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10810

8 하늘에 서 나서 내게 들리던 음성이 또 내게 말하여 이르되 네가 가서 바다와 땅을 밟고 서 있는 천사의 손에 펴 놓인 두루마리를 가지라 하기로

9 내가 천사에게 나아가 작은 두루마리를 달라 한즉 천사가 이르되 갖다 먹어 버리라 네 배에는 쓰나 네 입에는 꿀 같이 달리라 하거늘

10 내가 천사의 손에서 작은 두루마리를 갖다 먹어 버리니 내 입에는 꿀 같이 다나 먹은 후에 내 배에서는 쓰게 되더라

 

하나님의 말씀은 때로 달콤한 기쁨이 되지만, 또 한편으로는 쓰라린 고통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요한계시록 108절부터 10절은 바로 그러한 이중적인 진리의 맛을 체험하게 합니다. 사도 요한은 환상 가운데 천사로부터 작은 책을 받게 되며, 그 책을 먹으라는 명령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 책을 입에 넣었을 때는 꿀같이 달았으나, 배에서는 쓰게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요한계시록 10810절 말씀은 에스겔서 29절부터 33절까지의 내용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에스겔 역시 하나님께서 주신 두루마리를 받아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말씀은 그 입에서 달았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에스겔서 33절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그가 또 내게 이르시되 인자야 내가 네게 주는 이 두루마리를 네 배에 넣으며 네 창자에 채우라 하시기에 내가 먹으니 그것이 내 입에서 달기가 꿀 같더라.”

 

하나님의 말씀은 그 자체로는 언제나 달콤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진리이기 때문입니다. 죄와 혼돈, 허위가 넘쳐나는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진리는 우리의 심령에 확신을 주고, 갈 길을 비추는 등불이 되며, 생명을 얻게 하는 양식이 되기 때문입니다. 시편 119103절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주의 말씀의 맛이 내게 어찌 그리 단지요 내 입에 꿀보다 더 다니이다.”

 

그러나 요한은 이 책을 먹은 후에, 입에서는 달았지만 그 배에서는 쓰게 되었다고 기록합니다. 왜 하나님의 말씀은 이렇게 두 가지 상반된 반응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것입니까? 그것은 말씀의 내용이 단지 위로와 소망만이 아니라, 심판과 고통의 메시지를 함께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요한이 받은 책 안에는 하나님의 궁극적인 계획, 곧 심판과 구원이 담겨 있었습니다.

 

사도 요한은 하나님의 말씀을 선지자적 사명으로 받아들입니다. 그 말씀은 처음에는 감격과 기쁨으로 다가왔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받는 것은 은혜이며, 감격입니다. 그러나 그 말씀을 마음 깊이 되새기고 묵상하며 그 뜻을 깨달을수록, 그것이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하나님의 거룩한 심판과 고통을 예고하는 말씀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 마음에 무거운 부담이 내려앉게 되는 것입니다.

 

복음은 언제나 이중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복음은 믿는 자에게는 생명의 향기요, 구원의 기쁨이지만, 불신하는 자에게는 심판의 냄새이며 두려움의 메시지입니다. 고린도후서 21516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구원받는 자들에게나 망하는 자들에게나 하나님 앞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니, 이 사람에게는 사망으로부터 사망에 이르는 냄새요, 저 사람에게는 생명으로부터 생명에 이르는 냄새라.”

 

많은 학자들은 요한의 이 체험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시도하였습니다. 오리겐은 이 말씀을 가리켜, “하나님의 말씀은 처음 받아들일 때는 달지만, 그것이 마음속 양심을 찌를 때는 쓰다고 하였습니다. 또 어떤 학자는 죄는 처음에는 달지만 나중에는 쓰다고 말하며, 말씀의 전달 자체보다 말씀에 대한 인간의 반응의 양면성을 강조하였습니다. 다른 학자들은 요한이 말씀을 받을 때는 쓰지만, 전할 때는 단 것이다라고 해석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요한의 체험은 그 어떤 이론보다도 실제적인 교훈을 줍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입에 담기에는 달지만, 그것을 소화하고 삶으로 살아낼 때는 고통과 희생을 동반한다는 사실입니다. 야고보서 122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너희는 말씀을 행하는 자가 되고 듣기만 하여 자신을 속이는 자가 되지 말라.” 하나님의 말씀은 단지 듣고 감탄하는 데서 멈추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실천하고 전파해야 하는 진리이며, 그 실천의 길은 종종 외롭고 쓰라린 길일 수 있습니다.

 

또한 요한계시록 1011절은 그가 내게 말하기를 네가 많은 백성과 나라와 방언과 임금에게 다시 예언하여야 하리라라고 하시며, 사도 요한이 받은 말씀을 이제 세상 모든 민족에게 선포해야 할 사명을 다시금 주십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선포되는 것이며, 증거되는 것입니다. 그 말씀을 맡은 자는 기쁨과 동시에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오늘날 우리에게도 동일한 도전이 주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을 입으로는 달게 받아들입니다. 은혜롭고 감동적인 말씀에 아멘으로 화답합니다. 그러나 그 말씀이 우리 삶을 변화시키고, 세상 가운데 선포되고, 불편함과 고난을 동반하게 될 때, 우리는 그 쓰디쓴 현실을 외면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주의 말씀은 단지 위로를 위한 것이 아니라, 심판과 구원, 회개와 순종을 요구하는 살아 있는 말씀입니다.

 

히브리서 412절은 이렇게 선언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활력이 있어 좌우에 날선 어떤 검보다도 예리하여, 혼과 영과 및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개기까지 하며 또 마음의 생각과 뜻을 판단하나니.” 말씀이 우리 속을 찌르고 드러내며 아프게 할 때, 그것은 우리를 정결케 하기 위함입니다.

 

오늘도 우리 주님의 말씀을 꿀같이 받되, 그 말씀이 우리 삶 속에서 이루어질 때의 쓰라림도 받아들이는 성숙한 믿음을 소유하는 성도님들이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말씀을 감정으로만 받지 말고, 그 말씀 앞에 자신을 드리고 순종하며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하고, 실천하며, 이 세상 가운데 하나님의 뜻을 드러내는 도구로 쓰임 받는 저와 여러분 모두가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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