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11장 3-6절

“내가 나의 두 증인에게 권세를 주리니 그들이 굵은 베옷을 입고 천이백육십 일 동안 예언하리라. 그들은 이 땅의 주 앞에 섰는 두 감람나무와 두 촛대니… 그들이 입에서 불이 나와 그 원수를 삼키고, 또 그들이 권세를 가지고 하늘을 닫아 그 예언하는 날 동안 비 오지 못하게 하고, 또 물을 변하여 피가 되게 하고 아무 때든지 원하는 대로 여러 가지 재앙으로 땅을 치리로다.” (요한계시록 11:3-6)

본문에 나오는 ‘두 증인’은 마지막 시대에 하나님께서 세우신 특별한 사명자들이며, 고난과 핍박의 한가운데에서도 복음을 증언하며 하나님의 뜻을 드러내는 자들입니다. 그런데 이 ‘두 증인’이 누구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교회 역사 속에서 다양한 해석이 제시되어 왔습니다.


먼저 첫 번째 견해는, 두 증인을 에녹과 엘리야로 보는 해석입니다. 초기 교부였던 터툴리안은 이 견해를 따랐습니다. 에녹과 엘리야는 성경에서 죽음을 경험하지 않고 승천한 인물들로 알려져 있으며, 이들이 종말에 다시 돌아와 하나님 말씀을 증언하게 될 것이라는 전승이 위경 ‘에녹서’에도 나타납니다. 이들은 하나님의 특별한 사명을 가지고 세상에 다시 나타나 복음을 전하고 회개를 촉구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두 번째 견해는 두 증인이 모세와 엘리야를 상징한다는 해석입니다. 엘리야는 하늘을 닫아 비를 오지 않게 한 선지자였고, 모세는 나일강을 피로 변하게 하고 여러 재앙을 행했던 자입니다. 본문에 나오는 이적들이 이들의 사역을 반영하고 있기에, 많은 주석가들은 두 증인을 모세와 엘리야의 사명을 계승하거나, 혹은 이들의 재림 자체로 보았습니다. 유대 전통과 초기 기독교는 종말에 모세와 엘리야가 다시 나타나리라는 믿음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변화산 사건에서 예수님과 함께 나타난 인물도 바로 모세와 엘리야였다는 점에서 그 상징성은 더욱 분명합니다.


세 번째 견해는, 두 증인을 교회 전체로 보는 입장입니다. 많은 신학자들, 예를 들어 프리마시우스(Pimasius), 스위트(Swete), 브루스(F. F. Bruce), 모리스(L. Morris)는 두 증인을 교회의 상징으로 보며, 이는 교회가 가진 제사장적 사명과 순교적 정체성을 드러낸다고 해석합니다. 이 해석은 요한계시록 1장과 2장에서 촛대가 교회를 상징한다고 한 구절들과도 일치하며, 요한계시록 11장 4절에서 두 증인을 “두 감람나무와 두 촛대”로 묘사한 표현과 잘 연결됩니다. 촛대는 교회요, 감람나무는 하나님의 기름 부음 받은 종들을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네 번째 견해로는 두 증인을 특정 인물들, 예를 들어 베드로와 바울 또는 교회 안의 유대인 신자와 이방인 신자의 대표자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는 두 증인이 교회의 다양한 구성원들—다시 말해 하나님의 언약 백성 전체를 상징한다는 포괄적인 해석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다양한 해석들을 조심스럽게 살펴본 후, 가장 설득력 있는 해석은 바로 ‘두 증인’을 문자적인 두 사람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모든 시대에 부르심을 받은 교회의 예언자들—즉 교회 전체로 보는 해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몇 가지 중요한 근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첫째, 두 증인은 개인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항상 함께 행동합니다. 그들은 함께 예언하고, 함께 고난을 받으며, 함께 죽임을 당하고, 함께 부활하고, 함께 승천합니다. 이처럼 일체된 행동은 단지 두 명의 개인에게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오히려 공동체적 실체, 곧 교회를 가리키는 상징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둘째, 본문 7절에서 짐승과 전쟁이 일어난다고 했습니다. 두 사람만 등장했다면 ‘전쟁’이라는 표현은 과장된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교회와 사단의 전면적인 대결을 의미한다면 그 표현은 정확하고 타당합니다.


셋째, 9절에는 온 세상 사람들이 이 증인들의 시체를 바라보는 장면이 나오는데, 두 명의 시체를 전 세계 사람들이 본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묘사입니다. 그러나 만약 이것이 순교한 교회, 혹은 전 세계에서 핍박받는 하나님의 백성을 가리킨다면 그 표현은 충분히 이해될 수 있습니다.


