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라 5장 6-12절
“유브라데 강 건너편 총독 닷드내와 스달보스내와 그 동관들이 다리오 왕에게 올린 글의 초본은 이러하니라...... 우리가 그들에게 물어 이르기를, 누가 너희에게 명령하여 이 성전을 건축하고 이 성곽을 마치라 하였느냐 하고... 그들이 우리에게 대답하여 이르기를, 우리는 천지의 하나님의 종이라 예전에 건축되었던 전을 우리가 다시 건축하노라...” (에스라 5:6-12)
본문은 바사의 관리들인 닷드내와 스달보스내가 다리오 왕에게 올린 공식 보고서의 형식을 통해 하나님의 백성의 신앙과 하나님의 도우심이 어떻게 세상의 문서 속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나는지를 보여주는 귀한 장면입니다.
유다 백성은 선지자들의 말씀에 순종하여 성전 건축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 재건을 지켜보던 이방의 총독과 관리들은 곧 그 일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본문은 이방인들이 보낸 보고서의 구조와 그 속에 담긴 유다인의 신앙 고백, 그리고 그로 인해 나타난 하나님의 보호하심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첫째로, 이 보고서는 철저하게 관료적이고 행정적인 형식을 따르되, 놀랍게도 공정하게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닷드내와 그의 일행은 성전 건축 현장을 방문하고, 유다 장로들과의 면담을 통해 얻은 사실을 조서에 담아 다리오 왕에게 보고합니다. 그 내용은 유다 장로들이 한 말을 그대로 기록하였고, 그들의 답변 속에 담긴 신앙의 고백이 공문서 속에 실리게 된 것입니다.
본문 11절을 보면, 유다인들은 자신들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우리는 천지의 하나님의 종이라.” 이 얼마나 위대한 자기 고백입니까? 이들은 지금 강대국 바사 제국의 관료들 앞에서, 자신들을 단지 민족적 정체성으로 소개한 것이 아니라,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의 종으로서의 정체성을 밝히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그들이 단순히 땅을 다시 얻으려는 자들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명을 이루기 위해 이 땅에 존재하는 자들임을 선언하는 신앙 고백이었습니다.
이 고백은 그들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며, 동시에 세상의 권세 앞에서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영적인 위엄을 보여주는 말입니다. 유다 백성은 수년간 포로로 끌려가고, 성전은 무너졌으며, 민족은 흩어졌지만, 그들의 신앙은 여전히 살아 있었습니다. 그들은 실패와 포로 생활의 원인을 외적인 조건이나 정치적 상황으로 돌리지 않았습니다. 본문 12절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열조가 하나님께 범죄하였기 때문에 이런 일을 당했다고 고백합니다.
이것이 바로 신앙인의 역사 인식입니다. 신앙인은 역사를 단순한 사건의 흐름으로 보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섭리와 뜻 안에서 해석하며, 잘못이 있다면 그것을 자기 탓으로 돌리고 회개하는 마음으로 바라봅니다. 이것이 진정한 겸손이요, 신앙인의 태도입니다.
보고서의 구조에서 한 가지 더 주목할 점은, 유다인들의 신앙 고백이 이방 관리들로 하여금 그 성전을 “지극히 크신 하나님의 전”이라고 표현하게 했다는 점입니다(8절). 그들이 이 표현을 진심으로 한 것인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그들이 유다인들과의 대화 속에서 받은 인상, 곧 하나님을 향한 경외와 예배의 진정성이 그들로 하여금 그런 표현을 사용하게 한 것입니다. 이것은 유다인들의 믿음이 비신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입니다.
이와 같이 오늘날도 하나님의 백성들이 세상 가운데서 분명한 정체성과 신앙의 고백으로 살아갈 때, 믿지 않는 자들도 그들의 삶을 통해 하나님을 보게 되는 은혜가 나타납니다. 예수님께서도 말씀하셨습니다. “이같이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마 5:16).
한편, 이 보고서에는 당시 성전 건축이 매우 성실하게, 그리고 열정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는 사실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본문 8절에서 그들은 “그 성전이 큰 돌로 세워지고, 벽에는 나무를 얹으며, 백성들이 부지런히 일하므로 형통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합니다. 하나님께서 그들과 함께하심으로 인해, 이방인의 감시와 조사 속에서도 그들은 흔들림 없이 그 사역을 지속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본문을 통해 우리가 붙잡아야 할 진리는 분명합니다. 하나님의 사람들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하며, 그것은 단지 말로만이 아니라 삶과 사역, 행동을 통해 드러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신앙 고백이 진실할 때, 그것은 반드시 세상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믿지 않는 자들이 우리를 통해 하나님을 인정하게 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선교요 증거의 삶입니다.
또한 우리는 어떤 위기 앞에서도, 그 원인을 외부에서만 찾지 말고, 겸손히 하나님 앞에 돌아보는 태도를 지녀야 합니다. 유다 백성들처럼, 고난의 원인을 자신들의 죄에서 찾고 하나님께 돌이키는 그 신앙의 태도가 있을 때, 하나님의 눈은 우리를 지켜보시며 보호하시고, 그 일을 통해 더 큰 섭리의 역사를 이루어 가실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오늘 우리가 이 본문을 통해 배워야 할 교훈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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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은 항상 하나님의 종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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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의 삶은 비신자에게도 영향을 주는 향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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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 중에도 하나님을 향한 겸손과 회개는 하나님의 은혜를 부르는 통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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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세상의 문서 속에서도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십니다.
하나님께서 오늘 우리를 통해서도 이 시대 가운데, 하나님의 성전이 세워지고 하나님의 이름이 높임을 받게 하시기를 소망하며, 우리 모두가 신실한 고백과 겸손한 순종으로 주님 앞에 서기를 기도합니다.
“우리는 천지의 하나님의 종이라” (에스라 5:11)
이 고백이 우리의 삶의 중심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