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6:1–4
“사람이 땅 위에 번성하기 시작할 때에 그들에게서 딸들이 나니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의 아름다움을 보고 자기들이 좋아하는 모든 여자를 아내로 삼은지라...”
1. 역사적 배경
창세기 6장은 노아의 홍수 심판이 일어나기 직전 세상의 타락과 부패를 서술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하나님의 아들들"과 "사람의 딸들"의 결합은 그 시대 사람들의 도덕적, 영적 타락의 전형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당시 메소포타미아 문화와도 연결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고대 근동 신화에는 종종 신들이 인간 여성과 관계를 맺는 이야기가 등장하며, 이러한 이야기가 성경의 배경적 맥락에서 사람들에게 이해되기 쉬운 이미지로 표현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유대 전통에서는 이러한 구절을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위배한 일로 해석하며, 이것이 하나님의 심판(홍수)의 이유로 이어집니다.
당시 **노아 이전의 시대(선洪수시대)**는 인간의 수명이 길고, 하나님의 영이 더 이상 사람과 함께하지 않겠다는 말씀(3절)이 나오듯이 인간의 타락이 절정에 이른 시대입니다.
2. 원어 분석
"하나님의 아들들": 히브리어로 “בְּנֵי הָאֱלֹהִים (베네 하엘로힘)”
이는 일반적으로 “엘로힘의 아들들”이라는 뜻이며, 성경에서 이 표현은 특별한 존재들을 지칭할 때 사용됩니다.
같은 표현이 욥기 1:6, 2:1, 38:7에서도 등장하며, 이 경우는 **하늘의 존재들(천사들)**을 의미합니다.
"사람의 딸들": 히브리어 “בְּנוֹת הָאָדָם (브노트 하아담)”
이는 인류 전체의 딸들이란 뜻이며, 특별히 경건하지 않은 혈통으로 구분되지는 않습니다.
"네피림(giants)": 히브리어 "נְפִילִים (네피림)"
이는 “떨어진 자들”, 또는 “타락한 자들”이라는 뜻을 갖고 있으며, 신체적으로 큰 존재(거인) 또는 도덕적으로 타락한 자들로 이해됩니다.
3. 교부들의 해석
초대 교부들과 중세 신학자들은 이 구절을 다양하게 해석하였습니다. 대표적인 해석은 다음 세 가지입니다:
(1) 천사론적 해석 (타락한 천사설)
유대 문헌(에녹서, 욥기 등) 및 일부 초대 교부들(예: 터툴리안, 유스티누스 순교자)은 '하나님의 아들들'을 타락한 천사로 보았습니다.
이들이 사람의 딸들과 성적인 관계를 맺어 거인 네피림을 낳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해석은 마태복음 22:30에서 예수님이 "천사는 장가도 시집도 가지 않는다"고 하신 말씀과 충돌되는 측면이 있어, 후대에는 신중히 접근함.
(2) 경건한 계열 해석 (셋의 후손설)
어거스틴, 요한 크리소스토무스 등은 ‘하나님의 아들들’을 셋의 후손, 즉 경건한 계보로 보았고, ‘사람의 딸들’을 가인의 후손, 즉 불경건한 계열로 보았습니다.
이는 창세기 4장과 5장의 족보 연결을 통해 이해하며, 믿음의 족보와 세속의 족보가 뒤섞인 결과로 인한 타락으로 해석합니다.
(3) 왕족설 또는 권력자 해석
일부 유대 전통과 중세 주석가들은 '하나님의 아들들'을 당시 신적인 권위를 주장하던 왕들이나 귀족 계급으로 해석하였습니다.
이는 고대 근동에서 왕을 신의 아들로 묘사하던 관습에 근거합니다.
4. 현대적 적용
이 구절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여러 가지 신학적, 실천적 교훈을 줍니다.
(1) 영적 혼합주의에 대한 경고
믿음의 계보가 세속적 가치와 결합할 때, 타락과 심판이 따르게 된다는 교훈은 오늘날 믿는 자의 결혼, 신앙과 문화의 혼합, 교회의 세속화 문제와 깊이 연결됩니다.
(2) 하나님의 심판은 현실적이다
인간의 타락은 단순한 도덕적 실패가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 질서와 통치 권한을 거스르는 영적 반역으로, 결국 **심판(홍수)**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3) 정체성을 지켜야 할 시대
이 시대의 성도들도 "하나님의 자녀"라는 정체성을 지키며 살아야 하며, 영적 정결성과 믿음의 계보를 유지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