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11장 7-9절

“그들이 그 증언을 마칠 때에 무저갱으로부터 올라오는 짐승이 그들과 더불어 전쟁을 일으켜 그들을 이기고 그들을 죽일 터인즉 그들의 시체가 큰 성길에 있으리니, 그 성은 영적으로 하면 소돔이라고도 하고 애굽이라고도 하니 곧 그들의 주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곳이라 사람들이 그 시체를 사흘 반 동안을 못 보게 하고 무덤에 장사하지 못하게 하리로다” (요한계시록 11:7-9)

본문은 “그들이 그 증언을 마칠 때에”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여기서 “증언을 마친다”는 것은 하나님의 뜻을 따라 이 땅에서 맡겨진 사명을 완전히 이루었다는 뜻입니다. 이는 7년 대환난의 전반기인 3년 반, 곧 1,260일 동안 두 증인—즉 고난 가운데 있는 교회가 세상에 대한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며 예언적 사명을 다하였음을 의미합니다. 이 시기는 증인의 사명이 가장 절정에 이를 시기이며, 동시에 고난이 더욱 깊어지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이때 무저갱으로부터 올라오는 짐승이 등장하여 두 증인을 죽이는 장면이 나타납니다. 이 ‘짐승’은 다니엘서 7장에 나오는 네 짐승의 환상을 배경으로 하며, 요한계시록 13장에서 등장하는 바다에서 나오는 짐승과 동일한 존재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사단의 권세를 위임받은 세상 정부, 반기독교적 세계질서, 즉 적그리스도를 상징합니다. 그는 하나님의 백성을 대적하며, 거짓과 억압, 미혹을 통해 하나님의 교회를 무너뜨리려 하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이 짐승이 증인을 죽일 수 있는 시점이 바로 그들이 **“증언을 마친 후”**라는 점입니다. 아무리 강한 권세를 가진 세상이라 할지라도, 하나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시면 단 한 사람의 생명도 해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생명은 하나님께 달려 있습니다. 우리는 사명을 완수할 때까지 결코 쓰러지지 않으며, 하나님이 허락하신 그 시간까지 보호받습니다.


짐승이 증인을 죽였다고 해서 교회가 패배한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패배가 아닙니다. 이는 오히려 하나님께서 사단과 그 추종 세력에게 잠시 시간을 허락하셔서 그들의 죄악이 극에 달하게 하신 후, 최종적으로 심판하시기 위함입니다. 순교는 패배가 아니라 승리의 관문입니다. 요한복음 16장 33절에서 예수님께서 친히 말씀하셨습니다. “세상에서는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


이 증인들의 시체는 ‘큰 성’ 길거리에 버려져 장사되지 못하고 사흘 반 동안 온 세상의 눈에 노출됩니다. 이 ‘큰 성’은 본문에서 소돔과 애굽이라 불리고,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곳이라 언급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단지 지리적 예루살렘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대적하고 의인을 죽이는 모든 악한 세상의 총체적 상징입니다. 소돔은 도덕적 타락과 하나님에 대한 반역을, 애굽은 하나님의 백성을 억압하는 세상의 권세를 의미하며,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루살렘은 영적 배신과 신앙적 형식주의를 상징합니다. 따라서 ‘큰 성’은 단지 한 도시가 아니라, 모든 시대에 걸쳐 하나님의 증인들을 배척하고 죽이는 세상적 가치와 문화를 가리킵니다.


시체가 사흘 반 동안 장사되지 않고 거리에 버려진다는 것은 유대인의 장례 문화 속에서 가장 수치스럽고 잔인한 형벌로 여겨졌습니다. 시편 79편 3절에서도 “그들의 시체를 공중의 새에게 밥으로 주며 그들의 살을 땅의 짐승에게 주었나이다”라고 한탄하듯, 이는 죽은 자에게조차 자비를 베풀지 않는 극악한 모욕을 상징합니다.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이런 취급을 받는다는 것은 마지막 대환난의 고통이 얼마나 클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 기간은 사흘 반—곧 아주 짧고 제한된 시간입니다. 이는 아무리 교회가 짓밟히고 모욕당한다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그 고통의 시간을 엄격히 제한하고 계시며, 결국에는 회복이 있을 것이라는 분명한 소망을 주는 말씀입니다.


이 말씀은 지금도 교회가 감당하고 있는 현실적인 고난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세상은 교회를 향하여 조롱하고, 복음을 전하는 이들을 모욕하며, 진리를 증거하는 사람들을 거짓과 혐오의 대상으로 삼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증인들은 사명을 다하기까지 결코 침묵하지 않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어둡다 하더라도, 하나님의 증인들은 그 어둠 속에 빛을 비추는 촛대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증거를 마치는 날,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죽음조차 그들에게는 패배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부활의 시작점이며, 하늘로부터 오는 생명의 관을 받는 순간입니다. 디모데후서 4장 7-8절에서 사도 바울은 고백합니다.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되었으므로…”


그러므로 우리도 이 시대 속의 두 증인이 되어야 합니다.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증언하는 자로 부름 받았으며, 우리에게도 사명이 주어졌습니다. 증거를 마치는 그날까지, 죽기까지 충성하며 우리의 자리를 지켜야 하겠습니다. 세상이 조롱해도, 교회를 무너뜨리려 해도, 우리는 결코 흔들리지 말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우리와 함께하시며, 그분의 뜻은 결코 실패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기억합시다. 비록 교회가 사흘 반 동안 쓰러진 듯 보일지라도, 그 후에 부활이 있습니다. 승리가 있습니다. 영광이 있습니다. 이 땅의 교회가 진리 위에 서서, 마지막까지 그 증언을 다할 때, 하나님은 그 교회를 높이 들으시고 영원한 나라로 인도하실 것입니다.

“죽도록 충성하라 그리하면 내가 생명의 관을 네게 주리라” (계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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