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141

또 내가 보니 보라 어린 양이 시온 산에 섰고 그와 함께 십사만 사천 명이 서 있는데 그들의 이마에는 어린 양의 이름과 그 아버지의 이름을 쓴 것이 있더라 (요한계시록 14:1)

 

요한계시록 14장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세상의 마지막 환난을 이기고 궁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영광의 자리에서 어린양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특별히 1절은 상징과 신학적 의미로 가득한 구절로서, 이 말씀을 통해 우리는 어린양이 서 계신 시온 산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리고 그와 함께 있는 십사만 사천 명은 누구이며, 그들이 받은 표식이 어떤 영적 가치를 담고 있는지를 묵상하게 됩니다.

 

우선 본문에 등장하는 시온 산의 의미를 깊이 살펴보아야 하겠습니다. 구약 성경에서 시온은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와 다스리심의 상징으로 자주 등장합니다. 시편 481절은 여호와는 위대하시니 우리 하나님의 성, 그의 거룩한 산에서 크게 찬양 받으시리로다라고 증거하며, 이스라엘 민족에게 있어 시온은 하나님이 임재하시는 거룩한 곳이자 백성들의 피난처, 보호의 상징이었습니다. 시대에 따라 시온의 개념은 변천했지만, 기본적으로 하나님과의 언약, 하나님의 통치, 그리고 장차 올 영광의 나라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예언서들에서도 시온은 단순한 지리적 장소를 넘어 구속받은 자들이 모이는 곳으로 묘사됩니다. 이사야 2423절에서는 그 때에 만군의 여호와께서 시온 산 곧 예루살렘에서 그의 장로들 앞에서 영광스럽게 통치하시리라고 하였고, 미가 41절은 말일에 여호와의 전의 산이 모든 산 꼭대기에 굳게 설 것이요라고 선포하면서 시온을 하나님 나라의 중심지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요한계시록 14장에서 말하는 시온 산이 문자적 의미로 예루살렘을 뜻하는 것인가, 혹은 상징적 의미로 하늘의 예루살렘을 말하는가에 대하여 학자들은 다양한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히브리서 1222절은 그러나 너희가 이른 곳은 시온 산과 살아 계신 하나님의 도성인 하늘의 예루살렘이라고 말씀하며, 신약에서 시온을 하늘의 영적 실재로 해석하는 단서를 제공합니다. 그에 반해 일부 학자들은 시온 산을 이 땅에 임할 메시야 왕국, 즉 천년왕국의 상징으로 해석하며, 궁극적으로 하늘의 실재가 이 땅에 실현될 것을 기대합니다.

 

결국 본문에서 말하는 시온은 단지 장소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어린양이 계시는 곳, 구속받은 자들이 모여 찬양하며 승리의 기쁨을 누리는 영적 실재의 공간이며, 하나님의 주권이 완전히 실현된 자리입니다. 그곳에 계신 분이 바로 어린양 되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시온 산에 서 계신다는 이 말씀은 단순히 지리적인 위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이 하나님의 계획을 완성하시고 구속의 사역을 이루신 후에 마침내 승리자로 서 계심을 의미합니다. 요한계시록 5장에서 보좌에 앉으신 이의 오른손에서 두루마리를 받으시는 어린양이 이제는 모든 구속을 이루시고, 자기 백성과 함께 시온 산에 서 계신 것입니다.

 

그와 함께 있는 자들이 바로 십사만 사천 명입니다. 이 숫자에 대하여도 다양한 해석이 있습니다, 요한계시록 7장에서 이미 이 숫자가 등장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숫자 개념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 즉 구속받은 자들의 완전한 수를 상징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이들은 유대 지파의 이름을 따라 기록되었으나, 문자적인 유대인만을 의미하지 않고, 그리스도의 피로 말미암아 구속받은 모든 성도들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본문은 이들이 이마에 어린양의 이름과 그 아버지의 이름을 쓴 것이 있다고 말합니다. 이는 곧 그들이 누구에게 속해 있는지를 분명히 드러내는 표식이며, 하나님의 소유로 확증된 자들임을 보여주는 강력한 상징입니다. 요한계시록 13장에서 짐승의 표를 받는 자들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이들은 세상의 권세가 아닌 하나님과 어린양의 권위 아래 있는 자들입니다.

 

이 표식은 단순한 외형의 표시가 아니라, 그들의 정체성과 사명을 의미합니다. 그들은 어린양을 따르는 자들이며, 이 땅에서 믿음으로 순종하며 살아간 성도들입니다. 베드로전서 29절은 그러나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가 된 백성이니라고 선언하며, 하나님께 속한 자들의 신분과 역할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이마에 새겨진 이름은 단순한 구별의 도구가 아니라, 그들이 보호받고 있다는 확증입니다. 요한계시록 7장에서 하나님의 인을 받은 자들이 환난 가운데 보호받고 승리하는 것처럼, 14장에서는 이들이 결국 구속의 완성 가운데 들어가게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이 말씀은 단지 종말에 있을 어떤 사건을 묘사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위로와 소망의 메시지입니다. 시온 산에 계신 어린양 곁에 서 있는 자들처럼 우리도 이 세상에서 믿음을 지키며 하나님의 인을 받은 자로 살아가야 할 줄로 믿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환난과 핍박, 유혹과 죄악으로 가득한 곳입니다. 그러나 어린양과 함께 시온 산에 서게 될 그 날을 바라보며, 하나님의 이름을 이마에 새기고 살아가는 신실한 성도들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고난을 받지만, 그 고난은 잠시뿐이며, 하나님께서 우리를 반드시 보호하시고 승리의 자리로 인도하실 것을 믿습니다. 예수님께서 친히 우리를 인도하셔서 시온 산으로 이끄시고, 마침내 우리를 어린양 곁에 세우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여러분, 지금의 믿음을 굳게 지키시고, 하나님의 말씀과 계명에 순종하며 살아가십시오.

 

그리하면 어느 날 우리는 하늘의 시온 산, 어린양이 서 계신 그 영광의 자리에 서서, 함께 찬양하며 영원한 기쁨을 누리게 될 줄로 믿습니다. 그 날을 소망하며, 날마다 하나님의 소유된 백성답게 거룩함으로 살아가시기를 축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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