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121-2

하늘에 큰 이적이 보이니 해를 입은 한 여자가 있고 그 발 아래는 달이 있고 그 머리에는 열두 별의 관을 썼더라.

이 여자가 아이를 배어 해산하게 되매 아파서 애써 부르짖더라.”

 

본문을 통해 사도 요한이 본 하늘의 이적, 곧 해를 입은 여인과 그녀가 낳을 아들에 대한 환상에 대해 함께 묵상하고자 합니다. 이 장면은 단지 상징적인 환상이 아니라, 그 당시 교회와 성도들에게 큰 위로와 소망을 주는 종말론적 메시지이며 신앙의 영적 싸움에 대한 천상의 묘사입니다.

 

특히 본문은 단지 종말에 대한 계시만이 아니라, 사도 요한 당대에 강력한 황제 숭배가 이루어지던 로마 시대의 상황 속에서 기독교 신앙이 어떤 갈등과 위협 가운데 놓여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메시지로도 해석됩니다.

 

도미티안 황제 시대와 계시의 배경

 

기원후 81년부터 96년까지 로마를 통치한 도미티안 황제는 제국 내에서 스스로를 신격화한 대표적인 황제였습니다. 그는 살아 있는 황제로서 신의 자리를 요구했으며, 아들이 죽자마자 그 아들을 신의 아들로 선포하고, 그 어머니 도미티아를 신의 어머니혹은 여신으로 칭송하게 했습니다. 당시 주화에는 도미티아가 하늘의 여왕처럼 왕관을 쓰고 하늘 보좌에 앉은 모습이 새겨져 있었고, 죽은 아들이 하늘에서 일곱 별을 가지고 노는 모습이 묘사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매우 상징적인 그림으로, 로마 황실을 하늘의 통치자처럼 신격화하려는 시도였습니다.

 

그러나 사도 요한은 요한계시록 12장에서 완전히 다른 그림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하늘의 여인은 단지 황제가 만든 신화적 인물이 아니라, 하나님의 구속사를 감당해 온 참된 공동체이며, 그녀가 낳는 아들은 로마의 황자가 아닌 온 세상을 철장으로 다스릴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이 환상은 당시 도미티안 황제의 우상 숭배와 신격화를 영적으로 거부하고 반박하는 메시지였습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이 참된 왕이시며, 그분만이 하늘과 땅의 주인이시라는 고백입니다. 요한은 이를 통하여 모든 믿는 자들에게 이 세상의 권세는 헛되며, 궁극적인 통치는 오직 어린양에게 속해 있다는 복음의 진리를 선언한 것입니다.

 

해를 입은 여인의 의미

 

요한은 먼저 하늘에 큰 이적이 보였다고 기록합니다.

하늘에 큰 이적이 보이니 해를 입은 한 여자가 있고 그 발 아래는 달이 있고 그 머리에는 열두 별의 관을 썼더라.” (12:1)

여기에 나타난 여자는 다양한 해석을 낳았지만, 전통적으로는 세 가지 해석이 있습니다.

 

첫째, 이 여자를 마리아로 보는 견해가 있습니다. 마리아가 그리스도를 낳았기 때문에 본문의 여인이 예수님의 어머니라고 해석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본문은 단순히 한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서, ‘여자의 남은 자손들이 용과 싸운다고 기록되어 있는 것을 보면, 이 여자는 상징적 집합체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둘째, 여자는 유대 민족 혹은 이스라엘 공동체를 상징한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열두 별의 면류관은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를 나타내고, 태양과 달은 요셉의 꿈에서처럼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요소로 여겨졌습니다(37:9-11).

 

셋째, 그리고 오늘날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견해는, 이 여자가 하나님의 백성 공동체, 곧 교회를 의미한다는 해석입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신부이며,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는 성도들의 모체로, 이 땅에서 고난 가운데 하나님의 나라를 낳고 세워가는 존재입니다.

 

해를 입었다는 표현은 교회가 하나님의 영광으로 덧입혀졌음을 의미하며, ‘발 아래 달은 세상의 변화무쌍함 속에서도 하나님의 영원한 진리 위에 서 있음을, ‘열두 별의 면류관은 구약과 신약을 아우르는 하나님의 온전한 언약 공동체로서의 정체성을 보여줍니다.

 

여인의 해산과 고통의 의미

 

2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 여자가 아이를 배어 해산하게 되매 아파서 애써 부르짖더라.”

여인은 해산의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 장면은 단지 출산의 육체적 고통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구속사가 이 땅에 이루어지기까지 교회와 성도들이 겪게 되는 영적 고난을 의미합니다. 구약에서는 종종 이스라엘이 해산하는 여인으로 비유되며, 메시야의 오심을 위해 몸부림치는 하나님의 백성들의 영적 수고를 나타냅니다(26:17, 4:10).

 

이 고통은 단지 과거의 고난이 아닙니다. 오늘날도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며 살아가려는 성도들은 끊임없는 내적 싸움과 외적 핍박 속에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고통은 헛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반드시 하늘의 영광, 생명의 열매를 낳게 되는 고통입니다. 예수님도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자가 해산하게 되면 그 때가 이르렀으므로 근심하나 아기를 낳으면 세상에 사람 난 기쁨으로 말미암아 그 고통을 다시 기억하지 아니하느니라.” (요한복음 16:21)

 

그 아이는 누구인가?

 

요한계시록 125절에 보면, 여자가 낳은 아이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여자가 아들을 낳으니 이는 장차 철장으로 만국을 다스릴 남자라 그 아이를 하나님 앞과 그 보좌 앞으로 올려 가더라.” (12:5)

이 말씀은 시편 29절의 예언을 직접 인용한 것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킵니다.

네가 철장으로 그들을 깨뜨리며 질그릇 같이 부수리라 하시도다.”

또한 2:27에서도 철장으로 다스릴 자가 그리스도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여기서의 아이는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 그리고 그 안에서 거듭난 참 성도들까지도 상징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교회가 그리스도의 생명을 품고 낳으며, 성도는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의 증인으로 살아가는 부활의 생명체인 것입니다.

 

참된 구세주는 누구신가?

 

도미티안 황제는 아들을 신으로, 아내를 여신으로 세우며 하늘을 사유화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사도 요한은 하늘의 계시를 통해 선언합니다. 참된 하늘의 왕은 예수 그리스도시며, 그분이야말로 철장으로 만국을 다스릴 참된 구세주이시다.

 

세상의 권력은 무너지고, 황제의 신화는 사라지지만, 하늘 보좌 앞에 올려진 아이, 곧 예수 그리스도는 오늘도 살아계셔서 교회를 지키시고 만왕의 왕으로 다시 오실 것입니다.

 

우리는 교회로서 이 여인의 환상 속에 있습니다. 우리는 고난 가운데 있으나, 해를 입은 여인처럼 하나님의 영광으로 덧입은 존재입니다. 우리는 해산의 진통을 겪고 있으나, 부활과 승리의 생명을 낳을 하나님의 공동체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철장으로 만국을 다스릴 그리스도의 권세 아래 살고 있는 하늘의 백성입니다.

 

그러므로 오늘도 세상을 두려워하지 말고, 담대히 외칩시다.

우리의 왕은 도미티안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는 오직 어린양께 속하였도다!”

그가 다스리시고, 그가 오시고, 그가 영원하시다!”

 

이 믿음 안에서 끝까지 인내하며 교회를 사랑하고, 신앙을 지키며, 주의 다시 오심을 준비하는 저와 여러분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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