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라 5장 1-2절
“선지자들 곧 학개와 잇도의 손자 스가랴가 이스라엘 하나님의 이름으로 유다와 예루살렘에 사는 유다 사람들에게 예언하였더니, 이에 스알디엘의 아들 스룹바벨과 예사닥의 아들 예수아가 일어나 예루살렘에 있는 하나님의 성전을 다시 건축하기 시작하매 하나님의 선지자들이 함께 있어 그들을 돕더라” (에스라 5:1-2)
본문은 하나님께서 그분의 백성을 회복시키시는 놀라운 은혜의 역사를 보여줍니다. 성전 건축은 단지 건물 하나의 재건이 아니라, 무너진 신앙의 회복이며, 하나님 백성 공동체의 정체성과 예배의 중심을 되살리는 사건입니다. 그런데 그 거룩한 사역이 외부의 압력과 내부의 낙심으로 인해 오랜 시간 멈춰 있었던 것입니다.
바사 왕 고레스의 조서를 통해 귀환한 유다 백성들은 큰 기대와 열정으로 성전 건축을 시작했지만, 사마리아인들의 방해와 주변 민족들의 위협, 그리고 정치적 어려움으로 인해 결국 공사가 멈추고 맙니다. 이 기간은 무려 16년에 이릅니다. 처음에는 순수했던 열정이 점차 식어가고, 하나님의 집보다 자기 집을 먼저 챙기게 되는 영적 무관심과 나태함이 찾아옵니다. 그러던 때, 하나님께서는 침묵하지 않으시고 말씀을 통해 다시 그들을 일으키십니다.
하나님은 여러 방식으로 일하실 수 있는 전능하신 분이시지만, 특별히 하나님의 백성을 향해 “말씀”을 통해 다가오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선지자 학개와 스가랴를 보내셔서 그들의 입을 통해 말씀하셨습니다. 에스라 5장 1절은 선지자들이 “이스라엘 하나님의 이름으로 예언하였다”고 기록합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표현입니다. 선지자들은 자기 감정이나 견해가 아닌, 하나님의 권위를 가지고 말씀을 선포한 것입니다. 그들의 예언은 하나님의 메시지였고, 하나님은 그 말씀으로 백성의 심령을 움직이셨습니다.
선지자 학개는 다리오 왕 제2년 6월 1일, 하나님의 말씀을 가지고 예루살렘으로 나아왔습니다. 그는 책망과 권면의 말씀으로 성전을 버려두고 자기 집만 짓는 백성들의 태도를 질책하며 이렇게 외칩니다. “너희가 판벽한 집에 거주할 때가 되었느냐? 이 성전은 황폐하였거늘”(학 1:4). 하지만 그의 말씀이 단지 정죄로 끝나지 않습니다. 학개는 “내가 너희와 함께 하노라”(학 1:13) 하시는 하나님의 위로의 말씀도 함께 전합니다. 그 말씀은 백성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고, 스룹바벨과 대제사장 예수아, 그리고 모든 남은 백성들이 마음을 돌이켜 불과 24일 만에 다시 건축을 시작하게 됩니다(학 1:15).
한편, 선지자 스가랴는 학개보다 두 달 뒤 예언을 시작했지만, 그 사역은 보다 환상적이고 신비한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회복의 약속을 선포하며, 백성들에게 성전의 중요성과 하나님의 임재의 회복을 강조합니다. 스가랴 4장 6절에서 주신 말씀은 성전 재건을 이끄는 스룹바벨에게 주어진 특별한 메시지입니다. “이는 힘으로 되지 아니하고 능으로 되지 아니하며 오직 나의 영으로 되느니라.” 하나님의 사역은 인간의 힘이 아니라 하나님의 성령의 역사로 이루어진다는 분명한 선언입니다.
이처럼 하나님은 낙심한 백성들에게 말씀을 통해 다가오셨고, 말씀을 통해 그들 안에 믿음을 다시 일으키셨습니다. 이로 인해 에스라 5장 2절은 이렇게 기록합니다. “스룹바벨과 예수아가 일어나 예루살렘에 있는 하나님의 성전을 다시 건축하기 시작하매, 하나님의 선지자들이 함께 있어 그들을 돕더라.” 하나님의 말씀은 죽은 심령을 살리는 능력이 있습니다. 사명을 잊고 있던 자들을 일으켜 다시 하나님의 일에 헌신하게 만드는 능력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님의 종들이 백성과 함께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선지자들은 단지 말씀만 전한 것이 아니라, 함께하며 격려하고, 지속적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공급해주며 그들을 돕는 사역을 감당하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지도자의 모습입니다. 지도자들은 하나님의 뜻을 전할 뿐 아니라, 백성들과 함께 아파하고 함께 일하며, 무너진 마음을 붙들고 다시 세워주는 사명을 감당해야 합니다.
오늘날 우리에게도 이 말씀이 크게 울려 퍼져야 할 때입니다. 혹시 우리의 마음속에서도 무너진 성전은 없습니까? 하나님을 향한 열정이 식고, 신앙의 헌신이 중단된 채로 방치되어 있는 부분은 없습니까? 세상의 염려와 문제들이 우리의 신앙의 건축을 멈추게 하지는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하나님은 오늘도 동일한 방식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십니다. 말씀으로 오십니다. 목회자의 설교를 통해, 성경 공부를 통해, 때로는 말씀을 읽는 중에, 조용한 기도의 시간 속에 하나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다시 일어나라. 내가 너와 함께하겠다.” 그리고 오늘도 하나님의 선지자들은 우리 곁에 서서, 함께 울고 함께 걸으며 하나님의 뜻을 이루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다시 일어나야 합니다. 성령께서 우리 안에서 역사하실 때, 우리는 다시 믿음의 공사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건축은 우리의 손으로 시작되지만, 그 기초는 하나님의 말씀이며, 완성은 하나님의 능력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면, 멈춰 있던 사명의 길을 다시 시작합시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하나님의 성전을 다시 건축하는 자들”로, 이 시대에 무너진 예배를 다시 세우고, 깨어진 공동체를 회복하며, 하나님의 영광을 다시 이 땅 가운데 드러내는 주의 백성으로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이 전의 나중 영광이 이전 영광보다 크리라” (학개 2:9)
하나님의 이 약속이 오늘 우리 교회와 삶 속에 이루어지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