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라 5장 13-17절

“바사 왕 고레스 원년에 고레스 왕이 조서를 내려 하나님의 이 성전을 건축하게 하고... 이제 왕께서 선히 여기시거든 바벨론에 있는 왕의 보물 창고에서 고레스 왕이 예루살렘 성전을 건축하라고 내린 조서가 참으로 있는지 살펴보시고, 왕의 뜻을 이리로 보내주소서 하였더라” (에스라 5:13, 17 발췌)

본문은 이방인의 입을 통해 선포된, 그러나 하나님의 섭리가 뚜렷이 반영된 기록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을 증거하고, 그 말씀을 따라 살아갈 때 세상은 그 모습을 주목하게 됩니다. 그리고 때때로 하나님은 믿지 않는 자들의 보고와 문서를 통해서도 하나님의 일을 증거케 하시며, 그분의 뜻을 드러내십니다. 오늘 본문은 바로 그와 같은 장면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방인 관리인 닷드내와 그의 일행은 유다 백성의 성전 건축 현장을 조사한 후, 자신들이 확인한 바를 바사 왕 다리오에게 보고하는 내용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보고서에는 예루살렘 성전 건축이 바사 제국의 초대 왕 고레스의 명령에 근거한 것이라는 유다 장로들의 진술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 진술의 진위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요청으로 보고서가 마무리됩니다.


본문을 통해 먼저 주목할 점은, 고레스의 성전 건축 명령에 대한 기술 방식입니다. 에스라 1장에서는 고레스 왕이 성전 건축을 명령한 근거로 “하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세상 만국을 내게 주셨고 나에게 명령하사 성전을 건축하게 하셨다”(1:2)라고 신앙적 언급이 분명히 나옵니다. 그러나 오늘 본문인 5장 13절에서는 단지 “바사 왕 고레스가 조서를 내려 하나님의 성전을 건축하게 하였다”고 기술되어 있습니다. 신앙의 근거는 빠지고, 단순한 행정적 사실로만 기록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차이는 보고서를 작성한 이방 관리들이 신앙인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영적인 일은 성령 안에서만 올바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고린도전서 2장 14절에서 바울은 이렇게 말합니다. “육에 속한 사람은 하나님의 성령의 일을 받지 아니하나니... 이는 영적으로 분별되기 때문이라.” 불신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섭리가 잘 보이지 않으며, 그들은 단지 사건의 표면만을 기록할 뿐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한정된 기술 속에서도 하나님의 섭리는 멈추지 않고 흐르고 있습니다.


이방인의 눈으로 본 역사는, 비록 하나님의 이름을 높이지는 않지만, 하나님께서 당신의 백성을 위해 어떻게 준비해 두신 일들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성경 곳곳에서 우리는 이와 같은 하나님의 섭리의 사례들을 볼 수 있습니다. 출애굽 당시 애굽 왕 바로조차도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도구가 되었고(출 9:16), 느부갓네살 왕도 하나님의 징계의 손길로 쓰임받았으며(렘 25:9), 이제는 고레스 왕의 조서도 하나님의 백성 회복을 위한 수단이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13절부터 16절에 걸쳐, 닷드내의 보고는 유다 장로들의 설명을 있는 그대로 기록합니다. “고레스가 조서를 내려 하나님의 성전을 건축하게 하고, 금과 은 기명들을 돌려보냈으며, 그 기명들을 예루살렘 성전에 가져다가 놓게 하였다”는 역사적 사실이 담담하게 기술되어 있습니다. 신앙적 감정이나 과장 없이, 그저 팩트만을 나열하고 있음에도, 우리는 그 속에서 하나님의 손길을 분명히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로 하여금 다음과 같은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곧 불신자라 할지라도 하나님께서 쓰시면 정확하고 진실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모든 사람은 하나님의 통치 아래 있고, 하나님의 뜻은 어떤 상황과 인물도 사용하셔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우리는 믿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본문 17절에서 이방 관리들은 고레스의 조서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다리오 왕에게 요청합니다. 이것은 단지 형식적인 절차를 넘어서, 유다인들이 하는 말이 실제로 합법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를 검토하려는 정직한 의도에서 비롯된 요청이었습니다. 본문 앞서 등장한 4장에 나오는 대적들의 악의적 고발과는 분명히 태도가 다릅니다. 오히려 이번 보고는 유순하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이루어졌으며, 그 자체로 유다 백성에게 약간의 희망의 빛을 비추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믿음의 여정을 걸어가다 보면 때로는 세상의 평가와 감시의 눈길 앞에 놓일 때가 있습니다. 우리의 사역이, 우리의 신앙이, 혹은 우리의 결정이 그들의 조사와 질문 앞에 서야 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하나님의 뜻을 따라 순종하며 걸어간다면, 하나님께서는 세상의 문서 속에서도, 공문서 속에서도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실 것입니다.


이방 관리들의 보고문이 그랬습니다. 신앙이 없어도 그들의 입을 통해 **“지극히 크신 하나님의 전”**이라는 고백이 나오게 하셨고, 그들의 손을 통해 고레스의 조서가 다시 확인되게 하셨으며, 결국 다리오 왕의 승인이 성전 건축의 후속 지원으로 이어지게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떤 환경에서도 신앙인의 시선을 잃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세상의 언어는 하나님을 말하지 않을지라도, 그 속에서 하나님의 손길을 읽어낼 수 있는 영적 분별력이 우리에게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어떤 문서보다 먼저, 하나님의 말씀을 우리의 생명과 기준으로 삼아 살아가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본문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하나님의 일은 믿는 자뿐만 아니라 믿지 않는 자의 손을 통해서도 이루어집니다.

  2. 하나님의 섭리는 세상의 보고서 속에서도 드러납니다.

  3. 신앙인은 항상 하나님 앞에서의 정직과 순종을 유지해야 하며, 세상의 판단보다 하나님의 판단을 우선시해야 합니다.

  4. 우리의 궁극적 신뢰는 상황이 아니라, 섭리하시는 하나님께 있어야 합니다.

우리 삶 가운데 펼쳐지는 모든 일들 속에 하나님의 손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신앙인의 눈으로 그 손길을 발견하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하나님을 신뢰하고 담대하게 걸어가는 복된 믿음의 삶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여호와께서 그들을 도우사 그 손으로 하는 일을 형통하게 하시니라” (에스라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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