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10장 4절
일곱 우레가 말을 할 때에 내가 기록하려고 하다가 곧 들으니 하늘에서 소리가 나서 말하기를 일곱 우레가 말한 것을 인봉하고 기록하지 말라 하더라
앞서 보았듯이, ‘힘센 다른 천사’는 하나님의 권위와 영광을 지닌 사자로서 땅과 바다 위에 우뚝 서 있었고, 그의 손에는 ‘펴놓인 작은 책’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4절로 넘어가면, 그 환상 중에 매우 독특하고도 경건한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요한계시록 10장 4절은 이렇게 증언합니다. “일곱 우레가 말을 할 때에 내가 기록하려고 하다가 들으니 하늘에서 소리가 나서 말하기를 일곱 우레가 말한 것을 인봉하고 기록하지 말라 하더라.” 여기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질문하게 됩니다. 이 “하늘에서 난 소리”는 과연 누구의 음성일까요?
요한계시록에는 ‘하늘의 음성’, 혹은 ‘하늘에서 난 소리’라는 표현이 여러 번 반복됩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경우마다 동일한 존재가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요한계시록 1장 10-13절에서는 “주의 날에 내가 성령에 감동되어 내 뒤에서 나는 나팔 소리 같은 큰 음성을 들으니 이르되 … 나는 처음이요 마지막이라” 하시며, 예수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신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어 4장 1절에서도 “하늘에 열린 문이 있는데 내가 들은 바 처음에 내게 말하던 나팔 소리 같은 그 음성이 이르되 이리로 올라오라”고 말씀하시는 장면은 분명 예수 그리스도의 음성입니다.
또한 요한계시록 18장 4절에서는 “또 내가 들으니 하늘로부터 다른 음성이 나서 이르되 내 백성아 거기서 나와 그의 죄에 참여하지 말고 그의 받을 재앙들을 받지 말라”고 하여, 하나님의 백성을 죄악된 바벨론에서 나오게 하시는 주님의 권고가 나타납니다. 이처럼 하나님의 음성, 예수님의 음성, 때로는 천사의 음성, 또 순교자들의 음성이 각기 다른 상황에서 ‘하늘의 소리’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별히 요한계시록 14장 13절에서는 “또 내가 들으니 하늘에서 음성이 나서 이르되 기록하라 이제부터 주 안에서 죽는 자들은 복이 있도다 하시매”라고 하며, 이 음성은 천사의 권위 아래 주어진 선언으로 해석됩니다. 또 9장 13절에서는 “여섯째 천사가 나팔을 불매 내가 들으니 하나님 앞 금제단 네 뿔에서 한 음성이 나서”라고 하며, 하나님 앞에 호소하는 성도들의 신원 소리가 나옵니다.
이처럼 다양한 문맥에서 등장하는 ‘하늘에서 난 소리’에 대해 우리는 본문을 세밀히 살펴야 합니다. 그중 오늘 우리가 주목하는 요한계시록 10장 4절의 ‘하늘에서 난 소리’는 누구의 것입니까? 본문을 주의 깊게 읽어보면, 요한은 일곱 우레가 말하는 것을 듣고 그것을 기록하려 하였지만, 하늘에서 들려온 음성이 그것을 기록하지 말고 인봉하라고 명령합니다.
이 명령의 어조는 명확하고 권위 있으며, 다른 어떤 존재의 중재도 없이 직접적인 지시로 전달됩니다. 이것은 마치 요한계시록 1장에서 “나는 알파와 오메가라” 하시며 요한에게 말씀하셨던 예수 그리스도의 음성과 매우 유사한 방식입니다. 따라서 많은 성경학자들과 해석자들은 본문 10장 4절의 ‘하늘에서 난 소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음성으로 보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본문 전체의 흐름에 부합한다고 해석합니다.
그러나 이 음성이 말씀하는 내용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일곱 우레가 말한 것을 인봉하고 기록하지 말라.” 즉, 하나님께서 어떤 계시를 주셨으나 그것은 봉인되어야 하며, 요한조차 그것을 공개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 주님께서는 때로는 말씀을 계시하시되, 동시에 그것을 감추라고 하실까요?
이 장면은 다니엘서 12장 4절을 떠올리게 합니다. “다니엘아 마지막 때까지 이 말을 간수하고 이 책을 봉함하라.” 하나님의 어떤 계시들은 때가 이를 때까지 숨겨져야 할 비밀로 남아 있기도 합니다. 이는 인간의 유한함과 하나님의 무한하신 주권 앞에서 우리가 겸손히 머리 숙여야 함을 깨닫게 합니다.
신명기 29장 29절도 이렇게 선언합니다. “감추어진 일은 우리 하나님 여호와께 속하였거니와 나타난 일은 영원히 우리와 우리 자손에게 속하였나니.”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계시하지 않으신 것은 우리가 알 수 없으며, 우리는 오직 그분께서 말씀하신 바 안에서 믿고 순종해야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이 구절은 상기시켜 줍니다.
이 시대는 모든 것을 알고 싶어하고, 또 모든 진리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대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때로는 계시를 감추시는 이유는 우리가 겸손히 하나님의 주권에 의지하며 살아가야 함을 가르치시기 위함입니다. 로마서 12장 3절은 “내게 주신 은혜로 말미암아 너희 각 사람에게 말하노니 마땅히 생각할 그 이상의 생각을 품지 말고…”라고 하며, 교만하지 말고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바로 알 것을 권면합니다.
디모데후서 3장 16-17절은 우리에게 이렇게 권면합니다.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 이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온전하게 하며 모든 선한 일을 행할 능력을 갖추게 하려 함이라.” 우리는 감추어진 음성을 억지로 열려 하지 말고, 이미 주신 말씀을 깊이 묵상하고 순종하며 살아가는 것이 참 지혜입니다.
오늘 요한계시록 10장 4절에서 들려온 ‘하늘의 음성’은 우리에게 그리스도의 권위와 신비를 다시금 일깨워줍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이 많지만, 하나님은 이미 우리에게 필요한 만큼의 진리를 주셨고, 그 진리로 우리는 충분히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 진리는 바로 성경 말씀입니다. 하나님의 뜻을 아는 데 성경은 부족함이 없습니다.
오늘도 우리가 주 앞에 나아갈 때, 감추어진 비밀을 열어보려 하기보다 이미 주어진 하나님의 말씀에 감사하고 순종하는 자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우리의 지식은 부분적이지만 하나님의 사랑과 계획은 온전하십니다. 그러므로 그 말씀 안에서 위로받고, 때로는 침묵 속에서도 주님의 음성을 들으며, 겸손히 걸어가는 우리 모두가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