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서 3장 21절
“사람의 영은 위로 올라가고 짐승의 영은 아래 곧 땅으로 내려가는 줄을 누가 알랴” (전 3:21)
전도서 3장 21절은 인간의 삶과 죽음, 그리고 영혼의 최종적인 운명에 대해 신학적 깊이를 가진 질문을 던지는 말씀입니다. 이 구절은 단순히 철학적 회의로 읽힐 수도 있으나, 실제로는 인간 존재의 연약함과 이성의 한계, 그리고 하나님 앞에서의 경외심을 표현한 귀한 말씀입니다.
전도서 3장은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 만사가 다 때가 있다”는 선언으로 시작되어, 인생의 다양한 국면들을 하나님이 정하신 섭리 가운데 바라보도록 인도합니다. 이어지는 말씀에서는 인간과 짐승이 동일하게 흙에서 나와 흙으로 돌아간다는 점을 언급하며, 육체적 생명의 한계와 유한함을 강조합니다(전 3:20). 그 연장선상에서 21절은 “사람의 영은 위로 올라가고 짐승의 영은 땅으로 내려가는 줄을 누가 알겠느냐?”는 물음을 통해, 인간과 짐승의 본질적인 차이와 죽음 이후의 영적 실재에 대해 묻고 있는 것입니다.
히브리어 원어를 보면 “알랴(יֹודֵעַ)”라는 표현은 ‘확실히 안다’기보다는, 인간이 알 수 없는 차원의 문제임을 강조하는 표현입니다. 곧 이 질문은 “그 차이를 인간의 지혜로 단정할 수 있느냐?”는 의미이며, 창조주 하나님 앞에서 피조물로서 갖춰야 할 겸손과 경외의 자세를 우리에게 일깨워 줍니다.
이 말씀은 “사람은 영원한 존재인가?”, “짐승과의 차이는 무엇인가?”와 같은 고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실존적 질문에 답을 추구하게 합니다. 본문을 겉으로만 보면, 마치 솔로몬이 사람과 짐승의 영이 다를 바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이는 전도서 전체의 문맥과 신구약 성경의 진리를 종합하여 보아야 합니다.
창세기 2:7에서는 “여호와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그 코에 생기를 불어넣으시니 생령이 되었다”고 하였고, 전도서 후반(12:7)에서는 “흙은 여전히 땅으로 돌아가고, 영은 그것을 주신 하나님께로 돌아간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전도서 3:21은 단순한 회의가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과 섭리를 아는 자만이 진리의 결론을 깨달을 수 있다는 경건한 깨우침입니다.
초대 교부들은 이 구절을 다음과 같이 해석했습니다. 오리게네스는 인간의 영혼은 하나님의 숨결로부터 왔기 때문에 하늘로 돌아가는 것이 합당하다고 보았습니다. 어거스틴은 인간이 하나님께 속하지 않은 삶을 살면 짐승과 다를 바 없으나, 하나님을 경외하는 삶을 살 때 영혼은 위로 향하게 된다고 가르쳤습니다. 이들은 모두 인간의 영이 신적 근원으로부터 왔고, 다시 그 근원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 말씀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성도들에게 매우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사람은 육신만의 존재가 아니며, 그 안에는 하나님의 생기가 들어간 영적 존재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삶의 매 순간, 육의 본능에 이끌려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영으로 하나님을 향하여 살아갈 것인가를 결정해야 합니다. 세속적 가치관은 인간을 짐승과 같은 존재로 격하시키고 생물학적 생존에만 몰두하게 만들지만, 성경은 인간을 하늘의 것을 사모하는 존재, 하나님을 바라보며 살아야 할 존재로 부르십니다.
그러므로 전도서 3:21의 질문은 오늘 우리에게 삶의 방향성을 재정비하라는 영적 경고음이며, 동시에 하나님을 경외하는 삶만이 진정 위를 향하는 삶임을 가르쳐 줍니다. 이 질문은 단순히 “누가 알겠느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묻고 하나님께로 나아가는 자만이 알 수 있다”는 깊은 진리로 이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