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13장 1-2절
“내가 보니 바다에서 한 짐승이 나오는데 뿔이 열이요 머리가 일곱이라 그 뿔에는 열 면류관이 있고 그 머리들에는 하나님을 모독하는 이름들이 있더라 그 짐승이 본래 표범과 비슷하고 그 발은 곰의 발 같고 그 입은 사자의 입 같은데 용이 자기의 능력과 보좌와 큰 권세를 그에게 주었더라” (요한계시록 13:1-2)
1. 바다에서 올라온 짐승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사도 요한은 환상 가운데 바다에서 올라오는 짐승을 보게 됩니다. “바다에서 올라왔다”는 표현은 매우 상징적인데, 이 ‘바다’는 요한계시록 17장 15절에 따라 “백성과 무리와 나라와 언어들” 곧, 이 세상의 모든 나라들과 민족, 즉 혼란과 무질서로 가득 찬 세속적인 체계를 의미합니다. 바다에서 나오는 이 짐승은 단순한 한 나라나 한 인물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적그리스도적 세력, 곧 하나님을 대적하고, 교회를 억압하며, 사탄의 뜻을 수행하는 정치적‧사회적‧종교적 통합 권력을 의미합니다.
이 짐승은 단순한 개인이 아닙니다. 그는 사탄의 권세를 위임받아 세상을 통치하려는 악의 세력의 총체적 표현입니다. 사도 요한 당시에는 이 존재가 로마 제국으로 나타났고, 시대마다 여러 제국과 권력 체계 안에 존재해 왔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말씀을 단지 과거에 대한 기록으로 보지 말고, 오늘날 이 시대 속에도 역사하고 있는 사탄의 정치적 도구로 인식해야 합니다.
2. 짐승의 형상 속에 담긴 상징들
본문에서 요한은 이 짐승의 외형을 구체적으로 묘사합니다. “뿔이 열이요 머리가 일곱이며, 그 뿔에는 열 면류관이 있고, 머리들에는 하나님을 모독하는 이름들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 모습은 요한계시록 12장에 나오는 용의 모습과 거의 동일합니다. 이것은 이 짐승이 사탄의 권세를 그대로 대행하고 있다는 것, 다시 말해 사탄의 뜻과 계획을 실행하는 통로라는 것을 나타냅니다.
‘열 뿔’은 다니엘서 7장에서처럼 열 왕이나 완전수에 해당하는 다수의 권력자들을 상징하며, ‘일곱 머리’는 하나님께 대한 대항과 사탄의 완전한 모조를 나타냅니다. ‘열 면류관’은 세상의 왕권과 권세를 의미하지만, 성도들이 받게 될 생명의 면류관과는 전혀 다른 세속적이고 거짓된 권위입니다.
이 짐승의 머리들에는 하나님을 모독하는 이름들, 즉 하나님을 조롱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을 부정하는 이름들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것은 사탄이 세상의 제국과 권력을 통해 하나님의 이름을 훼방하고, 자신을 신격화하는 거짓 신앙을 조장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로마 황제들이 자신을 “신의 아들”, “구세주”라고 자칭했던 것처럼, 사탄은 세상의 권세를 통해 하나님을 모독하고, 교회를 핍박하며, 성도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체제를 만들어갑니다.
3. 사자의 입, 곰의 발, 표범의 몸 – 무엇을 의미하는가
2절은 이 짐승의 몸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그 짐승이 본래 표범과 비슷하고 그 발은 곰의 발 같고 그 입은 사자의 입 같더라.” 이 구절은 다니엘서 7장에 나오는 바벨론, 메대-바사, 헬라 제국 등을 상징했던 동물들을 종합하여 요약한 장면입니다. 여기서 ‘사자의 입’은 무서운 포효와 지배력, ‘곰의 발’은 공격성과 파괴력을, ‘표범’은 민첩하고 치명적인 속성을 상징합니다. 즉, 이 짐승은 이전 시대의 모든 제국들의 악한 속성을 집합적으로 담고 있는 궁극적인 악의 세력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짐승은 단순한 인간이 아닙니다. 역사적으로 반복되어 나타나며, 종말에는 가장 강력한 형태로 출현할 사탄의 대리자입니다. 그는 세상 정치, 경제, 문화, 종교 등 모든 영역을 통합하여 하나님을 대적하는 체제를 만들어내며, 그리스도의 백성들을 핍박하려 합니다.
4. 용이 짐승에게 준 권세 – 사탄의 위임 통치
본문 2절은 이 짐승이 어디서 권세를 받았는지를 분명히 밝힙니다. “용이 자기의 능력과 보좌와 큰 권세를 그에게 주었더라.” ‘용’은 요한계시록 12장에서 설명된 대로 사탄입니다. 그는 하늘에서 쫓겨났고, 땅 위에서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 짐승에게 모든 권세를 위임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정치적 연합이 아니라 영적 전쟁의 본질을 보여줍니다. 세상 권세는 중립적이지 않습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고, 스스로를 높이며 성도를 핍박한다면, 그 권세는 본질적으로 사탄의 도구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에베소서 6장 12절은 말씀합니다. “우리의 씨름은 혈과 육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요, 정사와 권세와 이 어둠의 세상 주관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의 영들을 상대함이라.”
사탄은 자신이 하늘의 보좌를 잃은 후, 이 땅의 통치 권세를 탐하고 있습니다. 그는 짐승에게 권세를 주고, 세상을 지배하도록 만들며, 결국 하나님의 백성들을 공격하는 데 그 권세를 집중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도는 세상의 권세에 휘둘리지 말고, 하나님의 나라와 그 의를 먼저 구하는 믿음의 자세로 살아가야 합니다.
5. 성도의 경계와 싸움의 태도
우리는 오늘날 이 짐승이 누구인지, 어떤 형태로 역사하고 있는지를 직접 보고 있습니다. 세상의 정치권력, 경제 시스템, 문화와 미디어, 교육과 이념이 교회를 향해 적대적으로 돌아설 때, 우리는 그것이 단지 인간의 흐름이 아닌 영적 배후의 존재, 즉 사탄의 전략임을 분별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도, 사탄은 짐승을 통하여 하나님의 사람들을 무너뜨리려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님의 전신갑주로 무장하고 깨어 있어야 합니다. 에베소서 6장 13절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전신 갑주를 취하라 이는 악한 날에 너희가 능히 대적하고 모든 일을 행한 후에 서기 위함이라.”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깨어 살라
요한계시록 13장의 짐승은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사는 우리가 반드시 분별해야 할 현실적 존재입니다. 그것은 곧 하나님을 대적하고 교회를 무너뜨리려는 세상의 권세이며, 그 배후에는 사탄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왕은 이미 승리하신 예수 그리스도이시며, 그분께서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는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 (요 16:33)
오늘도 우리 앞에 짐승은 존재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결코 짐승 앞에 무릎 꿇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생명은 이 세상의 권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린양의 생명책에 기록된 하나님의 손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믿음을 지키고, 깨어 기도하며,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함으로 이 시대의 짐승을 이기며 살아가는 담대한 성도들 되시기를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