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11장 19절
“이에 하늘에 있는 하나님의 성전이 열리니 성전 안에 하나님의 언약궤가 보이며 또 번개와 음성들과 뇌성과 지진과 큰 우박이 있더라” (요한계시록 11:19)
본문은 하늘의 성전이 열리고 그 안에 언약궤가 나타나는 장엄한 환상입니다. 이 장면은 단지 장식적인 묘사가 아닙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구원 계획의 완성과 언약의 성취를 보여주는 깊은 영적 상징이며, 동시에 우리에게는 큰 위로와 도전을 주는 말씀입니다.
본문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이에 하늘에 있는 하나님의 성전이 열리니…” 여기서 ‘하늘의 성전’은 구약의 성막이나 성전이 아니라, 그 모든 그림자와 예표를 넘어서는 참된 성소, 곧 하나님의 임재가 충만한 천상의 실재를 가리킵니다. 히브리서 8장 5절은 구약의 성막이 하늘에 있는 참 성소의 모형이라고 설명합니다. 이제 그 모형이 아니라, 실체가 드러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성전 안에 하나님의 언약궤가 보였습니다. 성경에서 ‘언약궤’는 매우 중요한 상징입니다. 출애굽기 25장에서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언약궤를 만들라고 명령하시며, 그 위에 시은좌를 두고, 하나님께서 백성들과 만나실 장소로 삼으셨습니다. 언약궤 안에는 십계명 돌판이 들어 있었고, 그 위에 피가 뿌려짐으로써 하나님의 공의와 자비, 언약과 속죄가 함께 만나는 거룩한 자리였습니다.
이 언약궤는 구약에서는 지성소에만 있었고, 대제사장이 1년에 단 한 번 대속죄일에만 그 앞에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요한은 하늘의 성전이 열리고, 그 안에 있던 언약궤가 모든 이들에게 보이게 되는 환상을 목격합니다. 이것은 단지 한 개체로서의 언약궤가 아니라, 하나님의 구속의 언약이 마침내 모든 이들에게 완전하게 드러났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 언약궤는 구약의 율법 언약만을 가리키지 않습니다. 이제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 세워진 새 언약의 상징으로 나타납니다. 히브리서 9장 11절 이하에서 말하듯이,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더 크고 온전한 장막으로 말미암아 자신의 피로 영원한 속죄를 이루셨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는 자는 담대히 지성소에 나아갈 수 있는 은혜를 입은 자입니다(히 10:19-22).
하늘의 성전이 열렸다는 말은 곧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완전히 자신을 드러내시고, 막혀 있던 하나님과의 사이가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열려졌음을 선포하는 장면입니다. 이것은 회복의 선언이며, 승리의 선언이며, 더 이상 지성소가 감추어진 장소가 아니라 믿는 자들에게 하나님을 직접 대면할 수 있는 구속의 공간으로 열린 것입니다.
이 언약궤가 보이는 순간, 곧바로 이어서 번개와 음성들과 뇌성과 지진과 큰 우박이 동반됩니다. 이는 구약에서 하나님의 임재가 임할 때 나타났던 현상들과 동일합니다. 출애굽기 19장에서 시내산에 여호와께서 강림하실 때도, 번개와 뇌성과 구름과 큰 소리의 나팔이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임하시는 자리는 언제나 두 가지 반응을 일으킵니다. 의인에게는 경외와 기쁨, 그러나 불의한 자에게는 두려움과 심판의 공포가 따릅니다.
본문의 이 자연현상들은 단순한 천체의 이상이 아닙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거룩함과 공의, 그리고 그분의 임재 앞에 서는 자들의 반응을 나타냅니다. 어떤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임재가 생명의 빛이 되지만, 하나님을 거역하고 끝까지 회개하지 않은 자들에게는 심판의 불이 되어 내리게 될 것입니다. 요한계시록 6장 16절은 이렇게 기록합니다. “산들과 바위에게 말하되 우리 위에 떨어져 보좌에 앉으신 이의 얼굴과 어린 양의 진노에서 우리를 가리라.”
하지만 믿는 자에게는 이 장면이 두려움의 대상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것은 하나님의 약속의 성취이자, 그분의 신실하신 사랑의 보증입니다. 하늘의 언약궤는 하나님께서 자신의 언약을 반드시 이루신다는 선언이며, 세상 끝날까지 변함없이 우리와 함께하시겠다는 약속입니다. 계시록 21장 3절은 말합니다. “보라, 하나님의 장막이 사람들과 함께 있으매 그가 그들과 함께 거하시리니…”
그러므로 우리는 이 말씀을 통해 세 가지 중요한 교훈을 붙들어야 하겠습니다.
첫째, 하나님의 언약은 반드시 성취됩니다. 사람은 변하고 상황은 흔들려도 하나님은 신실하시며, 그분이 우리에게 하신 약속은 반드시 이루어집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진 새 언약은 결코 실패하지 않으며, 믿는 자들에게는 영원한 생명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둘째, 우리는 하늘에 열린 성전 앞에 날마다 나아가는 자들입니다. 이제 우리는 지성소에 들어갈 수 없는 자들이 아니라, 예수의 보혈로 성소의 휘장이 찢어진 후, 하나님 앞에 담대히 나아갈 수 있는 하나님의 자녀들입니다. 우리의 예배는 하늘 보좌 앞에 드려지는 거룩한 예배이며, 우리의 기도는 언약궤 앞에 상달되는 향기로운 향입니다.
셋째, 우리는 언약의 신실하심을 믿고 복음을 위해 헌신해야 합니다. 언약궤가 보인 이 마지막 환상은 새 하늘과 새 땅의 도래를 예고하는 장면입니다. 이 언약은 단지 개인의 구원에 그치지 않고, 세상 전체를 회복하실 하나님의 계획의 일부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언약을 믿고, 아직도 복음을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그 구원의 소망을 증거하며 살아야 합니다.
하늘의 성전은 열렸습니다. 하나님의 언약은 드러났고, 우리는 그 언약 안에 살아가는 복된 백성들입니다. 이제 그 약속을 믿으며, 흔들림 없는 믿음으로 주님 오시는 날까지 달려갑시다.
“하나님의 언약은 영원하고 신실하며, 주께서 말씀하신 그 날이 반드시 이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