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7장 4-8절

      내가 인침을 받은 자의 수를 들으니 이스라엘 자손의 각 지파 중에서 인침을 받은 자들이 십사만 사천이니
      유다 지파 중에 인침을 받은 자가 일만 이천이요 르우벤 지파 중에 일만 이천이요 갓 지파 중에 일만 이천이요
 
 아셀 지파 중에 일만 이천이요 납달리 지파 중에 일만 이천이요 므낫세 지파 중에 일만 이천이요
시므온 지파 중에 일만 이천이요 레위 지파 중에 일만 이천이요 잇사갈 지파 중에 일만 이천이요
스불론 지파 중에 일만 이천이요 요셉 지파 중에 일만 이천이요 베냐민 지파 중에 인침을 받은 자가 일만 이천이라


요한계시록 7장 4절부터 8절까지의 말씀을 통해, 하나님께서 말세의 환난 가운데서도 자기 백성들을 어떻게 구별하시며 보호하시는지를 함께 깊이 묵상해 보고자 합니다. 사도 요한이 보았던 그 놀라운 환상 속에서 하나님은 땅의 사방 바람을 일시 멈추시고, 먼저 자기 백성들의 이마에 인을 치시는 장면을 보여주십니다. 그리고 그 인침 받은 자들의 수를 “십사만 사천 명”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숫자는 문자적으로 이해할 수도 있고 상징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인침의 의미와 그 대상이 누구인가 하는 것입니다.


요한은 “내가 그 수를 들으니”라고 말합니다. 이 표현은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환상 가운데 ‘보았다’가 아니라 ‘들었다’라고 표현한 것은, 이 숫자 자체가 눈에 보이는 실제 인원이라기보다는 상징적이고 의미 있는 수라는 암시가 됩니다. 144,000이라는 숫자는 12지파에서 각각 12,000명씩 뽑혀 나온 완전수입니다. 여기서 12는 구약의 이스라엘 열두 지파, 그리고 신약의 열두 사도를 연상케 합니다. 즉 구약과 신약을 아우르는 하나님의 언약 백성 전체를 나타내는 수입니다. 이것을 제곱하고, 만(1,000)이라는 큰 수를 곱한 144,000은 하나님의 백성의 충만함, 완전함, 그리고 포괄성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성경은 자주 숫자를 상징적으로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게시록 21장 16절에서 새 예루살렘의 성은 “장과 광과 고가 같아서 네모가 반듯하며 그 성은 장이 만이천 스타디온이요”라고 하며, 성곽은 “백사십사 규빗”이라 했습니다. 이 또한 12×12의 수로서, 하나님의 완전한 구원의 집합체를 나타냅니다. 또한 생명나무가 “열두 가지 열매를 맺되 달마다 그 열매를 맺고”라는 표현(계 22:2)도 마찬가지로, 12라는 수가 하나님의 완전한 섭리를 상징적으로 나타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144,000명은 문자적인 유대인 수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시대의 성도들, 곧 유대인과 이방인을 포함한 교회 전체를 상징한다고 보는 것이 더 성경적 맥락에 합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갈라디아서 3장 28-29절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 너희가 그리스도의 것이면 곧 아브라함의 자손이요 약속대로 유업을 이을 자니라.” 그렇습니다. 혈통이 아니라 믿음으로 구원받은 자가 아브라함의 참된 자손입니다.


요한이 기록한 12지파의 명단에서도 특별한 점들이 발견됩니다. 먼저 유다 지파가 맨 처음 언급되는데,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구약에서는 보통 장자인 르우벤이 지파 목록의 첫 자리를 차지하였습니다. 그러나 요한은 유다를 맨 앞에 둡니다. 이는 유다 지파에서 메시야가 오셨기 때문입니다. 창세기 49장 10절에 보면 “규가 유다를 떠나지 아니하며 통치자의 지팡이가 그 발 사이에서 떠나지 아니하시기를…”이라는 예언이 있으며, 히브리서 7장 14절도 “우리 주께서는 유다로부터 나신 것이 분명하도다”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이는 그리스도 중심의 새 언약 공동체가 참된 하나님의 백성임을 암시하는 것입니다.


