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6장 9-11절
“다섯째 인을 떼실 때에 내가 보니 하나님의 말씀과 그들이 가진 증거로 말미암아 죽임을 당한 영혼들이 제단 아래에 있어, 큰 소리로 불러 이르되 거룩하고 참되신 대주재여, 땅에 거하는 자들을 심판하여 우리 피를 갚아 주지 아니하시기를 어느 때까지 하시려나이까 하니, 각각 그들에게 흰 두루마기를 주시며, 이르시되 아직 잠시 동안 쉬되 그들의 동무 종들과 형제들도 자기처럼 죽임을 당하여 그 수가 차기까지 하라 하시더라.” (요한계시록 6장 9-11절)
본문은 어린 양 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섯째 인을 떼실 때 보이신 환상입니다. 그 장면은 무섭고 두려운 심판의 내용이 아니라, 오히려 땅 위에서 하나님을 향한 믿음을 지키며 순교한 성도들의 영혼에 대한 하나님의 위로와 확증의 말씀입니다.
본문은 “하나님의 말씀과 그들이 가진 증거로 말미암아 죽임을 당한 영혼들이 제단 아래에 있다”고 말씀합니다. 이들이 누구입니까? 이들은 짐승의 우상에게 경배하지 아니하고(계 13:15), 땅 위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붙들고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시인하며 살다가 핍박과 고난 가운데 목숨을 잃은 순교자들입니다. 계시록 20장 4절에서는 이들을 가리켜 “예수를 증언함과 하나님의 말씀 때문에 목베임을 받은 자들”이라 했습니다. 오늘날의 표현으로 말하자면, 신앙 때문에 직장을 잃고, 가정에서 핍박받으며, 세상 속에서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말씀을 따라 살아가는 모든 자들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순교자들이 있는 장소가 바로 ‘제단 아래’입니다. 구약의 제사제도에서 제단은 희생 제물을 바치는 장소이며, 그 피는 번제단 아래에 뿌려졌습니다. 출애굽기 29장 12절과 레위기 4장 7절은 그 제물의 피를 제단 뿔에 바르고 그 나머지를 제단 밑에 쏟으라고 명합니다. 이는 곧, 이 피가 하나님께 드려진 생명의 상징임을 보여줍니다. 그러므로 요한이 본 순교자들이 ‘제단 아래’에 있다는 것은, 그들이 이 땅에서 흘린 피가 하나님께 드려진 거룩한 제사요, 그 생명이 하나님의 기념하심 속에 보존되고 있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순교는 세상의 눈에는 비극이고 패배처럼 보이지만, 하나님의 눈에는 가장 거룩한 제사요 승리의 상징입니다.
그들은 큰 소리로 하나님께 부르짖습니다. “거룩하고 참되신 대주재여, 땅에 거하는 자들을 심판하여 우리 피를 갚아 주지 아니하시기를 어느 때까지 하시려나이까?” (계 6:10) 이들은 단지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원수를 갚아달라고 복수를 요청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서 말하는 ‘땅에 거하는 자들’은 요한계시록에서 반복적으로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고, 하나님을 대적하는 자들을 의미합니다. 계시록 3장 10절, 8장 13절, 11장 10절 등에서 이 표현은 늘 하나님을 거부하는 세상의 세력들을 가리킬 때 사용됩니다.
이 순교자들은 하나님께 공의로운 심판을 요청합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보복이 아니라, 하나님의 정의와 진리가 땅 위에 드러나는 것입니다. 이는 시편 기자가 시편 79편 10절에서 “주의 종들의 피 흘림당한 보수를 우리 목전에 열방 중에 알리소서”라고 외친 기도와도 맥을 같이합니다. 동시에 우리는 이들의 외침이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아버지여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라 기도하신 말씀(눅 23:34)이나, 스데반이 “이 죄를 저들에게 돌리지 마옵소서”라고 기도한 것(행 7:60)과 본질적으로 모순되지 않음을 알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하나님의 공의가 실현되기를 바라는 것이며, 그 목적은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응답은 놀랍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 순교자들에게 각각 흰 두루마기를 주시며 말씀하십니다. “아직 잠시 동안 쉬되 그들의 동무 종들과 형제들도 자기처럼 죽임을 당하여 그 수가 차기까지 하라.” (계 6:11) 여기서 흰 두루마기는 승리와 의, 순결과 영화의 상징입니다. 계시록 3장 5절에서 예수님은 “이기는 자는 이와 같이 흰 옷을 입을 것이요”라 하셨고, 계시록 7장 9절에서는 “각 나라와 족속과 백성과 방언에서 아무도 능히 셀 수 없는 큰 무리가 흰 옷을 입고 종려 가지를 들고” 하나님을 찬양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흰 옷은 곧, 고난과 핍박을 견디고 승리한 성도에게 주어지는 하늘의 의복입니다.
하나님은 순교자들에게 ‘아직’이라는 시간을 주십니다. 그리고 그 수가 차기까지 기다리라고 하십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역사의 주권자이시며, 하나님의 정하신 때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동시에 하나님은 자비로우신 분이시며, 지금도 심판을 유보하시고 회개의 기회를 주고 계신 것입니다. 베드로후서 3장 9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주의 약속은 어떤 이들이 더디다고 생각하는 것 같이 더딘 것이 아니라 오직 너희를 대하여 오래 참으사 아무도 멸망하지 아니하고 다 회개하기에 이르기를 원하시느니라.” 하나님은 심판을 유보하시지만 결코 미루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때가 되면 반드시 하나님의 공의가 이 땅 가운데 이루어질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 말씀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도전을 줍니다. 우리는 지금도 영적 순교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신앙의 절개를 지키기 위해 손해를 감수해야 하고, 세상과 타협하지 않기 위해 외면당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그러나 이 길이 바로 예수께서 걸으신 길이며, 진리의 길이며, 결국 승리의 길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로마서 8장 18절에서 사도 바울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생각하건대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비교할 수 없도다.” 우리의 순종과 충성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 제단 아래의 음성처럼 하나님께 간구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하나님, 이 땅에 주의 공의를 이루소서. 주의 백성들의 눈물을 닦아 주소서. 우리도 믿음으로 끝까지 주를 따르게 하소서.” 이러한 기도를 드리며 살아갈 때, 주님께서 예비하신 흰 두루마기를 입고, 하늘의 잔치에 참여하게 될 줄 믿습니다. 그날까지 주님의 뜻을 바라보며, 믿음으로 승리하는 성도들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