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20장 11절
"또 내가 크고 흰 보좌와 그 위에 앉으신 이를 보니 땅과 하늘이 그 앞에서 피하여 간 데 없더라." (요한계시록 20:11)
사도 요한은 마지막 때에 펼쳐질 엄숙하고 두려운 심판의 광경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오늘 말씀은, 심판의 보좌에 하나님께서 친히 앉아 계신 모습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신약성경 곳곳에서 재판장이 예수 그리스도이심을 보아왔습니다. 예를 들어, 마태복음 25장 31절에서는 인자가 영광의 보좌에 앉아 모든 민족을 심판하신다고 하셨고, 요한복음 5장 22절에서도 "아버지께서 아무도 심판하지 아니하시고 심판을 다 아들에게 맡기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사도행전 17장 31절은 "하나님이 정하신 사람으로 하여금 세상을 공의로 심판하시려고" 재림하실 것을 말씀합니다.
그렇다면 오늘 본문에서는 왜 하나님께서 직접 재판장이 되어 계신 것처럼 묘사되고 있을까요?
첫 번째 이유는, 아버지 하나님과 아들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이시기 때문입니다. 우리 주님께서는 요한복음 10장 30절에서 "나와 아버지는 하나이니라"라고 분명히 선포하셨습니다. 요한복음 14장에서도 예수님은 "나를 본 자는 아버지를 본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심판하신다고 표현되었든, 예수 그리스도께서 심판하신다고 표현되었든 본질적으로 차이는 없습니다. 심판의 권세는 아버지와 아들께 함께 속해 있습니다.
이 점은 사도 바울의 표현에서도 분명히 드러납니다. 로마서 14장 10절에서는 "우리가 다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서리라"고 했고, 고린도후서 5장 10절에서는 "우리가 다 반드시 그리스도의 심판대 앞에 드러나리라"고 했습니다. 동일한 사건을 두 가지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아버지와 아들, 하나님과 그리스도가 하나이심을 나타내는 증거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요한계시록이 전체적으로 유대적인 사고방식과 표현을 많이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약 시대 유대인들의 사고 속에서는 하나님만이 거룩하시고, 하나님만이 인류를 심판하실 수 있는 유일한 분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하나님은 감히 접근할 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셨고, 심판의 권세도 오직 하나님께만 속해 있었습니다. 사도 요한이 이런 유대적 정서를 가진 사람들에게 이 계시를 전하기 위해 하나님의 직접적인 심판자로서의 모습을 강조한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본문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심판의 주체가 하나님이냐 예수 그리스도냐 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최후 심판이 반드시 하나님과 그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권위 아래 공의롭고 거룩하게 이루어진다는 사실입니다. 에스겔서 7장 8절은 "이제 내가 속히 분을 네게 쏟으며 네 행위대로 너를 심판하여 네 모든 가증한 일을 갚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심판은 우리의 행위와 진실을 따라 완전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질 것입니다. 베드로전서 1장 17절에서도 "외모로 보시지 않고 각 사람의 행위대로 심판하시는 이를 너희가 아버지라 부른즉..."이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최후 심판대 앞에 서게 될 우리 모두는 지금 이 땅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겠습니까? 고린도후서 5장 10절은 우리 모두가 "각자 자기가 행한 것을 따라 선악 간에 보응을 받으리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믿음 안에서 사랑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하나님의 공의로운 심판대 앞에서 칭찬받는 충성된 종이 되기 위해, 우리의 모든 행실을 날마다 말씀에 비추어 돌아보고 점검해야 합니다.
요한복음 5장 29절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선한 일을 행한 자는 생명의 부활로, 악한 일을 행한 자는 심판의 부활로 나오리라." 또한 갈라디아서 5장 6절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는 할례나 무할례나 효력이 없으되 사랑으로써 역사하는 믿음뿐이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믿음은 사랑으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 사랑은 심판대 앞에서 우리의 변호인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공의로운 심판을 두려워해야 할 이유는, 그 심판이 단순히 죄를 벌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거룩과 영광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사랑이시지만, 동시에 거룩과 공의의 하나님이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땅에서 오직 하나님만을 두려워하고, 그분 앞에서 바른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상급과 영광을 바라보며 살아갑시다. 요한계시록 22장 12절에서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보라 내가 속히 오리니 내가 줄 상이 내게 있어 각 사람에게 그의 일한 대로 갚아 주리라.“
우리는 언젠가 크고 흰 보좌 앞에 서게 될 것입니다. 그 날을 두려움으로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기쁨과 소망으로 맞이하기 위해, 오늘도 믿음으로 살고, 사랑으로 행하며, 말씀 안에 거하는 복된 성도들이 되시기를 간절히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