또한 특이한 점은 단 지파가 명단에서 빠졌다는 사실입니다. 단 지파는 구약에서 여러 차례 우상 숭배와 연결되어 언급되었습니다. 사사기 18장에 보면 단 지파는 미가의 집에서 도둑질한 신상과 제사장을 자기 지파로 데려가 우상을 섬겼고, 열왕기상 12장 29-30절에서는 여로보암이 단과 벧엘에 금송아지를 세우고 경배하도록 했습니다. 유대 전승에 따르면 단 지파는 말세에 적그리스도가 나올 지파로 여겨졌고, 사도 요한은 이를 의식하여 우상 숭배를 경고하는 의미에서 단 지파를 제외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한편 레위 지파가 명단에 포함된 것도 주목할 점입니다. 레위 지파는 원래 제사장 지파로서 기업이 없이 하나님만을 유업으로 받았던 지파인데, 보통 이스라엘 열두 지파 명단에서는 제외되거나 요셉의 두 아들 에브라임과 므낫세가 대신 포함되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레위 지파가 포함되고, 대신 단 지파가 빠졌습니다. 이는 육적 계보보다 영적 정체성을 강조하며, 모든 성도들이 왕 같은 제사장으로서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새 언약 공동체임을 드러내는 것입니다(벧전 2:9).


더 나아가 요한계시록 14장에 가면 144,000명이 다시 등장하는데, 거기서는 이들이 “어린 양이 어디로 인도하든지 따라가는 자들”(14:4)이며 “입에 거짓말이 없고 흠이 없는 자들”(14:5)이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말씀은 인침 받은 자들이 단지 숫자상의 인원이 아니라, 삶에서 순결과 진실함을 지닌 그리스도의 신실한 제자들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줍니다.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들을 인치신다는 이 말씀은 단지 상징이 아니라 실제적인 의미를 갖습니다. 에베소서 1장 13절은 말합니다. “너희도 진리의 말씀 곧 너희 구원의 복음을 듣고 그 안에서 또한 믿어 약속의 성령으로 인치심을 받았으니.” 그리고 에베소서 4장 30절에서는 “하나님의 성령을 근심하게 하지 말라 그 안에서 너희가 구속의 날까지 인치심을 받았느니라”고 말씀하십니다. 이처럼 인치심은 성령을 통해 주어지는 구원의 확증이며, 하나님의 소유된 자로서의 표입니다.


이 인은 단지 우리 머릿속 개념이 아니라, 실제로 마지막 환난의 날에 우리를 보호하고, 하나님의 심판에서 면하게 하며, 그리스도의 재림 때에 영화로운 구원의 완성을 누리게 할 하나님의 은혜의 보증입니다. 이 인이 있는 자는 마지막 심판 앞에서도 담대하며, 이 인이 없는 자는 세상의 유혹과 짐승의 표 앞에서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오직 한 가지 확신, 곧 "나는 하나님의 인침 받은 자인가?"를 스스로 점검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겉으로 드러난 신앙의 행위가 아니라, 성령의 인치심이 있는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어린 양이 어디로 인도하시든지 따르는 자인가를 늘 돌아보아야 하겠습니다. 디모데후서 2장 19절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주께서 자기 백성을 아신다 하며 또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마다 불의에서 떠날지어다.”


하나님은 지금도 교회를 부르시고, 신실한 자들을 인치시며 마지막 날을 준비시키고 계십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땅에서 수많은 환난과 고통 속에서도 이 인 때문에 낙심하지 않고, 끝까지 믿음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요한계시록 3장 12절은 말씀합니다. “이기는 자는 내 하나님 성전에 기둥이 되게 하리니 그가 결코 다시 나가지 아니하리라. 내가 하나님의 이름과 하나님의 성 곧 하늘에서 내 하나님께로부터 내려오는 새 예루살렘의 이름과 나의 새 이름을 그의 위에 기록하리라.”


우리는 인침 받은 하나님의 백성입니다. 이 정체성을 잊지 말고, 세상의 핍박 앞에서도, 유혹 앞에서도 하나님의 소유된 자로서 믿음을 끝까지 지키며, 어린 양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신실한 성도가 되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주님 다시 오실 날을 고대하며, 그날까지 충성된 하나님의 인 맞은 자로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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