넷째, 4절에서 두 증인을 ‘두 촛대’로 비유하고 있는데, 요한계시록 1:20에서는 ‘촛대’가 곧 ‘교회’를 의미한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본문의 두 증인은 교회가 마지막 시대에 세상 가운데 고난을 받으면서도 하나님의 진리를 담대히 증언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두 증인은 굵은 베옷을 입고 예언한다고 하였습니다. 굵은 베옷은 구약에서 회개와 슬픔을 상징하는 복장이었습니다. 이사야 20장 2절, 예레미야 6장 26절에서도 선지자들이 회개를 촉구하며 입었던 복장이 바로 베옷입니다. 이는 마지막 시대에 하나님의 교회가 화려하고 번영만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회개를 외치며 겸손한 자세로 복음을 전해야 함을 말합니다.


하나님은 이 두 증인에게 특별한 권세를 주셨습니다. 원수가 가까이 오면 입에서 불이 나와 사르고, 하늘을 닫아 비를 내리지 못하게 하며, 물을 피로 변하게 하고 재앙을 내릴 권세를 주셨습니다. 이는 곧 모세와 엘리야가 행했던 권능과 일치하며, 이 두 증인이 선포하는 말씀이 단지 사람의 말이 아니라 하나님의 능력으로 역사하는 말씀이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는 사도 바울이 고린도전서 4장 20절에서 말한 것처럼 “하나님의 나라는 말에 있지 아니하고 오직 능력에 있음”을 증명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이 말씀 앞에서 깨달아야 할 것은, 교회는 고난받는 공동체이면서도 동시에 능력 있는 증언자라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환난 가운데 복음을 외치도록 부르심 받았으며,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도록 하나님께서 기름 부으신 자들입니다. 복음을 증언하는 삶은 때로 외롭고 힘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령께서 우리와 함께하시며, 우리의 입술에 권능을 주시고, 우리의 증언을 통하여 회개하는 자들이 나오게 하실 줄 믿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이 두 증인의 모습처럼 겸손히 회개의 메시지를 전하며 살아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교회는 세상의 문화에 동화되거나 타협하지 말고, 하나님의 말씀 위에 굳게 서서 진리를 선포하는 예언자적 사명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끝까지 믿음을 지키는 자에게는 생명의 면류관이 예비되어 있습니다. 요한계시록 2장 10절의 말씀처럼, “죽도록 충성하라 그리하면 내가 생명의 관을 네게 주리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34 완성된 진노와 흔들리는 세상(요한계시록 16:17-21) 이진천 2025-04-11
133 아마겟돈을 향한 마지막 대결(요한계시록 16:12-16) 이진천 2025-04-11
132 어두워진 짐승의 보좌와 영적 혼돈(요한계시록 16장 10-11) 이진천 2025-04-11
131 뜨거워진 해와 회개하지 않는 자들(요한계시록 16:8-9) 이진천 2025-04-11
130 피로 물든 강물과 하나님의 공의(요한계시록 16:4-7) 이진천 2025-04-11
129 피로 변한 바다와 하나님의 심판(요한계시록 16:3) 이진천 2025-04-11
128 독한 헌데의 재앙과 하나님의 공의(요한계시록 16:2) 이진천 2025-04-11
127 나팔과 대접의 재앙(요한계시록 15:1) 이진천 2025-04-11
126 천사와 연기로 가득한 성전의 의미(요한계시록 15:7-8) 이진천 2025-04-11
125 증거 장막의 성전에서 나오는 천사들(요한계시록 15장 5-6) 이진천 2025-04-11
124 성도들의 찬송과 그 의미(요한계시록 15:2-4) 이진천 2025-04-11
123 마지막 재앙의 의미(요한계시록 15:1) 이진천 2025-04-11
122 진노의 포도추수와 마지막 심판(요한계시록 14:17-20) 이진천 2025-04-10
121 거두시는 주님과 알곡의 구원(요한계시록 14:15-16) 이진천 2025-04-10
120 구름 위에 앉으신 인자(요한계시록 14:13-14) 이진천 2025-04-10
119 짐승의 표와 하나님의 심판(요한계시록 14:9-12) 이진천 2025-04-10
118 무너진 바벨론과 하나님의 심판(요한계시록 14:8) 이진천 2025-04-10
117 영원한 복음을 전하는 첫 번째 천사(요한계시록 14장 6-7) 이진천 2025-04-10
116 새 노래와 구속받은 자들의 삶(요한계시록 14:2-5) 이진천 2025-04-10
115 시온 산에 서 계신 어린양(요한계시록 14:1) 이진천 2025-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