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5장 1절
"내가 보매 보좌에 앉으신 이의 오른손에 두루마리가 있으니 안팎으로 썼고 일곱 인으로 봉하였더라."
사도 요한이 계시 중에 보았던 놀라운 장면, 곧 하나님의 오른손에 들려 있는 두루마리를 통해 하나님의 놀라운 구속사역과 섭리를 묵상하고자 합니다. 요한은 하나님의 보좌에 앉으신 분의 오른손에 들린 어떤 ‘책’을 목격합니다. 여기서 ‘책’이라고 번역된 단어는 헬라어로 ‘비블리온’(βιβλίον)이며, 현대적인 책의 형태인 코드스(codex)가 아니라, 고대에서 사용하던 두루마리, 즉 긴 종이를 가로로 말아서 둥글게 만든 형태를 의미합니다. 이는 고대 문서의 전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요한이 본 두루마리는 보통과는 달리 ‘안팎으로’ 글이 쓰여 있었다고 증언합니다. 당시 두루마리는 일반적으로 한쪽 면, 즉 안쪽에만 글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이처럼 양면에 글이 쓰인 특별한 두루마리를 ‘오피스토그라프’(opisthograph)라고 불렀습니다. 이는 매우 드물고 중요한 내용을 담은 문서로서, 개인적이거나 특별한 목적을 위해 제작된 비매품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손에 들고 계신 이 두루마리는 바로 그런 특별한 문서였습니다.
더불어 이 두루마리는 ‘일곱 인으로 봉인되어’ 있었습니다. 이는 완전성과 완벽한 봉인을 의미하며, 그 속에 담긴 내용이 하나님 외에는 아무도 열 수 없고 알 수 없는 비밀이라는 사실을 상징합니다. 이 장면은 하나님의 계시가 인간의 노력으로 밝혀지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주권적인 뜻에 의해 드러나야만 알 수 있는 것임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로마서 16장 25절, 고린도전서 4장 1절, 에베소서 3장 3절은 모두 하나님의 계시가 신비 속에 감추어져 있다가 하나님의 뜻에 따라 드러난다는 진리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두루마리 안에는 과연 무엇이 기록되어 있었을까요? 이에 대해서 여러 학자들이 다양한 견해를 제시해 왔습니다. 어떤 학자들은 고대 로마에서 유서가 여섯 개의 인으로 봉인되었던 사실에 근거하여, 이 두루마리를 하나님 나라의 상속에 관한 유서로 보았습니다. 또 다른 학자들은 에스겔 2장 9절과 10절의 말씀처럼, 이 두루마리에 ‘애가와 애곡과 재앙의 말’이 기록되어 있으며, 장차 일어날 심판에 대한 내용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또 다른 견해로는 이 두루마리를 ‘매매증서’로 해석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예레미야 32장에 나타난 것처럼, 매매 계약을 증명하기 위해 두루마리에 내용을 기록하고 인을 찍었던 전통을 떠올리며, 죄로 인해 잃어버린 창조 세계에 대한 하나님의 소유권을 다시 회복하신 그리스도의 구속을 상징한다고 보는 견해입니다. 최근에는 이 두루마리를 구약의 율법서인 토라로 해석하는 시각도 등장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견해들이 존재하지만, 우리가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은 이 두루마리의 의미와 내용은 오직 요한계시록 자체를 통해 규명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계시록의 흐름을 따라가 보면, 이 두루마리에는 마지막 날 주님이 재림하실 때에 이루어질 하나님의 구속사의 전반이 담겨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악인들은 심판을 받고, 하나님의 인침을 받은 성도들은 구원을 받는 놀라운 하나님의 구속 계획이 기록되어 있는 것입니다. 계시록 6장과 7장은 이 진리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두루마리가 상징하는 하나님의 구속 사업은 과거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것은 지금 이 시대, 바로 오늘 이 순간에도 하나님께서 친히 이루어가고 계신 거룩한 역사입니다. 세상의 역사는 결코 인간의 손에 달려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보고 듣는 모든 사건과 사람의 움직임은 하나님의 주권적인 섭리 아래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출애굽기 15장 18절, 시편 75편 8절, 이사야 40장 10절은 모두 하나님께서 온 세상을 주관하시는 왕이심을 선포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의 손에 들려 있는 두루마리를 바라보며 그 속에 담긴 하나님의 뜻을 깊이 묵상하고, 하나님의 주권과 구속을 온전히 신뢰하며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혼란스럽고 불확실해 보여도, 하나님의 손은 결코 흔들리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완전한 계획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믿으며, 담대한 믿음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