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15장 1절
“또 하늘에 크고 이상한 다른 이적을 보매 일곱 천사가 일곱 재앙을 가졌으니 곧 마지막 재앙이라 하나님의 진노가 이것으로 마치리로다” (요한계시록 15:1)
본문은 요한계시록 15장의 서두로서, 앞으로 전개될 마지막 심판의 대서사를 여는 매우 중요한 말씀입니다. 사도 요한은 환상 중에 하늘에서 ‘크고 이상한 다른 이적’을 보았다고 증언하고 있으며, 그 내용은 일곱 천사가 일곱 재앙을 가지고 있는 장면입니다. 본문은 이 재앙들을 가리켜 ‘마지막 재앙’이라 칭하고, 이로써 ‘하나님의 진노가 마친다’고 말합니다. 이 말씀은 종말론적 시간 속에서 하나님의 공의와 심판, 그리고 그분의 구속 사역이 어떻게 완성되어 가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 하겠습니다.
먼저 사도 요한이 본 것을 ‘크고 이상한 다른 이적’이라 한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여기서 ‘이적’이라는 말은 단순한 기적이나 환상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헬라어로 ‘세메이온’이라 불리는 이 단어는 어떤 사건이나 현상이 하나님의 뜻을 드러내고, 그분의 능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표징(sign), 또는 상징적 계시를 뜻합니다. 요한계시록 12장에서 등장한 해를 입은 여인(12:1), 그리고 붉은 용(12:3)도 모두 이러한 이적으로 표현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사도 요한은 세 번째로 또 하나의 ‘이적’을 보게 되는데, 그 규모나 성격 면에서 ‘크고 이상하다’고 묘사합니다. 이는 단지 장면이 신비롭고 웅장해서가 아니라, 그 이적이 가지고 있는 종말론적 무게와 하나님의 진노가 담긴 심판의 심각성 때문입니다.
본문에 등장하는 일곱 천사와 일곱 재앙은 요한계시록 16장에서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일곱 대접의 재앙’을 예고하는 장면입니다. ‘일곱’이라는 숫자는 성경에서 하나님의 완전함과 충만함을 상징하는 수입니다. 따라서 이 일곱 재앙은 단지 수적으로 일곱이라는 의미를 넘어서서, 하나님의 진노가 이 세상 전체에 포괄적으로, 그리고 완전하게 임하게 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다시 말해, 이 재앙은 지역적으로나 내용적으로 제한된 것이 아니라 전 우주적이며 전 인류적인 하나님의 최종적 심판을 상징합니다.
사도 요한이 본 이 재앙은 단지 자연재해나 일시적인 고난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세상에 대한 공의의 심판을 마무리하시는 ‘마지막 재앙’이라 하였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숫자적으로 마지막이라는 뜻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오래 참고 기다리신 끝에, 인간의 죄악과 사단의 활동이 극에 달한 시점에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심판을 시행하시는 종말의 날을 의미합니다. 요한계시록 6장 17절에서도 “그들의 진노의 큰 날이 이르렀으니 누가 능히 서리요?”라고 외쳤던 그 ‘큰 날’이 바로 이 마지막 재앙의 때인 것입니다.
이 재앙들은 요한계시록 8장에서부터 시작된 ‘일곱 나팔 재앙’과도 연결됩니다. 여섯 번째 나팔 이후, 세상에 극심한 고난이 임했고, 이어지는 재앙들은 인류의 삼분의 일을 죽음으로 몰고 갔습니다. 그러나 그 가운데에서도 하나님은 여전히 회개의 기회를 남겨두셨습니다. 그러나 오늘 본문에서 말하는 ‘일곱 대접 재앙’은 더 이상 회개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하나님의 진노가 절정에 이른 마지막 심판입니다.
이 ‘마지막 재앙’ 이후 요한계시록은 사단의 세력과 바벨론의 멸망, 짐승과 거짓 선지자의 최후,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과 함께 천년왕국과 새 하늘과 새 땅의 창조를 이어서 보여줍니다. 따라서 이 재앙은 단지 파괴를 위한 재앙이 아니라, 악의 체제를 무너뜨리고 하나님의 정의와 영광을 확립하기 위한 정결과 정돈의 사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말씀을 통해 하나님이 얼마나 오래 참으시는 분이신지를 먼저 기억해야 합니다. 요한계시록 전체가 심판의 책으로만 읽혀질 수 있으나, 사실은 그 가운데 하나님의 인내와 사랑, 그리고 회개를 향한 간절한 초청이 담겨져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일곱 인, 일곱 나팔, 그리고 일곱 대접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으로 재앙을 허락하심으로 인간이 돌이킬 기회를 주셨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기회를 거부한 자들에게는 결국 심판이 임합니다.
하나님은 불의와 죄악을 결코 영원히 방관하시지 않습니다. 지금은 은혜의 날이고, 회개의 기회가 열려 있는 시간이지만, 이 시간은 무한하지 않습니다. 마지막 재앙이 임하면 회개의 문은 닫히고, 구원의 기회는 사라지게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늘을 은혜의 날로 여기고, 오늘을 회개의 날로 삼아야 합니다. “보라 지금은 은혜 받을 만한 때요, 보라 지금은 구원의 날이로다”(고후 6:2)라는 말씀처럼, 우리는 이 마지막 날이 오기 전에 하나님 앞에 바로 서야 하겠습니다.
또한 이 말씀은 우리 성도들에게 위로와 확신의 메시지를 줍니다. 세상의 악이 아무리 강하게 보이고, 하나님의 공의가 지연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하나님은 반드시 그 뜻을 이루십니다. 성도들은 이 땅에서 고난을 당하고, 핍박을 받고, 억울한 일을 겪기도 하지만, 하나님은 그 모든 것을 기억하시고 반드시 갚아주십니다. 그리스도의 피로 구속함을 받은 성도들은 이 마지막 재앙의 심판으로부터 보호받게 될 것이며,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영광의 자리에 서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 마지막 시대에 깨어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은 오늘도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크고 이상한 이적을 보매…” 지금 이 시대에도 하나님의 말씀은 선포되고, 복음은 전파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말씀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고, 세상의 흐름을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아직 복음을 듣지 못한 자들에게 하나님의 심판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고, 회개와 구원의 길로 인도해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반드시 이루실 마지막 심판의 날을 기억하며, 두렵고 떨림으로 구원을 이루어 나가며, 거룩과 경건함으로 주님 앞에 서는 날을 준비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 마지막 재앙의 경고 속에서도 여전히 회개의 기회를 주시는 하나님의 자비에 감사하며, 오늘도 말씀에 순종하고 믿음으로 승리하는 삶을 살아가는 복된 성도들이 다 되시기를 간절히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