다. 말씀 앞에 서서, 죄를 죄로 부르며, 하나님 앞에 거룩함을 회복하고자 외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있어야 교회는 다시 살아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그 외침을 이어받아, 무너진 신앙의 울타리를 다시 세우고,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정결한 공동체를 이뤄가기를 소망합니다.
“거룩한 씨가 그 지방 백성과 섞이게 하였으며…” (에스라 9:2)
이 말씀이 오늘 우리 안에 경고가 아니라, 회복의 시작이 되기를 바랍니다. 주님 앞에 무너진 것을 솔직히 고백하며, 거룩함을 다시 세워가는 하나님의 백성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