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148

또 다른 천사 곧 둘째가 그 뒤를 따라 말하되 무너졌도다 무너졌도다 큰 성 바벨론이여 모든 나라를 그 음행으로 인하여 진노의 포도주로 먹이던 자로다 하더라” (요한계시록 14:8)

 

요한계시록 14장은 종말의 시간 속에 울려 퍼지는 세 천사의 메시지를 통해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 나라의 완성을 바라보게 합니다. 첫 번째 천사는 복음의 마지막 초청을 선포하였고, 오늘 본문 8절에 등장하는 둘째 천사는 큰 성 바벨론의 무너짐을 예고하면서, 이 세상의 권세와 죄악이 결국은 하나님의 심판 아래 무너질 것을 단호히 선언하고 있습니다. 이 말씀은 단지 과거의 특정 도시의 멸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대적하는 모든 세력과 타락한 문명이 결국은 심판 아래 무너질 것이라는 영적 진리를 우리에게 일깨워 줍니다.

 

본문은 무너졌도다 무너졌도다 큰 성 바벨론이여라는 반복적인 선언으로 시작됩니다. 이는 단순한 감탄이 아닙니다. 이는 엄숙하고 단호한 심판의 선포이며, 하나님의 공의가 마침내 실현되었음을 선언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바벨론이라는 이름은 역사적으로는 구약시대의 바벨론 제국을 연상시키지만, 사도 요한이 이 말씀을 기록할 당시의 문맥과 묵시 문학의 표현법을 살펴보면, 이는 단순히 고대의 한 제국이 아니라, 그 당시에 교회를 핍박하고 도덕적으로 타락했던 로마 제국을 상징적으로 가리킨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더 나아가 바벨론은 단지 당시 로마에만 국한되지 않고, 모든 시대를 막론하고 하나님을 대적하고 교회를 핍박하며, 세상의 권력과 향락, 우상숭배로 가득 찬 모든 체계와 세속 문명을 총칭하는 상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바벨론은 창세기에서부터 하나님을 대적하는 인간의 교만과 불순종의 상징으로 등장합니다. 바벨탑을 쌓던 자들은 하늘까지 이르려는 인간의 자만심을 드러냈으며, 이로 인해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흩으셨습니다. 그 이후로도 바벨론은 영적으로 항상 하나님을 대적하는 세력을 의미해 왔습니다. 본문에서 바벨론은 모든 나라를 그 음행으로 인하여 진노의 포도주로 먹이던 자라고 표현됩니다. 여기서 음행은 단지 육체적인 타락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떠나 우상을 섬기고 세속적 쾌락과 권력을 추구하며 진리를 외면한 영적인 간음을 가리킵니다.

 

성경은 하나님을 향한 신실한 믿음과 순결함을 늘 정절로 표현하고, 반대로 우상숭배와 불순종은 음행으로 비유합니다. 하나님과의 언약을 저버리고 세상의 권세와 탐욕, 음란에 빠진 상태를 음행이라 표현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바벨론이 모든 나라들을 음행의 포도주로 먹였다는 것은, 이 세상이 하나님을 배척하고 쾌락과 물질, 권력에 미혹되도록 이끌어 왔다는 의미이며, 그것은 곧 하나님의 진노를 불러일으키는 행위였던 것입니다.

 

본문에서 언급된 진노의 포도주는 예레미야 517-8절의 말씀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바벨론은 여호와의 손에 잡힌 금잔이라 온 세계가 그 포도주로 인하여 취하였다. 열방이 그 포도주를 마시고 미쳤도다.” 이 말씀은 바벨론이 외적으로는 화려하고 풍성하며 매혹적인 잔을 들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담긴 것은 하나님의 진노를 촉발시키는 독주라는 것입니다. 결국 이 포도주를 마신 자들은 미혹되고, 정신을 잃고, 파멸에 이르게 됩니다. 다시 말해, 육체의 쾌락과 세상의 향락은 순간적인 기쁨을 줄 수는 있지만, 그것은 곧 영혼의 파괴를 의미하며, 결국 하나님의 심판 앞에 쓰러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하나님은 바벨론, 곧 이 세상의 모든 죄악과 교만, 우상숭배, 성적 타락, 진리를 외면한 체계에 대해 심판을 선언하십니다. 하나님은 거룩하신 분이시며, 결코 죄악과 타협하지 않으시는 분이십니다. 그러므로 세상의 권세가 아무리 강해 보여도, 그 위세가 아무리 높이 솟구쳐도, 결국은 하나님의 심판 앞에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오늘 본문이 우리에게 주는 분명한 경고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말씀 앞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겠습니까? 오늘날 우리 사회도 바벨론과 같은 영적 구조 속에 놓여 있습니다. 성적 타락은 점점 더 대담해지고, 물질주의는 삶의 중심이 되고 있으며,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경외심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인터넷과 미디어는 온갖 음란과 탐욕을 확산시키고, 진리보다는 쾌락을 좇는 문화가 일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상 속에서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하며, 바벨론의 포도주를 마시지 않도록 경계해야 합니다. 성경은 분명히 말합니다. 음행과 온갖 더러운 것과 탐욕은 너희 중에서 이름조차도 부르지 말라 이는 성도에게 마땅한 바니라”(5:3).

