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11장 13절

“그 시에 큰 지진이 나서 성의 십분의 일이 무너지고 지진에 죽은 사람이 칠천이라 그 남은 자들이 두려워하여 영광을 하늘의 하나님께 돌리더라” (요한계시록 11:13)

본문은 요한계시록 11장에서 이어지는 두 증인의 사건 가운데 마지막 장면입니다. 이 장면은 증인의 죽음 이후, 사흘 반 만에 다시 살아난 그들의 부활과 승천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이 온 세상 가운데 드러나는 장면이며, 동시에 세상에 남은 자들에게는 두려움과 경고의 징조가 됩니다.


본문은 “그 시에 큰 지진이 나서”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이는 두 증인이 하늘로 들림을 받고 난 직후, 즉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그분의 영광이 명백히 드러나는 바로 그 순간, 이 땅에 하나님의 진노와 심판을 상징하는 큰 지진이 일어났다는 것을 말합니다. 성경에서 ‘지진’은 종종 하나님의 임재, 진노, 또는 결정적인 사건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로 등장합니다. 요한계시록 6장 12절, 에스겔 38장 19절, 그리고 마태복음 27장 54절을 보면, 하나님께서 역사 가운데 친히 개입하시는 순간마다 큰 지진이 일어난 것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번 지진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닙니다. 이 지진은 하나님의 손길 아래 진행되는 심판의 시작이며, 그 규모 또한 결코 작지 않습니다. 본문에 따르면 “성의 십분의 일이 무너지고 지진에 죽은 사람이 칠천이라”고 말씀합니다. 여기서 ‘성’은 대환난 가운데 적그리스도의 통치를 상징하는 도시를 가리키며, 이는 인간 중심의 세속 도시로 볼 수 있습니다. ‘십분의 일’이라는 표현은 단순한 통계적 수치가 아니라, 하나님께 바쳐야 할 몫, 즉 십일조를 상징하며, 이는 하나님의 주권을 거부한 세상의 일부분이 심판을 통해 무너졌음을 상징하는 상징적 표현입니다.


성경에서 십일조는 항상 하나님의 것, 하나님의 몫으로 인정되어야 할 부분이었습니다. 창세기 28장 22절, 레위기 27장 32절, 민수기 18장 21절에서 우리는 십일조가 하나님의 소유로서 성결하게 구별된 것임을 봅니다. 그런데 이 십분의 일이 무너졌다는 것은, 이 땅에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야 했던 도시와 사람들, 즉 구별되어야 했던 이들이 심판의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을 강력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또한 “칠천 명이 죽었다”고 하였는데, 이 ‘칠천’이라는 숫자 역시 상징적입니다. 일곱은 성경에서 하나님의 완전함과 충만함을 의미하는 숫자입니다. 그러므로 ‘칠천 명’이라는 표현은 단순한 인구 수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하나님의 심판이 광범위하고 철저하게 실행되었음을 나타냅니다. 이 심판은 실수 없이, 공의롭게, 하나님께서 정하신 때에 정확히 임한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특히 주목해야 할 말씀은 그 다음 구절입니다. “그 남은 자들이 두려워하여 영광을 하늘의 하나님께 돌리더라.” 이 장면은 참으로 인상 깊습니다. 두 증인의 부활과 지진이라는 극적인 사건 이후, 살아남은 사람들은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그들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하지만 이 ‘영광을 돌린다’는 표현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회개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다니엘서 2장 47절이나 4장 34절을 보면, 바벨론의 왕 느부갓네살이 하나님의 능력을 인식하고 입으로는 영광을 돌렸지만, 곧 이어 다시 교만과 죄악으로 돌아갔던 것을 우리는 압니다. 다시 말해, 이들의 영광 돌림은 진정한 회개에서 비롯된 신앙 고백이 아니라, 두려움 속에서 나온 순간적인 반응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요한복음 9장 24절에서도 바리새인들이 예수님의 기적 앞에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라” 했지만, 그것은 진리의 고백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여기서 매우 중요한 진리를 깨닫게 됩니다. 심판의 날에는 진정한 회개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두려움에 의한 반응은 있어도, 믿음에서 우러난 회개와 구원의 열매는 맺히지 않습니다. 회개의 기회는 오직 지금, 복음이 선포되고, 성령께서 역사하시는 이 은혜의 시간에만 주어지는 것입니다. 히브리서 3장 15절은 우리에게 이렇게 권면합니다. “오늘 너희가 그의 음성을 듣거든 너희 마음을 강퍅하게 하지 말라.”


이 말씀 앞에서 우리는 두 가지의 영적 태도를 점검해야 합니다. 


첫째는 두 증인과 같은 부활의 소망을 가지고 살고 있는가입니다. 이 땅에서 복음을 증거하고, 핍박과 조롱 속에서도 굵은 베옷을 입고 하나님의 말씀을 전한 이들은 마침내 부활하여 하늘로 들림받았습니다. 그들의 죽음은 패배가 아니라 승리의 과정이었고, 그들의 수치는 오히려 하나님의 영광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우리도 이 소망을 붙잡고 살아야 합니다.


둘째는 하나님의 심판 앞에서 진정한 회개로 반응하고 있는가입니다. 우리는 두려움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자가 아니라, 믿음으로 하나님의 자비와 인자하심을 의지하여 자발적으로 회개하고 순종하는 자가 되어야 합니다. 진정한 회개는 외적인 감정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바꾸는 것입니다.


그날이 오기 전에, 아직 은혜의 시간이 남아 있는 지금, 우리 자신을 돌아보며 회개의 열매를 맺고 복음을 증거하는 증인의 삶을 회복합시다. 그리고 이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사람답게, 심판을 경고할 뿐만 아니라 구원의 길을 전하며, 많은 사람들을 주님께로 인도하는 사명을 감당합시다.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얻으리라” (로마서 10:13)


이 복된 소망을 붙들고, 오늘도 두 증인처럼, 진리의 말씀으로 세상을 밝히며 승리하는 삶을 살아가시는 저와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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