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11장 16-18절
“하나님 앞에 자기 보좌에 앉아 있는 이십사 장로가 엎드려 얼굴을 대고 하나님께 경배하여 이르되 감사하옵나니 지금도 계시고 전에도 계신 주 하나님 곧 전능하신 이시여 친히 큰 권능을 잡으시고 왕 노릇 하시도다 이방들이 분노하매 주의 진노가 임하여 죽은 자를 심판하시며 종 선지자들과 성도들과 또 작은 자든지 큰 자든지 주의 이름을 경외하는 자들에게 상 주시며 또 땅을 망하게 하는 자들을 멸망시키실 때로소이다 하더라.” (요한계시록 11:16-18)
본문은 하나님의 보좌 앞에서 24장로들이 엎드려 경배하는 장면입니다. 이 말씀은 장차 하나님의 나라가 온전히 이 땅에 세워지고, 예수 그리스도의 통치가 완전하게 이루어질 때, 하늘에서 울려 퍼질 영광의 찬양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 장면은 오늘 우리에게도 깊은 감동과 도전을 주는 하나님 나라 백성의 예배의 본질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본문은 “하나님 앞에 자기 보좌에 앉아 있는 이십사 장로가 엎드려 얼굴을 대고 하나님께 경배하여 이르되”라고 시작합니다. ‘엎드려 얼굴을 대고’라는 표현은 단지 형식적인 예배가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 앞에서 존재 전체를 낮추고 경외하는 절대적인 복종의 자세입니다. 이 예배는 입술의 찬양만이 아니라, 마음과 삶을 다하여 드리는 영적 제사입니다.
장로들은 먼저 이렇게 고백합니다. “감사하옵나니 지금도 계시고 전에도 계신 주 하나님 곧 전능하신 이시여.” 여기서 하나님의 이름은 요한계시록 1장 8절에서 보았던 표현과 약간 다릅니다. 1장에서는 “이제도 있고 전에도 있었고 장차 올 자”라고 했지만, 본절에서는 “옛적에도 계셨고 지금도 계신”이라고 말합니다. 왜 ‘장차 오실 자’가 생략되었을까요? 그것은 이제 하나님께서 실제로 이 땅에 임하셔서 왕이 되셨고, 더 이상 오실 분이 아니라 이미 오셔서 통치하고 계심을 선포하기 때문입니다. 곧,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과 함께 하나님의 나라가 확립되었으며, 이제는 주께서 친히 큰 권능을 잡으시고 왕 노릇 하시는 시간이 된 것입니다.
이 장면은 단지 미래의 한 시점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믿고 고백하는 하나님은 지금도 살아 역사하시는 왕이십니다. 우리는 현실 속에서 수많은 정치적 불안, 도덕적 혼란, 영적 무관심 속에 살아가지만, 이 세상의 권세가 아무리 높아 보여도 하나님은 결코 통치를 놓치지 않으시며, 결국에는 모든 세상 나라를 그의 나라로 굴복시키실 것입니다.
그 다음, 장로들은 하나님께서 행하실 두 가지 위대한 일을 찬양합니다.
첫째는 심판의 사역, 둘째는 상급의 사역입니다. 먼저 18절에서 “이방들이 분노하매 주의 진노가 임하여 죽은 자를 심판하시며…”라고 말합니다. 이방들이 분노하는 모습은 시편 2편을 연상케 합니다. “어찌하여 열방이 분노하며 민족들이 허사를 경영하는가?” 그러나 사람의 분노는 하나님의 뜻을 꺾을 수 없습니다. 오히려 하나님의 진노가 임하여 불신자들, 사단의 추종자들, 거짓 선지자들을 심판하실 것입니다. “죽은 자를 심판하시며 땅을 망하게 하는 자들을 멸망시키실 것”이라고 선포된 이 말씀은, 하나님의 공의가 완전히 실현되는 종말의 때를 가리킵니다.
여기서 ‘죽은 자들’은 단지 육체적으로 죽은 자들만이 아니라, 사단의 유혹에 빠져 짐승을 경배하며 회개하지 않았던 모든 불신자들을 포함합니다. 또한 ‘땅을 망하게 하는 자들’은 요한계시록 13장과 19장에 등장하는 적그리스도, 거짓 선지자, 바벨론의 음녀, 짐승의 세력들을 상징하며, 이들은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파괴하고 교회를 박해한 세력들입니다. 하나님은 이들을 최후의 심판에서 철저히 멸망시키실 것입니다.
하지만 이와 대조되는 위대한 소식이 있습니다. 바로 의인들에게는 상급을 주시는 하나님이시라는 사실입니다. 18절 중반에는 이렇게 말합니다. “종 선지자들과 성도들과 또 작은 자든지 큰 자든지 주의 이름을 경외하는 자들에게 상 주시며.” 여기에는 세 부류의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① 하나님의 종인 선지자들 – 말씀을 전하며 시대를 깨운 자들입니다.
② 성도들, 곧 순교자들과 고난 중에 믿음을 지킨 자들입니다.
③ 주의 이름을 경외하는 모든 자들,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하나님을 경외한 사람들입니다.
하나님은 이들을 잊지 않으시고, 그 믿음의 수고와 충성을 기억하십니다. 히브리서 6장 10절은 말씀합니다. “하나님은 불의하지 아니하사 너희 행위와 그의 이름을 위하여 나타낸 사랑을 잊지 아니하시느니라.” 하나님은 반드시 그분의 나라를 위해 충성한 자에게 영원한 생명과 영광의 면류관을 상급으로 주실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이 땅에서 여전히 전쟁터 같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죄악은 여전히 땅을 더럽히고, 교회는 조롱을 받으며, 성도들은 외롭고 힘든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이 말씀은 분명히 선언합니다. 하나님은 왕이시며, 그분의 나라가 반드시 임하며, 의인은 상을 받고 악인은 심판을 받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소망을 붙잡고 오늘도 믿음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의 예배는 장로들의 찬양처럼 하나님을 높이고, 그분의 통치를 고백하는 예배가 되어야 하며, 우리의 삶은 하나님의 나라를 소망하며 살아가는 거룩한 행진이 되어야 합니다.
지금도 하나님은 하늘에서 우리의 믿음을 보고 계시며, 장차 보좌 앞에 설 때에 우리도 이십사 장로들과 함께 얼굴을 대고 엎드려, 왕 되신 하나님을 찬양하는 영광의 자리에 참여하게 될 줄로 믿습니다.
“왕이신 나의 하나님, 내가 주를 높이고 영원히 주의 이름을 송축하리이다” (시편 14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