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마태복음 21장 12~17절
“예수께서 성전에 들어가사 성전 안에서 매매하는 모든 사람들을 내쫓으시며
돈 바꾸는 자들의 상과 비둘기 파는 자들의 의자를 둘러엎으시고
그들에게 이르시되 ‘기록된 바 내 집은 기도하는 집이라 일컬음을 받으리라 하였거늘
너희는 강도의 소굴을 만드는도다’ 하시니라” (마태복음 21:12-13)
주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다음 날, 가장 먼저 하신 일이 무엇이었는지를 우리는 오늘 본문을 통해 확인하게 됩니다. 바로 성전 정화, 곧 하나님의 집을 거룩하게 회복하시는 사역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온유하고 겸손하신 분이셨지만, 오늘 본문에서는 격렬하게 행동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십니다. 성전에서 장사하는 자들을 내쫓으시고, 상과 의자를 뒤엎으십니다. 그리고 말씀하십니다. “내 집은 기도하는 집이라 일컬음을 받으리라 하였거늘, 너희는 강도의 소굴을 만드는도다!”
우리는 이 사건을 통해 주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고난주간을 시작하며 우리 자신의 삶을 어떻게 정결케 해야 할지를 깊이 묵상해야 할 것입니다.
1. 예수님은 먼저 성전을 정결케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다음 날, 가장 먼저 향하신 곳은 성전이었습니다. 당시 성전은 이스라엘 민족의 신앙의 중심이자 하나님을 만나는 장소였습니다. 그러나 그곳은 이미 종교적 형식과 타락한 이익 구조로 물들어 있었습니다. 제사를 위한 동물 매매가 상업화되었고, 외국 화폐를 성전 세겔로 바꾸는 일에서 부정과 착취가 일어났으며, 성전마당은 기도와 경배의 장소가 아니라 시장처럼 소란한 공간이 되어버렸습니다.
예수님은 이러한 타락을 보시고 침묵하지 않으셨습니다. “이곳은 기도하는 집이 되어야 한다”는 하나님의 말씀을 붙들고, 성전을 정결케 하시는 일부터 시작하셨습니다. 이는 주님의 사역 가운데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주님은 우리 외면의 형식보다, 우리 속사람의 거룩함과 진실함을 더 중요하게 여기십니다.
2. ‘성전’은 오늘날 우리의 마음입니다
성전은 건물이 아닙니다. 고린도전서 3장 16절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너희는 너희가 하나님의 성전인 것과 하나님의 성령이 너희 안에 계시는 것을 알지 못하느냐?” 우리는 각자 하나님의 성전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께서 성전을 정결케 하셨던 것처럼, 오늘 우리 마음의 성전을 정결케 하시기를 원하십니다.
우리는 주님을 환영하며 고난주간을 시작했지만, 혹시 내 마음속 성전에는 장사꾼들이 자리 잡고 있지 않은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세상의 욕심, 교만, 미움, 음란, 거짓, 형식적인 신앙… 이런 것들이 주님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주님은 그것들을 내쫓기를 원하십니다. 상을 뒤엎으시고, 의자를 무너뜨리시는 일은 결코 부드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진정한 회복은 진통을 동반합니다. 주님은 우리를 책망하실지라도, 정죄하시지 않고 거룩한 신부로 다시 세우시기 위해 성령으로 우리 안에 일하시는 것입니다.
3. 주님의 집은 ‘기도하는 집’이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분노하신 이유는 단순히 성전에서 장사했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성전이 본래의 목적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내 집은 기도하는 집이라 일컬음을 받으리라 하였거늘…”
여기서 ‘기도하는 집’이란 하나님과의 교제가 있는 곳, 영혼이 깨어 하나님을 사모하는 장소입니다.
오늘날 우리의 신앙생활에도 이 말씀은 강력한 도전이 됩니다. 우리는 교회를 출석하고 예배에 참여하고 있지만, 정작 기도가 사라진 신앙, 하나님과의 교제가 없는 습관적인 신앙에 빠져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합니다. 기도가 없는 성도는 능력을 잃은 성도요, 기도가 사라진 교회는 생명이 떠난 교회입니다.
고난주간을 보내며 우리는 다시금 기도하는 집으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나 자신이 하나님의 전이라면, 내 안에는 기도가 살아 있어야 합니다. 성령께서 내 안에서 말씀하실 수 있어야 하고, 내 마음은 언제든 주님과 교제할 수 있는 통로가 열려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회복되어야 주님의 고난에 동참할 수 있고, 십자가의 은혜를 깊이 체험할 수 있습니다.
4. 고난주간의 시작은 정결함으로부터
주님은 고난주간의 시작을 성전을 정결케 하심으로 열었습니다. 우리 역시 이 한 주간을 주님과 동행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우리의 내면을 돌아보고 죄를 자백하며 정결함을 구해야 합니다. 이 주간은 단지 교회력 상의 절기가 아닙니다. 하나님의 아들이 나를 위해 십자가를 지신 은혜를 묵상하며, 그 은혜에 합당한 삶으로 나아가는 주간입니다.
고난주간, 이 한 주간은 내 안에 하나님이 거하실 공간을 정돈하고, 세상의 소음과 혼잡을 내어버리는 시간입니다. 매일 말씀을 묵상하고, 조용히 기도하며, 하나님의 뜻에 내 마음을 맞추어야 할 때입니다. 그러할 때, 주님의 십자가는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지금 나를 살리고 있는 현재의 은혜로 다가올 것입니다.
오늘 우리 마음의 성전에는 무엇이 자리 잡고 있습니까? 혹시 겉은 예배자로 보이지만, 속에는 이익과 자기중심적인 생각, 나태와 습관이 뒤엉켜 있지는 않습니까? 오늘 예수님은 우리 안으로 들어오셔서 말씀하십니다.
“내 집은 기도하는 집이라 일컬음을 받으리라.”
고난주간 첫날, 주님의 거룩한 손에 우리의 마음을 맡기고, 우리 안에 숨겨진 모든 더러움과 불순물을 깨끗하게 씻어내는 시간을 갖읍시다. 그리고 다시금 기도의 자리, 회개의 자리, 은혜의 자리로 돌아가는 한 주간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정결한 심령으로 주님을 바라보며, 십자가의 은혜와 부활의 소망을 준비하는 복된 고난주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