 

둘째 천사의 메시지는 경고이면서도 동시에 하나님의 사랑입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는 아직도 회개의 기회를 주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바벨론의 화려한 외형에 속지 마시고, 그 안에 있는 영적 독을 분별하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은 오늘도 우리에게 물으십니다. 너는 어디에 속해 있는가? 바벨론의 잔을 들고 있는가, 아니면 생명수의 강을 마시고 있는가?

 

그러므로 우리는 이 시대 속에서도 바벨론의 영에 물들지 않고, 주님의 신부로서 순결과 경건을 지켜야 합니다. 우상 숭배와 성적 타락을 멀리하고, 진리와 복음의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날마다 주의 말씀을 따라 자신을 점검하며, 기도와 말씀으로 무장하여 바벨론의 유혹을 이겨내야 하겠습니다. 바울은 말합니다. 육체의 정욕을 따르지 말고 오직 주 예수 그리스도로 옷 입으라”(13:14). 이것이 이 시대 속에 바벨론을 거절하고 하늘의 시민으로 살아가는 성도의 태도입니다.

 

결국 하나님께서 바벨론을 무너뜨리신다는 이 말씀은 단순한 저주의 선포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정의와 공의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선언이며, 그분의 백성들을 향한 위로이기도 합니다. 이 땅에서 믿음을 지키며 세상과 싸우는 성도들에게, 바벨론이 영원하지 않으며 곧 무너질 것이라는 이 말씀은 거룩한 소망이며 승리의 예고입니다.

 

이 말씀 앞에서 두려움이 아니라 각성으로 반응해야 합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결단해야 합니다. 나는 바벨론의 편에 설 것인가, 아니면 어린양과 함께 시온 산에 설 것인가. 바벨론의 포도주를 마시며 육체의 쾌락에 취할 것인가, 아니면 생명수 강가에서 새 노래를 부르며 주님의 재림을 기다릴 것인가.

 

이 선택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매일의 삶 속에서 주님을 바라보고, 세상의 유혹을 끊고, 거룩한 길을 걷는 삶의 연속 가운데 형성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시간 이후로도 깨어 경건의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으며, 진리를 따르는 삶을 힘써 살아가는 복된 성도들이 다 되시기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드립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98 아멘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요한계시록 22:20-21) 이진천 2025-05-05
197 예언의 말씀을 가감하지 말라(요한계시록 22:18-19) 이진천 2025-05-05
196 성령과 신부의 초청(요한계시록 22:17) 이진천 2025-05-05
195 새 예루살렘에 들어갈 자와 들어가지 못할 자(요한계시록 22:12–16) 이진천 2025-05-05
194 예언의 말씀을 인봉하지 말라(요한계시록 22:6-11) 이진천 2025-05-05
193 새 예루살렘에서 구속받은 성도들의 삶(요한계시록 22:3-5) 이진천 2025-05-05
192 생명수의 강과 생명나무의 의미(요한계시록 22:1–2) 이진천 2025-05-01
191 생명수의 강과 생명나무의 의미(요한계시록 22:1–2) 이진천 2025-05-01
190 새 예루살렘 성에 들어갈 수 없는 자들(요한계시록 21:27) 이진천 2025-05-01
189 새 예루살렘에서 누리게 될 생활(요한계시록 21:24–26) 이진천 2025-05-01
188 성전 없는 새 예루살렘의 영광(요한계시록 21:22-23) 이진천 2025-05-01
187 보석으로 장식된 새 예루살렘(요한계시록 21:18-21) 이진천 2025-05-01
186 새 예루살렘의 척량(요한계시록 21:15-17) 이진천 2025-04-30
185 새 예루살렘의 성곽과 성문(요한계시록 21:12-14) 이진천 2025-04-29
184 새 예루살렘 성의 빛 (요한계시록 21:11) 이진천 2025-04-29
183 크고 높은 산으로 올라가(요한계시록 21:9-10) 이진천 2025-04-29
182 둘째 사망(요한계시록 21:8) 이진천 2025-04-29
181 승리한 성도들이 누릴 특권(요한계시록 21:6-7) 이진천 2025-04-29
180 만물을 새롭게 하시는 하나님 (요한계시록 21:5) 이진천 2025-04-29
179 하나님이 우리를 위해 친히 행하실 일(요한계시록 21:3-4) 이진천 2025-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