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말을 탄 자(요한계시록 6:5-6)

조회 수 31 추천 수 0 2025.03.28 14:50:17

요한계시록 6장 5-6절

“셋째 인을 떼실 때에 내가 들으니 셋째 생물이 말하되 오라 하기로, 내가 보니 검은 말이 나오는데 그 탄 자가 손에 저울을 가졌더라. 내가 네 생물 사이로부터 나는 듯하는 음성을 들으니 이르되 한 데나리온에 밀 한 되요, 한 데나리온에 보리 석 되로다. 또 감람유와 포도주는 해치지 말라 하더라.” (요한계시록 6장 5-6절)


본문을 통해 셋째 인이 떼어지는 장면을 함께 묵상하고자 합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역사의 주인 되심을 다시금 보여주는 강력한 계시이며, 종말의 징조 속에 나타나는 영적 실상들을 우리에게 깨닫게 하시는 말씀입니다. 본문에서는 어린 양, 곧 예수 그리스도께서 셋째 인을 떼실 때, 검은 말을 탄 자가 등장합니다. 그 탄 자는 손에 ‘저울’을 들고 있으며, 한 음성이 ‘한 데나리온에 밀 한 되요, 한 데나리온에 보리 석 되로다’라고 외칩니다. 그리고 ‘감람유와 포도주는 해치지 말라’는 명령이 뒤따릅니다.


이 검은 말 탄 자는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요? 고대 성경 해석자들과 신학자들은 한결같이 이 존재를 기근과 가난, 그리고 그로 인한 경제적 불균형과 고통의 상징으로 해석해왔습니다. 검은 색 자체는 성경에서 슬픔과 애곡, 황폐함을 의미하는 색입니다. 이사야 50장 3절에서 주님은 “내가 하늘을 어둡게 하며 굵은 베로 덮으리라” 하셨고, 예레미야 애가 5장 10절에서도 “굶주림의 열기로 말미암아 우리의 피부는 화덕처럼 검다”고 하였듯이, 검은 색은 생명의 결핍과 깊은 고통을 표현하는 상징입니다.


본문에서 검은 말을 탄 자는 저울을 들고 있습니다. 저울은 거래와 평가를 의미하는 도구이며, 동시에 식량의 배급을 상징합니다. 이것은 자유로운 소비가 아닌, 제한된 분배와 극도의 부족 상태를 가리킵니다. 그런데 여기서 더욱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그 음성이 외치는 내용입니다. “한 데나리온에 밀 한 되요, 한 데나리온에 보리 석 되로다.” 당시 한 데나리온은 일반적인 노동자가 하루 일한 대가였습니다. 그런데 이 하루치 품삯으로 밀은 겨우 한 되밖에, 보리는 석 되밖에 살 수 없다는 것은, 한 사람이 하루 종일 일해도 간신히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 상황이라는 뜻입니다. 이는 매우 심각한 인플레이션 상황을 뜻하며, 혹자에 의하면 평상시보다 약 12배 이상의 물가상승을 의미하는 것이라고도 합니다. 기근은 단지 자연 재해가 아니라, 전쟁과 사회적 혼란의 결과이며, 경제적 붕괴와 민생의 파탄을 수반하는 재앙입니다.


그런데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이러한 심각한 기근과 식량 부족 가운데서도 “감람유와 포도주는 해치지 말라”는 명령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감람유와 포도주는 당시 일반 백성보다는 부유층의 사치품에 가까웠습니다. 잠언 21장 17절에 보면, “연회를 좋아하는 자는 궁핍하게 되고, 포도주와 기름을 좋아하는 자는 부하게 되지 못하리라”는 말씀을 통해서도 이를 엿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 본문은 극심한 경제적 양극화가 종말의 시대에 나타날 것을 보여줍니다. 가난한 자들은 하루 품삯으로도 간신히 한 끼를 해결할 수 없는 극한의 생존 상황에 몰려 있으나, 부자들은 여전히 포도주와 기름으로 사치와 향락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검은 말을 탄 자는 단순히 자연적인 기근의 상징만이 아닙니다. 그는 불공정한 구조, 탐욕에 물든 세상, 하나님의 공의가 사라진 인간 사회 속에서 점점 깊어지는 고통의 현실을 상징합니다. 이는 단지 과거의 일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속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배고픔과 굶주림으로 쓰러지는 이웃들이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낭비와 사치, 불로소득으로 쌓아올린 부를 자랑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종말의 시대를 살아가는 세상의 모습입니다.


예수님께서도 마태복음 24장 7절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민족이 민족을, 나라가 나라를 대적하여 일어나겠고, 곳곳에 기근과 지진이 있으리니…” 여기서 예수님은 마지막 때에 기근이 반드시 임할 것을 경고하셨습니다. 기근은 단순히 식량이 부족한 상태가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결과이며, 사회의 불의가 만든 고통의 열매입니다. 하나님의 심판의 한 방식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본문에서 한 가지 중요한 진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 모든 일이 “어린 양이 인을 떼실 때”에 시작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요한계시록 6장 5절은 분명히 말합니다. “셋째 인을 떼실 때에…” 그렇습니다. 이 모든 것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나님의 구속 역사와 심판 역사를 주도하고 계신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세상이 경제적 위기로 무너지고, 사람들이 굶주림 속에서 고통할 때에도, 역사의 주권은 하나님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는 만큼만 허용되며, 결국 그분의 섭리 아래에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위로와 경각심을 동시에 줍니다.


검은 말을 탄 자는 단지 먼 미래에만 오는 존재가 아닙니다. 지금도 이미 이 세상에는 수많은 검은 말의 발굽 소리가 들리고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기근으로 인해 생명을 잃는 이들이 있으며, 탐욕과 불의로 인해 약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사람들은 이런 시대 속에서 더욱 공의와 긍휼을 실천하는 자로 살아야 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선행이 이 어두운 시대에 등불이 됩니다.

야고보서 2장 15-16절의 말씀이 이를 잘 말해줍니다. “만일 형제나 자매가 헐벗고 일용할 양식이 없는데, 너희 중에 누구든지 그에게 말하되 평안히 가라, 더웁게 하라, 배부르게 하라 하며 그 몸에 쓸 것을 주지 아니하면 무슨 유익이 있으리요?” 이 시대의 교회와 성도는 단지 말씀을 듣는 자가 아니라, 행하는 자로, 고통받는 자와 함께 울어주는 자로 살아가야 할 줄 믿습니다.


결국 검은 말을 탄 자는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 앞에서 불의에 대한 회개와 사랑의 실천을 촉구하게 합니다. 하나님은 가난한 자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으시며, 부자의 탐욕을 반드시 심판하시는 분이십니다. 지금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하나님 앞에서 돌아보아야 할 때입니다. 하나님은 의인의 울부짖음을 들으시며, 악인의 탐욕을 결코 그대로 두지 않으십니다.


검은 말이 등장하고, 저울이 흔들리며, 하루 먹을 식량조차 구하기 어려운 세상이 올지라도, 하나님의 백성은 흔들리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공의를 신뢰하며, 극심한 혼란 속에서도 나눔과 긍휼을 실천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주께서 이 모든 것을 보고 계시며, 우리의 눈물과 섬김을 기억하신다는 사실을 믿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주님 다시 오실 날까지, 더욱 깨어 기도하며 주의 나라를 예비하는 복된 삶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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