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라 6장 1-5절
이에 다리오 왕이 조서를 내려 문서창고 곧 바벨론의 보물을 쌓아둔 보물전각에서 조사하게 하여
메대도 악메다 궁성에서 한 두루마리를 찾았으니 거기에 기록하였으되
고레스 왕 원년에 조서를 내려 이르기를 예루살렘에 있는 하나님의 성전에 대하여 이르노니 이 성전 곧 제사 드리는 처소를 건축하되 지대를 견고히 쌓고 그 성전의 높이는 육십 규빗으로, 너비도 육십 규빗으로 하고
큰 돌 세 켜에 새 나무 한 켜를 놓으라 그 경비는 다 왕실에서 내리라
또 느부갓네살이 예루살렘 성전에서 탈취하여 바벨론으로 옮겼던 하나님의 성전 금, 은 그릇들을 돌려보내어 예루살렘 성전에 가져다가 하나님의 성전 안 각기 제자리에 둘지니라 하였더라
1. 다리오 왕이 취한 조치 (1-2절)
바사 제국의 왕 다리오는 유프라테스 강 서편 지역의 총독 닷드내와 스달보스내의 보고를 받은 후, 곧바로 이 문제를 심도 있게 조사하기 위한 명령을 내립니다. 그는 바사 제국 내의 각 기록 보관소를 수색하도록 지시하였고, 그중 메대 지방의 수도인 악메다 궁에서 고레스 왕의 조서를 발견하게 됩니다. 고레스는 바사 제국의 시조로서, 하나님의 감동을 받아 유다 백성에게 예루살렘 성전 재건을 허락한 인물이었습니다(에스라 1:1-2 참조).
여기서 주목할 것은, 다리오가 제국 전체를 뒤져 소국 유다의 문제를 직접 확인하려 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당시 고대 제국에서 종교 문제가 얼마나 중요하게 다루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그 마음을 주장하셔서 당신의 뜻을 이방 왕을 통해 이루고 계시다는 사실입니다. 참으로 놀랍고도 은혜로운 하나님의 역사입니다.
2. 고레스의 조서가 발견된 곳 (2절)
고레스의 조서가 발견된 곳은 메대 지방 악메다 궁의 보물 창고 안이었습니다. 이는 바사 제국의 여름 수도였던 곳으로, 지금의 이란 북부 지역에 해당합니다. 고지대였기 때문에 기록 보존에 유리한 환경이었으며, 고레스가 이곳을 제국의 중요한 행정 중심지로 사용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다리오 왕의 행정 명령을 통해 수십 년 전의 조서를 우연이 아닌 정확하게 찾아내게 하심으로 하나님의 섭리와 역사의 주관자이심을 다시 한번 보여주십니다.
3. 고레스의 조서의 내용과 에스라 1장의 차이점 (3-5절 vs 1:2-4)
에스라 1장은 성전 재건을 허락하는 포고문의 형식으로 간략한 내용이 담겨 있으나, 본장(6장)에서는 성전 건축의 실제적인 지침과 세부 계획이 상세히 담겨 있습니다.
6장 3절에서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고레스 왕 원년에 왕이 조서를 내려 이르되 예루살렘에 있는 하나님의 성전을 건축하라...”
성전의 높이와 너비, 건축 방식, 또 바벨론에서 옮겨간 성전 기명들을 돌려보내라는 내용(5절)까지 언급되어 있으며, 이는 단순한 허락을 넘어서 정확하고도 체계적인 행정 명령임을 보여줍니다.
또한, 이 조서는 다리오 왕에게도 역사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결정적 근거가 되었으며, 이스라엘 백성의 성전 건축 활동이 정치적으로도 정당화되는 계기가 됩니다.
4. 성전의 규모 (3-4절)
고레스의 조서에는 성전의 구체적인 크기가 언급되어 있습니다.
“그 성전의 지대는 장이 육십 규빗이요 광이 육십 규빗이며...” (에스라 6:3)
이는 솔로몬 성전(왕상 6장)의 규모보다 큰 수치로 보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지어진 성전은 여러 역사적, 경제적 이유로 인해 솔로몬 성전보다 작고 소박한 형태였던 것으로 여겨집니다.
하나님의 성전은 건물의 크기보다 그 안에 임재하시는 하나님의 영광이 중요합니다. 그들이 처한 시대의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의 뜻에 따라 다시 시작된 이 성전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신앙의 회복과 소망의 근거가 되었던 것입니다.
5. 신앙의 교훈
세상 왕의 명령으로 하나님의 성전이 회복된다는 사실은, 하나님께서 역사의 주관자이시며 열방의 왕들의 마음도 주장하신다는 신앙의 고백을 우리에게 심어 줍니다. 또한, 하나님의 일은 거짓으로가 아니라 사실과 진실에 근거하여, 정당한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함을 교훈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하나님의 일을 감당할 때에도, 사람의 눈을 의식하거나 거짓된 방식으로 일을 꾸며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의 일은 하나님의 방법으로, 하나님의 때에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도, 세상의 정책이나 제도 속에 휘둘리지 않고, 하나님의 뜻을 올바르게 분별하며 바른 신앙의 길을 걷는 것, 그것이 진정한 성도의 자세입니다.
다리오 왕의 조서를 통해 우리는 하나님의 섭리와 인도하심을 다시금 깊이 묵상하게 됩니다. 지금은 아무리 복잡한 현실이라도, 하나님의 뜻이 있다면 그 뜻은 반드시 이루어집니다. 우리도 그 뜻을 따라, 진실하고 성실하게 믿음의 길을 걸어가며, 하나님의 역사의 도구로 쓰임 받는 삶을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