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14장 17-20절
“또 다른 천사가 하늘에 있는 성전에서 나오는데 역시 예리한 낫을 가졌더라 또 불을 다스리는 다른 천사가 제단으로부터 나와 예리한 낫을 가진 자를 향하여 큰 음성으로 불러 이르되 네 예리한 낫을 휘둘러 땅의 포도송이를 거두라 그 포도가 익었느니라 하더라 천사가 낫을 땅에 휘둘러 땅의 포도를 거두어 하나님의 진노의 큰 포도주 틀에 던지매 성 밖에서 그 틀이 밟히니 피가 포도주 틀에서 나와 말 굴레까지 닿았고 천육백 스타디온에 퍼졌더라” (요한계시록 14:17-20)
본문은 요한계시록 14장의 마지막 장면으로, 앞서 15절과 16절에서 곡식을 거두시는 주님의 구원의 추수와는 달리, 이번에는 ‘포도송이 추수’라는 상징을 통해 마지막 심판의 무서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성경은 구원의 소망과 하나님의 자비를 선포함과 동시에, 불순종과 불신앙에 대한 하나님의 공의로운 심판도 분명히 보여줍니다. 오늘 본문의 말씀은 바로 그 하나님의 진노의 날, 악인들에 대한 최종적인 심판을 상징적으로 묘사하는 장면입니다.
본문 17절은 “또 다른 천사가 하늘에 있는 성전에서 나오는데 역시 예리한 낫을 가졌더라”라고 시작됩니다. 여기서 ‘또 다른 천사’는 앞서 등장한 곡식 추수와는 다른 사역을 맡은 존재입니다. 이 천사는 구원의 알곡을 거두시는 주님이 아니라, 불신자들에 대한 심판을 집행하기 위해 파송된 심판의 천사입니다. 이 천사가 나오는 장소는 ‘하늘에 있는 성전’입니다. 이는 그가 단순한 판단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거룩한 뜻과 명령을 따라 심판을 수행하게 되었음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그리고 18절에 보면 또 다른 천사, 즉 ‘불을 다스리는 천사’가 제단으로부터 나옵니다. 불은 성경에서 하나님의 심판과 거룩함을 상징합니다. 특히 제단은 성도들의 기도가 하나님께 상달되는 곳이며, 동시에 하나님의 응답이 임하는 자리입니다. 이 불의 천사는 곡식이 아니라 ‘포도송이’를 거두라고 명령합니다. “그 포도가 익었느니라”는 말씀은, 악한 자들의 죄가 극에 달했음을 뜻합니다. 하나님의 인내가 끝에 이르렀고, 이제는 공의의 심판이 집행되어야 할 때가 되었음을 알리는 선언입니다.
그리고 19절에서 마침내 천사가 낫을 휘둘러 땅의 포도를 거두어 ‘하나님의 진노의 큰 포도주 틀에 던진다’고 말씀합니다. 이 장면은 구약 성경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상징인데, 특히 예레미야 51장 33절에서 바벨론의 심판이 추수와 포도틀로 비유되며, 요엘 3장 13절에서도 “낫을 대라 곡식이 익었도다... 포도주 틀이 가득히 찼고 그들의 악이 큼이로다”라고 선언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포도주 틀은 하나님의 무서운 진노의 심판이 악인들에게 부어지는 것을 상징하며, 결코 피할 수 없는 형벌의 무게를 담고 있습니다.
‘포도주 틀에 던지매 성 밖에서 그 틀이 밟히니 피가 말 굴레까지 닿았고 천육백 스타디온에 퍼졌다’는 이 무시무시한 표현은 단순한 문학적 과장이 아닙니다. 포도송이가 틀에 던져질 때 마치 피가 터져 나오듯, 악인들이 하나님의 진노의 심판 가운데 압도당하고 멸망당하게 될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성 밖’이라는 표현은 특히 상징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고대 도시에서 ‘성 안’은 보호와 안전을 상징했으며, ‘성 밖’은 버려진 자, 죽음을 맞이하는 자들의 공간이었습니다. 이 표현은 곧 이들이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의 진영’에서 제외되었음을, 곧 구원받지 못한 상태임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또한 ‘말 굴레까지 닿았고 천육백 스타디온에 퍼졌다’는 표현도 매우 상징적입니다. 말의 굴레까지 피가 차올랐다는 것은, 그 고통과 파멸이 얼마나 크고 깊은지를 보여주며, ‘1600 스타디온’은 약 320킬로미터에 해당하는 거리입니다. 이 숫자는 4의 제곱과 10의 제곱이 곱해진 수로, ‘4’는 땅의 수, ‘10’은 완전수이므로 ‘1600’은 온 세상, 전 인류를 향한 하나님의 완전한 심판을 상징합니다. 다시 말해, 하나님의 진노는 특정한 지역이나 특정한 시대에만 제한되지 않고, 모든 악한 자들에게 전면적으로 임하게 될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이 말씀은 단지 심판의 두려움을 강조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 말씀은 성도들에게 위로와 소망을 주기 위해 주어졌습니다. 이 세상은 종종 불의가 승리하는 듯 보이고, 악한 자들이 형통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성도들은 의롭게 살기 위해 애쓰지만 오히려 고난을 겪고,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살려 하면 세상으로부터 멸시를 당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늘 이 말씀은 분명히 증거합니다. 하나님의 심판은 반드시 오며, 그분은 악을 결코 간과하지 않으시고, 끝까지 참으신 후에 마침내 의로운 심판을 시행하시는 분이심을 말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마지막 심판의 날을 기억하며, 오늘을 더욱 거룩하고 진실하게 살아가야 합니다. 세상의 유혹이 아무리 달콤하고 강력하게 다가온다 해도, 악인의 길은 결국 포도틀에 던져질 길이라는 것을 깨닫고, 세상의 불의와 음행, 탐욕을 물리치며,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으로 구별된 삶을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또한 우리는 아직 복음을 알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 복음을 전하는 일에 게을리하지 말아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피 흘리신 것은 모든 인류가 하나님의 진노의 잔을 면하고 구원의 은혜에 참여하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 은혜를 입은 우리라면, 이제는 세상 가운데 복음의 대사로서, 하나님의 진노 앞에서 한 영혼이라도 더 구원의 자리로 인도하기 위해 부름받은 자들입니다.
포도추수의 비유는 무서운 심판의 경고이지만 동시에 거룩한 성도들에게는 하늘의 위로요, 하나님의 공의가 반드시 실현된다는 희망의 약속입니다. 우리가 주 안에서 의의 길을 걸어간다면, 우리는 이 진노의 틀에서 벗어난 자들이며, 하나님의 성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이 진리를 마음에 깊이 새기며, 세상의 죄악을 멀리하고, 진리 안에 거하며, 거룩함으로 주의 날을 준비하는 복된 성도들이 다 되시기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