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16장 3절
“둘째 천사가 그 대접을 바다에 쏟으매 피같이 된 피가 되니 바다 가운데 모든 생물이 죽더라” (요한계시록 16:3)
본문을 통해 둘째 대접 재앙을 중심으로 하나님의 공의로운 심판과, 그 속에서 발견되는 하나님의 뜻을 깊이 묵상해보고자 합니다. 본문에 등장하는 이 재앙은, 천사가 둘째 대접을 바다에 쏟았을 때, 바다의 물이 죽은 자의 피처럼 변하고, 그 안에 있는 모든 생물이 죽었다는 무서운 내용입니다. 이는 단지 자연재해의 차원을 넘는 영적이고 심판적인 선언입니다.
이 장면은 먼저 출애굽기 7장 17-21절에 등장하는 모세가 애굽에 내렸던 첫 번째 재앙, 곧 나일강의 물이 피로 변했던 사건을 떠오르게 합니다. 그 당시 애굽의 생명줄이었던 나일강이 피로 변함으로써, 사람도 짐승도 마실 수 없게 되었고, 물속의 생물들이 죽었으며, 온 땅에 악취가 가득 찼습니다. 애굽은 경제와 삶의 근간이 무너지는 재앙을 경험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요한계시록에서 둘째 대접이 쏟아질 때 바다의 물이 피로 변했다는 것은, 이 세상 체계의 생명력과 공급의 원천이 무너지는 심판을 뜻합니다.
또한 이 재앙은 요한계시록 8장 8절에서 등장한 둘째 나팔 재앙과도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둘째 나팔 재앙 때에는 “불붙는 큰 산과 같은 것”이 바다에 던져졌고, 그 결과 바다의 삼분의 일이 피가 되었으며, 삼분의 일의 생물들이 죽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본문인 둘째 대접의 재앙에서는 그 범위가 더 확장되어, 바다의 모든 생물들이 죽는 전면적인 재앙으로 나타납니다. 이는 하나님의 심판이 점점 더 완전하고 철저해져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여기서 바다는 단순히 물리적인 바다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성경에서 바다는 종종 혼돈과 악의 세력, 거짓 교리와 우상숭배, 그리고 세상의 권세와 체계를 상징합니다. 특히 요한계시록에서는 짐승이 바다에서 올라오는 것으로 묘사되는데(계 13:1), 이것은 바다가 세속적 권력과 타락한 세상을 대표한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합니다.
따라서 바다가 피로 변하고, 그 안의 생물이 모두 죽었다는 것은 이 세상의 우상숭배적 체계와 거짓된 권세가 하나님의 심판 아래 완전히 붕괴된다는 선언입니다. 이 재앙은 짐승의 표를 받은 자들과, 하나님을 대적하며 세상의 권세를 따라 살아간 자들에게 임하는 정의로운 심판입니다. 그들은 스스로의 힘과 세상의 번영을 의지하였지만, 그들이 의지했던 바다가 피로 물들고, 그 안에 있던 생명도 모두 사라지는 것입니다. 그것은 하나님 없이 살아가는 자들의 마지막 결말입니다.
이 무서운 재앙은 하나님의 공의가 실현되는 장면이지만, 동시에 하나님의 백성에게는 심판에서의 구원과 위로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성경은 분명히 말합니다. 이 재앙은 짐승의 표를 받은 자들에게 임한 것이며, 하나님 안에 있는 성도들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로마서 8장 17절에서 바울은 “우리가 그와 함께 영광을 받기 위하여 고난도 함께 받아야 할 것이니라”고 하였고, 고린도후서 4장 17절에서는 “우리가 잠시 받는 환난의 경한 것이 지극히 크고 영원한 영광의 중한 것을 우리에게 이루게 함이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리스도인도 이 땅에서 고난을 받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고난은 심판이 아니라 연단이며, 멸망이 아니라 영광의 준비 과정입니다. 성도는 하나님의 진노를 피할 뿐만 아니라, 그분의 자비 안에서 보호받는 존재입니다. 빌립보서 4장 14절에서 바울이 말했듯이, 우리는 그리스도의 고난에 참여함으로 하나님의 위로와 능력을 체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여러분, 이 말씀을 통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신앙적 결단을 새롭게 해야 합니다.
첫째, 세상의 체계에 소속되지 말고, 하나님께 속한 자로 살아가야 합니다.
바다는 이 세상의 구조와 흐름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그 바다에 삶을 의탁해서는 안 됩니다. 오직 생명의 근원이신 하나님께 소속되어야만 합니다.
둘째, 짐승의 표를 받지 않는 거룩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짐승의 표는 단지 외적인 표시가 아니라, 세상을 따르고 하나님을 거절하는 내적인 태도와 선택입니다. 우리는 날마다 회개하고 말씀에 순종함으로 하나님의 인침을 받은 자로 살아야 합니다.
셋째, 지금은 은혜의 때임을 기억하고 복음 전파에 힘써야 합니다.
하나님의 진노가 임하기 전, 우리는 이 경고를 듣고 회개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구원의 길을 알리는 복음의 통로가 되어야 합니다.
둘째 대접의 재앙은 하나님의 창조 세계의 근원이 피로 물드는 무서운 심판입니다. 이는 단지 물리적인 죽음을 넘어서서, 하나님 없이 살아가는 자들이 결국 영적 생명을 잃게 된다는 경고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 속한 자는 이 심판에서 보호받으며, 오히려 고난 가운데서도 영광을 향해 나아가는 소망의 길을 걷게 됩니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가 비록 악과 타락으로 물들어 있을지라도, 우리는 하나님의 백성으로, 세상의 바다가 아닌 생수의 근원이신 하나님을 의지하며 살아야 하겠습니다. 오직 하나님의 말씀과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살아가는 참된 성도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