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11장 14-15절
“둘째 화는 지나갔으나 보라 셋째 화가 속히 이르리로다. 일곱째 천사가 나팔을 불매 하늘에서 큰 음성들이 나서 이르되 세상 나라가 우리 주와 그의 그리스도의 나라가 되어 그가 세세토록 왕노릇 하시리로다 하니” (요한계시록 11:14-15)
본문은 요한계시록의 구조 가운데서도 절정의 순간 중 하나입니다. 마지막 나팔, 곧 일곱째 나팔이 울릴 때, 하늘에서는 놀라운 선포가 울려 퍼집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완전히 임했다는 선언이며, 예수 그리스도께서 영원한 왕으로 통치하신다는 구원의 완성의 메시지입니다.
우선 본문 14절에서는 “둘째 화는 지나갔으나 보라 셋째 화가 속히 이르리로다”라고 선포합니다. 여기서 ‘화’란 하나님의 심판을 의미합니다. 요한계시록은 일곱 인, 일곱 나팔, 일곱 대접의 심판 구조 속에서 세 번의 큰 ‘화’를 소개하는데, 이 화들은 단순한 고통이 아니라, 회개하지 않는 세상에 대한 하나님의 공의의 실행입니다. 그리고 그 마지막, 셋째 화가 임하는 순간에 바로 일곱째 천사가 나팔을 불게 됩니다.
이 일곱째 나팔은 단순한 재앙의 신호가 아닙니다. 오히려 하늘의 문이 열리고, 하나님의 최종적인 승리와 통치가 선포되는 영광의 나팔입니다. 일곱째 나팔이 울릴 때, 하늘에서는 큰 음성들이 울려 퍼집니다. “세상 나라가 우리 주와 그의 그리스도의 나라가 되어 그가 세세토록 왕노릇 하시리로다.” 이 말씀은 얼마나 위대하고 경이로운 선포입니까?
이 구절은 시편 2편의 메시지를 떠올리게 합니다. “내가 나의 거룩한 산 시온에 내 왕을 세웠다 하시리로다… 내게 구하라 내가 이방 나라를 네 유업으로 줄이니…”라는 말씀처럼, 이제 세상 나라의 모든 권세가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수중에 맡겨졌음을 선포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사단과 그 추종자들의 손아귀에 있었던 세상 나라가 이제는 진정한 왕, 곧 예수 그리스도의 나라가 되었음을 밝히고 있는 것입니다.
이 선언은 단지 미래의 한 시점을 예고하는 예언이 아닙니다. 이미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승리하시고, 부활과 승천을 통해 모든 권세를 가지신 주로 높임을 받으신 그 순간부터 시작된 구속의 통치가, 이제 마지막 나팔을 통해 전 우주에 드러나게 되는 것입니다. 골로새서 2장 15절에서도 바울은 말합니다. “통치자들과 권세들을 무력화하여 드러내어 구경거리로 삼으시고 십자가로 그들을 이기셨느니라.”
그러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비록 예수님께서 왕으로 이미 등극하셨지만, 그분의 통치가 이 땅 가운데 완전하게 실현되는 것은 그리스도의 재림과 함께 이루어진다는 사실입니다. 본문에서도 그리스도께서 “세세토록 왕노릇 하시리로다”라고 선포되지만, 사단의 멸망과 세상의 죄악의 완전한 정리는 아직 남아 있습니다. 그 일은 요한계시록 19장 이후, 곧 그리스도의 재림과 백보좌 심판, 그리고 새 하늘과 새 땅의 도래로 완성될 것입니다.
이 모든 말씀이 우리와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하나님의 나라, 예수 그리스도의 통치, 그 영원한 승리는 단지 먼 미래의 일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누가복음 17장 20-21절에서 바리새인들의 질문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볼 수 있게 임하는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 곧, 하나님의 나라는 이미 우리의 마음속에서 시작된 현실이며, 그분을 믿는 자들 안에 임하는 실제입니다.
요한계시록 1장 9절에서 사도 요한은 자신을 “예수 안에서 환난과 나라와 참음에 동참하는 자”라고 소개합니다. 그렇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우리는 이미 하나님의 나라의 백성이며, 그 통치 아래 살아가는 자들입니다. 비록 지금은 세상이 죄로 가득하고, 불의가 이기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하나님의 나라는 반드시 완성될 것이며, 우리는 그 나라의 완성에 참여할 자들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땅을 살아가면서도, 그리스도의 나라를 바라보며 그 통치 아래 살아가는 삶을 추구해야 합니다. 세상은 여전히 사단의 속임수와 불의로 가득하지만, 우리는 하늘에 속한 시민으로서 이 땅의 죄와 싸우며, 빛 가운데 걸어가야 합니다. 에베소서 5장 8-9절에서 바울은 권면합니다. “너희가 전에는 어둠이더니 이제는 주 안에서 빛이라 빛의 자녀들처럼 행하라.”
또한 우리는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는 일에 함께 동참해야 합니다. 믿음의 행위, 선한 삶, 복음 전파, 예배와 순종의 삶을 통해 우리는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가 조금씩 드러나도록 협력하는 자들입니다. 마태복음 6장에서 주님께서 가르쳐주신 기도처럼 우리는 날마다 기도해야 합니다. “아버지의 나라가 임하시오며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일곱째 나팔이 울리는 그날, 온 하늘과 땅이 선포할 것입니다. “세상 나라가 우리 주와 그의 그리스도의 나라가 되어 그가 세세토록 왕노릇 하시리로다.” 그날은 반드시 오며, 우리는 그 영광의 날을 기다리는 사람들입니다. 우리의 믿음을 흔들지 말고, 이 땅에서 하늘나라 백성답게 살아가며, 언젠가 영원한 왕 되신 그리스도의 보좌 앞에 서게 될 날을 기대하며 살아갑시다.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는지라 거기로부터 구원하는 자 곧 주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리노니” (빌립보서 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