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15장 5-6절
“또 이후에 내가 보니 하늘에 증거 장막의 성전이 열리며 일곱 재앙을 가진 일곱 천사가 성전으로부터 나와 맑고 빛난 세마포 옷을 입고 가슴에 금 띠를 띠고 나오더라” (요한계시록 15:5-6)
본문은 요한계시록 15장 중에서도 매우 상징적인 장면을 담고 있는 말씀입니다. 앞서 1절에서 사도 요한은 “크고 이상한 이적”으로서 마지막 일곱 재앙을 보았고, 그 재앙을 준비하는 하늘의 모습이 오늘 본문에 이어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본문은 ‘하늘에 증거 장막의 성전이 열리고’ 그로부터 일곱 재앙을 가진 일곱 천사가 나오는 모습을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묘사가 아니라, 하나님의 의로우신 뜻과 심판, 그리고 그 심판의 출처와 정당성을 강력하게 증거하는 영적 상징입니다.
먼저 본문에서 주목해야 할 표현은 ‘증거 장막의 성전’이라는 말입니다. 이 표현은 단순히 어떤 건축물이나 장소를 지칭하는 것이 아닙니다. 구약 시대에 모세가 하나님의 명령을 따라 광야에서 지었던 성막, 그 안에 있었던 지성소, 곧 언약궤가 있는 장소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 언약궤는 하나님의 임재의 상징이며, 그 안에는 십계명이 새겨진 돌판이 들어 있었습니다. 출애굽기 38장 21절, 민수기 9장 15절, 민수기 17장 7절 등에서는 이 ‘증거의 장막’이 하나님과 그의 백성 사이의 언약, 곧 말씀과 율법의 상징이라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러므로 지금 요한계시록에서 ‘증거 장막의 성전이 열렸다’는 표현은 하나님의 보좌, 곧 가장 거룩한 곳, 가장 권위 있는 자리에서 하나님의 심판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선언입니다. 이는 세상의 재앙이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정하신 거룩하고 의로운 계획에 따라, 그분의 율법과 진리의 근거에서 내려지는 심판임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이는 또한 하나님께서 그동안 오래 참으시고, 회개의 기회를 주셨지만, 이제는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심판이 임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표현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증거 장막의 성전’에서 천사들이 나오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그것은 이 재앙이 우연히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하나님의 율법과 언약에 근거한 공의로운 심판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십계명을 품고 있던 언약궤는 하나님의 뜻과 명령을 나타내는 상징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언약궤가 있는 지성소로부터 천사들이 나온다는 것은, 하나님의 심판이 그분의 율법을 어기고 거역한 자들에게 내려지는 공정하고 정당한 심판임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장면을 통해 중요한 교훈을 얻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께서 세상을 심판하실 때, 그 판단 기준은 언제나 그분의 말씀, 곧 율법이라는 사실입니다. 예수님께서도 마태복음 5장 17절에서 “내가 율법이나 선지자를 폐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말라 폐하러 온 것이 아니요 완전하게 하려 함이라”고 말씀하셨고, 이어지는 18절에서는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천지가 없어지기 전에는 율법의 일점일획이라도 결코 없어지지 아니하고 다 이루리라”고 하셨습니다. 율법은 폐기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의 공의와 거룩하심을 드러내는 기준으로서 끝까지 유효하며, 그 말씀에 따라 모든 인간이 심판받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말씀은 우리에게 어떤 신앙적 태도를 요구합니까? 사도 바울은 갈라디아서 3장에서 율법이 우리를 죄로 정죄하는 기능이 있지만, 동시에 그리스도께로 인도하는 초등교사 역할을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율법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회개할 줄 알아야 하며, 또한 그 율법을 완성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 안에 살아야 합니다. 은혜는 율법을 무효화하는 것이 아니라, 율법을 온전히 이루신 그리스도 안에 머무름으로써 율법의 저주에서 벗어나게 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입니다.
본문에서 천사들은 ‘맑고 빛난 세마포 옷’을 입고 있다고 묘사됩니다. 세마포는 구약 시대 제사장이 입었던 옷이며, 거룩함과 정결을 상징합니다. 이는 심판을 집행하는 천사들이 그 어떤 사적인 감정이나 부정함 없이, 하나님의 절대적인 공의와 거룩하심에 따라 이 사역을 수행하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대리자로서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전달하며, 공정하게 집행합니다.
그렇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하나님의 심판이 막연하거나 감정적인 것이 아니라, 철저히 말씀에 기초하고 있으며, 하나님의 거룩함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인격적이시고, 신실하시며, 그분의 말씀은 결코 땅에 떨어지지 않습니다. 율법을 무시한 세대, 하나님의 계명을 가볍게 여기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하나님의 말씀 앞에 서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마태복음 5장 20절에서 “너희의 의가 서기관과 바리새인보다 더 낫지 못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고 하셨습니다. 여기서 주님이 요구하신 ‘의’는 외식적 율법 준수가 아닌, 마음의 중심에서 나오는 진정한 순종과 회개, 그리고 하나님을 향한 전심의 믿음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리스도의 은혜 안에 살아가되, 그 은혜를 방종의 기회로 삼지 말고, 율법을 마음에 새기며, 하나님의 거룩하심에 합당한 삶을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구원은 믿음으로 말미암지만, 믿음은 반드시 행함으로 드러나야 하며, 그 행함은 말씀을 따라 사는 삶으로 나타나야 합니다.
하늘에 있는 증거 장막의 성전은 지금도 열려 있습니다. 그곳에서 하나님의 공의가 선포되고, 마지막 심판을 향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늘의 삶을 가볍게 여기지 말고, 날마다 말씀 앞에 서며,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아가는 거룩한 성도들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그럴 때에 우리는 심판의 날에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하나님의 보좌 앞에 담대히 설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믿음으로 오늘도 주님의 뜻을 이루어드리는 성도들 되시기를 주님의 이음으로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