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11장 1절

“또 내게 지팡이 같은 갈대를 주며 말하기를 일어나서 하나님의 성전과 제단과 그 안에서 경배하는 자들을 측량하되” (요한계시록 11:1)

본문은 참으로 묵상할 깊이가 크고, 그 상징과 메시지가 너무나도 분명한 은혜의 말씀입니다. 사도 요한이 본 환상 속에서 한 천사가 갈대 같은 지팡이를 주며 하나님의 성전과 제단과 그 안에서 경배하는 자들을 측량하라고 명령하는 이 장면은 단순한 장식적 묘사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의 백성을 향하여 얼마나 세밀하고도 분명한 관심을 가지고 계신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행위입니다.


먼저 여기서 말하는 ‘갈대’는 헬라어로 칼라모스라고 하는데, 팔레스타인 지역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식물로, 줄기가 곧고 길어 고대에는 측량 도구로 자주 사용되었습니다. 요한계시록 21장 15절을 보면, “나와 말하는 자는 그 성과 그 문들과 성곽을 측량하려고 금 갈대 자를 가졌더라”고 말씀하는데, 동일한 도구가 사용되어 거룩한 성 새 예루살렘을 측량하는 데에도 쓰였다는 것을 보면, 이 갈대는 하나님의 계획과 보호, 구별을 나타내는 매우 중요한 상징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이 말씀의 배경은 구약 에스겔서에 있는 환상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에스겔 40장부터 48장까지 보면, 하나님의 성전이 줄과 막대기로 측량되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나옵니다. 에스겔 40장 3절에는 “보라 어떤 사람이 놋같이 빛난 모양을 가지고 손에는 삼줄과 측량하는 장대를 잡고 문에 서더니”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구약 시대에도 하나님의 거룩한 장소를 측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행위였으며, 짧은 거리와 세부적인 치수는 갈대로, 긴 거리는 줄로 측정하였습니다(참조: 열왕기상 7:23, 이사야 44:13).


측량한다는 행위는 단순히 크기를 재는 것이 아닙니다. 성경에서는 이 측량하는 행위가 여러 가지 영적인 의미를 담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긍정적인 의미로서 측량은 회복과 재건의 약속을 나타냅니다. 하나님께서 무너졌던 성전을 다시 측량하시는 것은 그것을 다시 세우고, 회복시키시겠다는 약속의 표현이 되는 것입니다. 이사야 28장 17절에 “정의를 측량 줄로 삼고 공의를 저울추로 삼으리니”라고 하신 말씀처럼, 하나님의 측량은 단지 물리적 공간을 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공의와 진리로 그의 백성과 성소를 분별하시는 일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측량은 경고의 의미도 함께 담고 있습니다. 즉, 심판의 도구로 사용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예레미야 31장 39절에서는 하나님의 심판의 경계가 측량되는 장면이 나타나며, 또 애가 2장 8절에는 “여호와께서 딸 시온의 성곽을 헐기로 뜻하시고 주의 줄을 띄고 무너뜨리셨으며”라는 구절이 있어, 줄과 측량 도구가 파괴와 멸망을 향한 표시가 되기도 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사도 요한이 성전과 제단과 그 안에서 경배하는 자들을 측량하라는 명령을 받은 이 장면은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이것은 하나님의 거룩한 성전, 제단, 그리고 참되게 예배하는 자들을 모독과 해로움으로부터 보호하시고, 하나님의 은혜로 보존하시겠다는 약속의 표시인 것입니다. 곧, 환난과 핍박이 있을지라도, 하나님께서 그의 백성들을 정확하게 아시고, 그들을 하나도 잃지 않으시고 끝까지 지키시겠다는 선언입니다.


요한계시록 7장 3절에서 “우리가 우리 하나님의 종들의 이마에 인치기까지 땅이나 바다나 나무들을 해하지 말라” 하신 말씀과도 맥락을 같이합니다. 하나님의 백성은 이마에 인침을 받고, 하나님의 보호 아래 있는 자들입니다. 설령 그들이 육체적으로는 짐승의 핍박으로 죽임을 당할지라도, 그들의 영혼은 결코 멸망하지 않으며 하나님의 영원한 구원에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요한계시록이 우리에게 주는 확고한 소망이며 위로인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 측량의 행위는 하나님을 따르는 참된 성도들과, 짐승을 경배하는 거짓된 자들 사이를 명백하게 구별하시기 위한 하나님의 행동입니다. 에스겔 43장 10-12절을 보면, 하나님께서 성전을 측량하게 하시고 그 모습을 이스라엘 백성에게 보여주심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자신의 죄를 자각하게 하시고 회개하게 하시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처럼 측량은 단지 공간을 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내가 누구인지를 깨닫고 다시 거룩함으로 나아오라는 하나님의 부르심인 것입니다.


이 말씀 앞에서 우리는 다시금 질문해야 합니다. 나는 하나님의 성전 안에서 경배하는 자인가, 아니면 성 밖에 있는 자인가? 나는 하나님 앞에 구별된 삶을 살아가는가, 아니면 세상과 타협하며 형식적인 신앙만을 붙들고 살아가는가? 예수님께서는 마태복음 7장 21절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다 천국에 들어갈 것이 아니요 다만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


하나님은 우리를 측량하십니다. 우리 각자의 믿음과 중심을 살펴보시고, 참된 예배자와 아닌 자를 구별하십니다. 짐승의 세력이 사람들을 속이고, 외형적으로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하나님의 영으로 거듭나지 않은 자는 하나님의 백성이 아니며, 구원에서도 제외될 것입니다. 요한일서 4장 1-3절에서도 “많은 거짓 선지자가 세상에 나왔나니 영들을 다 믿지 말고 오직 영들이 하나님께 속하였나 시험하라”고 하신 말씀처럼, 참과 거짓을 분별하는 지혜가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를 측량하시는 하나님의 손 앞에 나아갑시다. 그분의 기준에 맞는 예배자, 성전 안에서 하나님을 진실하게 경배하는 자로 서기 위하여 날마다 회개하고, 말씀과 기도로 우리의 믿음을 새롭게 합시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아시고, 지키시며, 마지막 날까지 보호하실 줄로 믿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갈대 아래에 측량되어 있는 한, 결코 잊혀지지 않으며, 어떤 환난 속에서도 영원한 구원의 방주 안에 있는 하나님의 백성임을 확신하며 살아가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드립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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