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마태복음 21장 1~11절
“무리가 앞에서 가고 뒤에서 따르며 소리 높여 이르되
호산나 다윗의 자손이여
찬송하리로다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가장 높은 곳에서 호산나 하더라” (마태복음 21:9)
종려주일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신 그날, 수많은 무리가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호산나! 다윗의 자손이여!” 외쳤던 날입니다. 오늘날 교회에서도 이 날을 기념하여 하나님을 찬양하고, 고난주간의 시작을 함께 준비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종려주일의 기쁨 속에 감춰진 깊은 영적 의미를 묵상해야 할 때입니다. 왜냐하면, 예루살렘 입성 당시의 열광적인 환호는 불과 며칠 후 “그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는 외침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무리는 예수님을 왕으로 맞았지만, 그들이 기대한 왕은 정치적 해방자, 경제적 해결자였지, 십자가를 지신 하나님의 아들, 고난의 종은 아니었습니다.
오늘 이 말씀을 통해 우리는 과연 예수님을 어떤 왕으로 따르고 있는지, 그리고 예수님의 입성을 나의 마음속에서도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함께 돌아보기를 원합니다.
1. 예수님의 겸손한 입성: 나귀를 타신 왕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 많은 사람들이 왕의 오심을 축하하며 외쳤습니다. “호산나! 다윗의 자손이여!” ‘호산나’는 ‘우리를 구원하소서’라는 뜻입니다. 무리는 로마의 압제에서 벗어나게 해 줄 메시아, 새로운 시대를 여는 정치적 지도자로서 예수님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런 방식으로 자신을 나타내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은 화려한 전차가 아니라, 나귀 새끼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셨습니다. 이것은 스가랴 9장 9절의 예언을 이루신 것이었습니다.
“보라 네 왕이 네게 임하시나니 그는 공의로우시며 구원을 베푸시며
겸손하여 나귀를 타시나니 나귀의 작은 것 곧 나귀 새끼니라.”
이 나귀는 전쟁의 상징이 아니라 평화의 상징입니다. 예수님은 세상의 방식으로 권력을 잡으시려는 분이 아니셨습니다. 예수님은 겸손과 평화로 오신 메시아였습니다. 우리도 종종 예수님을 따르면서 세상의 기준으로 성공과 번영을 기대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나귀를 타신 왕이시며, 십자가의 길을 걷기 위해 입성하신 왕이셨습니다.
2. 사람들의 기대와 하나님의 뜻의 차이
예루살렘의 무리들은 “호산나!”를 외쳤지만, 그 외침은 곧 이해되지 않은 신앙의 결과로 변질됩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기대대로 예수님이 움직이길 원했습니다. 기적을 행하시고, 병을 고치시고, 바리새인들을 꾸짖으시던 그 모습이 이제 로마를 몰아내는 데까지 이어지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러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성전을 정화하시고, 고난을 예고하시고, 조용히 십자가의 길을 걸으셨습니다.
신앙생활에서도 우리는 때로 주님을 오해할 수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역사하시지 않으면 실망하고 낙심합니다. 그러나 신앙은 하나님의 뜻에 나를 맞추는 삶이지, 하나님을 내 뜻에 맞추는 삶이 아닙니다. 무리들이 예수님을 ‘왕’이라 부르면서도 십자가의 의미를 몰랐던 것처럼, 우리도 예수님의 참된 목적을 알지 못하고 신앙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3. 예수님을 진정한 왕으로 모신다는 것
예수님을 나의 왕으로 모신다는 것은, 단순히 예배 시간에 “주님, 주님” 부르며 찬양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나의 삶의 주권을 그분께 내어드리는 것입니다. 나의 생각, 계획, 시간, 재정, 감정, 선택—모든 것을 그분의 통치 아래 두는 것이 예수님을 진정한 왕으로 모시는 삶입니다.
예수님은 권세로 우리를 억누르시는 분이 아닙니다. 사랑과 희생으로 우리를 이끄시는 분이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꺼이 그분 앞에 무릎 꿇고 고백할 수 있습니다. “주님, 나의 왕이 되어 주옵소서. 나는 왕이 아니라, 당신의 백성입니다.”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환호하던 그 무리들처럼, 우리도 찬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찬양이 감정적인 열광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믿음의 결단과 헌신으로 이어져야 참된 예배가 됩니다.
4. 오늘 우리의 마음에도 주께서 입성하십니다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은 단지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오늘 우리의 마음에도 반복되는 사건입니다. 주님은 지금도 말씀하십니다. “보라 내가 문 밖에 서서 두드리노니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내가 그에게로 들어가 그와 더불어 먹고 그는 나와 더불어 먹으리라.” (요한계시록 3:20)
주님은 우리의 마음이라는 예루살렘에 입성하시길 원하십니다. 그러나 그분은 억지로 들어오시지 않습니다. 우리 안에 있는 교만, 욕심, 불신, 두려움의 문을 스스로 여는 자만이 그분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종려주일은 단지 성경 속 이야기의 날이 아니라, 내 마음의 왕을 누구로 삼을 것인지 결단하는 날입니다.
종려주일을 맞이하여 다시 묻습니다.
“예수님은 나의 삶에서 어떤 분이십니까?”
“나는 예수님을 진정한 왕으로 모시고 있는가?”
“예수님을 환영하지만, 혹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만 주님을 따르려 하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는 호산나를 외치는 무리처럼 겉으로는 주님을 찬양하면서도, 정작 내 삶의 주인이 내가 되고 있지는 않은지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종려주일은 우리에게 왕 되신 주님께 삶을 맡기는 날입니다. 나귀를 타신 겸손한 왕, 십자가의 길을 걸으신 사랑의 왕, 그리고 죽음을 이기시고 다시 오실 영광의 왕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날입니다.
우리를 찾아오시는 주님 앞에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진정한 왕으로 모시며 고백합시다.
“호산나! 다윗의 자손이여! 주여, 나의 왕이 되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