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14장 9-12절
“또 다른 천사 곧 셋째가 그들을 따라 큰 음성으로 이르되 만일 누구든지 짐승과 그의 우상에게 경배하고 이마나 손에 표를 받으면 그도 하나님의 진노의 포도주를 마시리니 그 진노의 잔에 섞인 것이 없이 부은 포도주라 거룩한 천사들 앞과 어린양 앞에서 불과 유황으로 고난을 받으리니 그 고난의 연기가 세세토록 올라가리로다 짐승과 그의 우상에게 경배하고 그의 이름의 표를 받는 자는 누구든지 밤낮 쉼을 얻지 못하리라 하더라 성도들의 인내가 여기 있나니 그들은 하나님의 계명과 예수에 대한 믿음을 지키는 자니라” (요한계시록 14:9-12)
요한계시록 14장은 세 천사가 차례로 전하는 메시지를 통해 마지막 때의 영적 전쟁과 하나님의 공의로운 심판, 그리고 성도들의 믿음의 자세를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앞서 첫 번째 천사는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그에게 영광을 돌리라는 영원한 복음을 선포하였고, 둘째 천사는 큰 성 바벨론의 무너짐을 선언하였습니다. 본문의 세 번째 천사의 외침은 무거운 경고이며 동시에 주님께 충성된 성도들을 향한 위로의 말씀입니다.
세 번째 천사는 큰 음성으로 외칩니다. “만일 누구든지 짐승과 그의 우상에게 경배하고 이마나 손에 표를 받으면…” 이는 짐승의 권세 아래 굴복하고, 그에게 속한 자로 살아가는 자들에 대한 분명한 경고입니다. 요한계시록 13장에서 우리는 이 짐승의 정체를 이미 보았습니다. 그것은 사탄의 권세 아래 있는 세속적인 정치 권력, 경제 구조, 문화 체계 등을 포괄적으로 상징하며, 이 짐승은 사람들에게 표를 받게 하여 하나님이 아닌 세상의 권세에 복종하게 만듭니다. 짐승의 표는 단순한 표시가 아닙니다. 그것은 누구에게 속해 있는지를 드러내는 영적 소속의 증거이며, 하나님의 인을 거부하고 세상과 사단의 편에 서겠다는 명백한 선언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짐승의 표를 받은 자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됩니까? 본문은 세 가지 무서운 결과를 경고합니다. 첫째, 그들은 하나님의 진노의 포도주를 마시게 됩니다. 이 포도주는 ‘섞인 것이 없이 부은 포도주’로, 즉 하나님의 자비나 은혜 없이 순수한 심판만이 담긴 독한 진노의 술입니다. 시편 75편 8절은 “여호와의 손에 잔이 있어 술 거품이 일어나는도다 가득 섞은 그것을 쏟아내셨으니 실로 그 찌끼까지도 땅의 모든 악인이 기울여 마시리로다”라고 말씀합니다. 이는 하나님의 진노가 얼마나 두렵고 무서운지를 보여주는 표현입니다. 하나님은 인내하시지만, 죄가 극에 달할 때는 반드시 그 죄에 대해 심판하시는 공의의 하나님이십니다.
둘째, 짐승의 표를 받은 자들은 거룩한 천사들과 어린양 앞에서 ‘불과 유황으로 고난을 받게 된다’고 말씀합니다. 이는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지옥의 실체를 말해주는 말씀입니다. 창세기 19장에서 소돔과 고모라가 멸망할 때 불과 유황이 하늘에서 쏟아졌고, 이사야 34장 9-10절도 하나님의 심판을 불과 유황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누가복음 16장에서 부자와 나사로의 비유를 통해, 음부에서 고통받는 자의 실상을 말씀하셨습니다. 지옥은 단지 거부당한 장소가 아니라, 하나님의 거룩한 심판이 임하는 곳이며, 그곳에서의 고통은 피할 수 없고, 그 무게는 영원히 지속되는 것입니다.
셋째, 짐승과 그의 우상에게 경배하고 표를 받은 자들은 ‘밤낮 쉼을 얻지 못하는 고난’을 당하게 됩니다. 이 표현은 성도들이 장차 누리게 될 안식과 대조되는 말입니다. 히브리서 4장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들어가야 할 영원한 안식에 대해 말하지만, 반대로 짐승의 표를 받은 자들은 끝없는 고통 속에 던져지게 됩니다. 그들에게는 위로도, 평안도, 회복도 없습니다. 이것은 우리로 하여금 지금의 삶에서 어떤 편에 서야 할지를 심각하게 묻는 말씀입니다.
세 번째 천사의 이 무서운 경고는 단지 두려움을 조장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 성도들을 깨우치고, 믿음 안에 굳게 서도록 권면하는 하나님의 자비로운 초청입니다. 그래서 12절은 이렇게 덧붙입니다. “성도들의 인내가 여기 있나니 그들은 하나님의 계명과 예수에 대한 믿음을 지키는 자니라.” 바로 이것이 하나님 나라의 백성들이 이 마지막 때에 취해야 할 삶의 자세입니다. 인내와 순종입니다. 세상의 유혹과 핍박 속에서도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하나님의 계명을 삶 속에서 끝까지 지켜내는 것입니다.
우리 성도들에게 닥치는 가장 큰 시험은, 짐승의 권세 앞에서 믿음을 지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복음을 믿는다고 말하는 것은 쉽습니다. 그러나 핍박과 유혹 속에서, 생명의 위협 속에서도 끝까지 그 믿음을 지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바로 그때 필요한 것이 ‘인내’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요한계시록 2장 10절에서 “죽도록 충성하라 그리하면 생명의 면류관을 네게 주리라”고 하셨습니다. 이 믿음의 길은 고난의 길일 수 있지만, 반드시 영광으로 이어지는 길입니다. 우리가 주님께 대한 충성을 지킬 때, 주님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새 하늘과 새 땅을 예비하신 줄로 믿습니다.
이 말씀을 통해 다시 한번 이 세상의 두 흐름을 분명히 바라보게 됩니다. 하나는 짐승을 따르고 표를 받아 세상에 안주하며 결국 멸망에 이르는 길이며, 다른 하나는 하나님의 계명과 예수에 대한 믿음을 지키며 인내하여 영원한 생명에 이르는 길입니다. 우리는 반드시 선택해야 합니다. 하루하루의 삶이 곧 그 선택의 연속입니다.
지금 우리가 처한 시대는 많은 면에서 요한계시록의 경고가 실현되어 가고 있는 시대입니다. 진리를 왜곡하는 문화, 거짓을 퍼뜨리는 권세, 하나님을 무시하고 자신이 신이 되려는 사회, 바로 그것이 바벨론이며, 짐승의 영입니다. 그 안에서 우리는 말씀으로 무장하고 깨어 기도하며, 성령의 인도하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살아야 하겠습니다.
하나님께서 오늘도 우리에게 세 번째 천사의 음성을 들려주십니다. 두려워하라, 피하라, 깨어 있으라. 짐승의 표는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생명과 멸망, 하나님과 세상 사이에서 누구의 편에 설 것인지를 묻는 근본적인 선택입니다.
이제 우리는 이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날마다 주님의 계명을 사랑하고, 예수 그리스도께 끝까지 충성하는 삶으로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우리의 충성이 영광의 면류관으로 이어질 것이며, 우리의 인내가 천국의 안식으로 보상받을 날이 반드시 올 줄로 믿습니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여러분, 끝까지 믿음을 지키며, 주님의 나라를 바라보며 살아가는 복된 성도들이 다 되시기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