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11장 2절

"성전 바깥 마당은 측량하지 말고 그냥 두라 이것은 이방인에게 주었은즉 그들이 거룩한 성을 마흔두 달 동안 짓밟으리라" (요한계시록 11:2)

본문은 단순히 종말에 대한 묵시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 시대 속에서 하나님의 백성이 어떻게 구별되고, 보호되며, 또 동시에 세상의 미움과 핍박을 어떻게 감당하게 될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말씀입니다.


사도 요한은 환상 가운데서 성전과 그 안에서 경배하는 자들을 측량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2절에 이르러서 그는 ‘성전 바깥 마당’은 측량하지 말고 그냥 두라고 하는 하나님의 명령을 듣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매우 중요한 신학적 메시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성전 안은 측량하시되, 성전 밖 마당은 측량하지 않으신다는 이 구절은 단순한 구분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과 세상, 참 신자와 거짓 신자 사이의 분명한 경계를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먼저 ‘성전 밖 마당’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 성경은 두 가지 해석을 허락합니다. 


첫 번째 해석은, ‘성전 밖 마당’은 교회 안에 속해 있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신실하지 못한 거짓된 신자들, 형식적 신앙인들을 가리킨다는 해석입니다. 이는 요한계시록 3장 1절에서 “네가 살았다는 이름은 가졌으나 죽은 자로다”라고 책망받았던 사데 교회와 같은 이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들은 예배 자리에 있었고 교회 공동체 안에 있었지만, 실제로는 하나님께 속하지 않았던 자들입니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예루살렘 성전에는 ‘이방인의 뜰’이라 불리는 성전 바깥 마당이 있었습니다. 이곳은 할례받지 않은 자들, 즉 유대인 공동체에 속하지 않은 이들이 들어올 수 있었던 구역이었습니다. 사도행전 10장 35절은 “각 나라 중 하나님을 경외하며 의를 행하는 사람은 다 하나님께서 받으신다” 하셨지만, 그 당시까지도 ‘이방인’은 유대 신앙 공동체의 경계 밖에 있었던 것입니다.


에스겔 44장 5절 이하에서도 하나님은 에스겔에게 성소를 측량하게 하시며, 마음과 몸에 할례받지 않은 이방인들이 성소 안에 들어와 더럽히는 것을 경고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사도 요한이 본 환상에서 성전 바깥 마당이 측량되지 않고 버려졌다는 것은, 그곳에 있는 자들이 하나님의 보호와 구원에서 제외된 상태에 있음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이 땅에 교회라는 이름을 가진 수많은 공동체가 있지만, 하나님께서 인정하시고 측량하시는 공동체는 오직 그 안에 참되게 예배하는 자들, 예수 그리스도를 진실히 믿고 따르는 성도들입니다. 외형적인 종교생활이나 명목상의 신앙으로는 하나님의 구원에 이르지 못합니다. 마태복음 7장 21절에서 예수님께서 친히 말씀하시기를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다 천국에 들어갈 것이 아니요 다만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고 하셨습니다.


두 번째 해석은, ‘성전’과 ‘성전 밖 마당’이 모두 교회를 의미하지만, 교회가 세상 가운데 당할 두 가지 다른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성전은 측량되었기에 하나님의 보호 아래 있지만, 성전 밖 마당은 이방인에게 넘겨졌기에 고난을 당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교회가 이 땅에 존재하면서 하나님의 보호 아래 있는 동시에, 세상으로부터는 핍박을 받게 된다는 복합적인 영적 현실을 보여주는 말씀입니다.


요한계시록 11장 2절에서 ‘이방인’이라는 표현은 헬라어 ‘에드네’인데, 이 단어는 단순히 유대인이 아닌 민족들을 가리킬 뿐 아니라, 성경에서는 하나님을 대적하고 그 백성을 핍박하는 자들을 가리킬 때도 사용됩니다. 요한계시록 13장 5절 이하를 보면, 짐승에게 큰 권세가 주어져 42달 동안 활동하며 성도들을 이기고 핍박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바로 이 ‘42달’, 즉 마흔두 달은 오늘 본문에서도 언급된 바와 같이 대환난의 기간, 특히 후반부 3년 반을 상징하는 기간입니다.


여기서 ‘이방인에게 주었다’는 말씀은, 대환난 기간 동안 사단과 그 추종 세력이 하나님 백성을 핍박하도록 일시적으로 허락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 땅의 교회가 그 기간 동안 짓밟히며, 하나님의 성도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핍박과 고난을 겪게 될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는 단지 역사적인 박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세상의 권세가 교회를 무시하고, 진리를 억압하며, 성도들의 신앙을 조롱하는 현실 속에서 그대로 드러나는 말씀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낙심할 이유는 없습니다. 주님은 마태복음 16장 18절에서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리라”고 약속하셨습니다. 이방인이 성전 밖 마당을 짓밟을 수는 있으나, 하나님께서 측량하신 성전, 즉 참된 교회는 결코 무너지지 않습니다. 핍박은 있지만, 멸망은 없습니다. 고난은 있으나, 끝에는 승리가 있습니다.


요한계시록 2장 10절에서 주님은 서머나 교회에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는 장차 받을 고난을 두려워하지 말라 … 네가 죽도록 충성하라 그리하면 내가 생명의 관을 네게 주리라.”


거룩한 성이 짓밟힌다는 이 말씀은 이 땅의 교회가 겪는 고난을 예언한 것이지만, 그 끝은 결코 절망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고난을 통과한 교회가 더 정결하고, 더 순결하게 되어 주님의 다시 오심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요한계시록 19장 7-8절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우리가 즐거워하고 크게 기뻐하며 그에게 영광을 돌리세 어린 양의 혼인 기약이 이르렀고 그의 아내가 자신을 준비하였으니 … 그에게 빛나고 깨끗한 세마포 옷을 입도록 허락하셨으니 이 세마포 옷은 성도들의 옳은 행실이로다.”


오늘 우리는 이 말씀을 통해 다시금 결단해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성전 바깥 마당에 머무는 형식적 신자가 되기를 거부하고, 하나님께서 측량하시는 성전 안의 예배자로 살아가야 합니다. 고난이 오고 환난이 닥쳐와도 믿음을 잃지 않고 끝까지 견디며, 주께서 허락하신 생명의 면류관을 소망하며 오늘도 담대히 걸어가야 합니다.


주님은 우리를 결코 버리지 않으십니다. 짓밟힌 거룩한 성이 다시 회복될 것이며, 하나님께서 친히 눈물을 닦아주시고, 그의 장막으로 우리 가운데 거하실 그날이 반드시 오게 될 것입니다(요한계시록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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