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4:24–26
“여호와께서 길에서 숙소에 있을 때에 그를 만나서 그를 죽이려 하신지라
십보라가 돌칼을 가져다가 그 아들의 포피를 베어 그의 발에 갖다 대며 이르되
당신은 참으로 내게 피남편이로다 하니
여호와께서 그를 놓아주시니라. 그때에 십보라가 피남편이라 함은 할례 때문이었더라.”
1. 역사적 배경
이 본문은 모세가 미디안 광야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애굽으로 내려가는 여정 중에 발생한 사건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그를 막으시고 죽이려 하신다는 전혀 예기치 못한 묘사가 등장합니다.
배경 맥락: 출애굽기 3장에서는 하나님께서 모세를 부르시고, 4장에서는 그가 사명에 대한 여러 변명을 한 뒤 결국 순종하여 애굽으로 가는 장면입니다.
하지만 이 여정 중, 하나님은 갑자기 죽이려 하시는 행동을 보이십니다. 이는 모세의 영적 자격 미달을 드러내며, 하나님의 언약을 소홀히 여긴 데 대한 즉각적인 심판이자 훈련이기도 합니다.
2. 원어 분석
“그를 죽이려 하신지라” – 히브리어 וַיְבַקֵּשׁ ה' לַהֲמִיתוֹ (바예바케쉬 야훼 라하미토)
직역하면 “여호와께서 그를 죽이려 하셨다”는 뜻. ‘그’가 누구인지 문맥상 모세로 보며, 하나님께서 실제로 죽음에 이를 만큼의 병이나 공격을 하신 것으로 이해됩니다.
“피남편(חתן דמים, 하탄 다밈)”
‘하탄’은 ‘신랑, 남편’, ‘다밈’은 ‘피’로서, 직역하면 ‘피의 남편’이라는 뜻입니다.
십보라가 이 말을 한 맥락은, 할례를 통해 남편(모세)을 피로 되찾았다는 의미, 혹은 할례 피로 인해 남편이 살아났다는 신앙적 고백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의 발에 갖다 대다”
여기서 ‘발’은 문자 그대로 이해되기도 하지만, 히브리 문화에서 생식기 은유로 쓰이기도 했습니다(예: 사사기 3:24). 즉, 할례받지 않은 부분에 포피를 상징적으로 접촉시킨 행위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3. 교부들의 해석
초대 교부들과 중세 주석가들은 이 구절을 다음과 같이 해석하였습니다.
(1) 십보라의 믿음과 순종 강조
오리게네스와 요한 크리소스토무스는 이 사건을 통해 아내 십보라가 남편을 살리기 위해 즉각적인 믿음의 행동을 취한 장면으로 해석하였습니다.
남편이 사명을 받았지만 순종하지 않은 가운데, 가정의 신앙 책임이 아내에게 전가된 상황을 보여준다고 설명합니다.
(2) 언약의 표 할례를 소홀히 한 죄
어거스틴과 베다는, 모세가 아들들에게 할례를 시키지 않은 채 하나님의 일을 감당하려 했기에 하나님께서 심판하셨다고 봅니다.
창세기 17장에서 아브라함과 맺은 할례의 언약을 지키지 않은 자는 ‘백성 중에서 끊어질 것’이라 하신 말씀의 실현입니다.
(3) 선지자와 사역자의 자격에 대한 경고
루터는 모세가 “위대한 사명을 맡은 자”였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명령 하나를 어긴 것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 보여주는 장면으로 이해하였습니다.
4. 현대적 적용
이 사건은 오늘날 사역자들과 모든 성도들에게 깊은 영적 교훈을 줍니다.
(1) 하나님의 사명을 맡은 자는 먼저 자기 가정을 바로 세워야 합니다
모세는 하나님의 사자를 만났지만 **가정에서의 순종(아들에게 할례 시행)**을 소홀히 여겼습니다.
➤ 이는 오늘날 목회자나 리더의 영적 권위는 가정의 신실함에서부터 시작됨을 가르칩니다.
(2) 언약에 대한 철저한 순종이 요구됩니다
하나님은 자신의 언약, 곧 **말씀의 표징(할례)**을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으십니다.
➤ 오늘날 성도들에게 있어 세례, 성찬, 말씀에 대한 존중과 경외심은 하나님과의 언약을 지키는 표징입니다.
(3) 아내 십보라의 믿음과 역할
가정 안에서 아내의 영적 민감성과 신앙의 행동은 때로 남편보다 더 빠르고 강력할 수 있으며, 하나님은 그러한 행동을 통해 가정을 살리십니다. ➤ 이는 오늘날 가정 사역, 믿음의 유산, 자녀 신앙교육의 중요성을 다시금 조명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